13시간 조사받은 최성범 소방서장 “구조 몰두해 2단계 발령 못 해”

문지연 기자 2022. 11. 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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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연연하지 않고 책임 다할 것”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이태원 참사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늑장 대응한 혐의로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21일 13시간이 넘는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소방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조·구급 활동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전 9시40분쯤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러 13시간 넘게 조사했다. 최 서장은 밤 11시가 넘은 시각 기자들을 만나 “아마 제일 궁금했던 게 대응 2단계를 왜 제가 안 걸고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걸었나 하는 부분일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특수본은 사고 발생 직후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이 30분 늦어졌다며 이를 부적절한 초동 대응으로 판단해 최 서장을 입건했다.

최 서장은 “대응 2단계는 제가 안 걸어도 누구나 걸 수 있고 그걸 본부장이 대신 걸어줬다”며 “제가 안 건 이유는 후면부 상황에 구조·구급 활동에 몰두하느라 못 걸었다”고 했다. ‘상황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대응 1단계 발령하고 2단계 발령하는 그 순간에 지휘팀장과 제가 내린 발령 그리고 본부장이 내린 발령은 판단이 적절했다고 본다”며 “그렇게 조사관한테도 전달했다”고 답했다.

사고 당일 순찰조 3명이 해밀톤 호텔 앞 근무를 지키지 않고 이탈했다는 의혹에도 적극 해명했다. 최 서장은 “호텔 앞에서 고정 근무를 했다고 해도 밀려드는 인파가 많아 골목길 상황을 사전에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와 감찰주임이 호텔을 지나 골목길 근처에 왔을 때, 여기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해 인파를 헤치고 나가보니 그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이태원 안전센터 차고문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인파 때문에 (사고 장소는) 다 안 보인다. 대로변은 다 볼 수 있는데 골목길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최 서장은 마지막으로 “희생되신 분들, 유가족분들에게 관할 소방서장으로서 자리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무엇보다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도 같은 날 11시간20분가량의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서장은 이후 취재진에게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사실대로 소명했다”며 “고인과 유족분들께 끝까지 평생토록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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