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수의 골프인문학] 골프에도 적용되는 '알고 있다는 착각'
[골프한국] 열렬하게 골프를 좋아하는 두 가족이 있었다. 서로 틈만 나면 연습장과 도시 인근의 저렴한 골프장을 무시로 찾았다. 한 가족이 계획을 세우면 다른 가족은 그 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랐다.
날씨가 춥거나 눈비가 내리면 연습장 인근에서 저녁 외식을 함께 했으며, 모든 가족이 응접실에 모이는 날엔 온종일 골프샷과 골프레슨에 여념이 없는 방송 시청으로 바빴다.
양 가족에게 나이가 비슷한 결혼하지 않은 또래의 미혼남녀가 있었다. 이들은 마치 형제처럼 어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절친으로 생활했고 마침내 이상할 것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결혼 대사를 치르기로 약속했다.
이를 기념하는 날엔 두 가족 모두가 또 골프스크린에서 늦은 밤까지 경쟁 아닌 경쟁과 '호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이들의 미래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마침내 결혼날 아침이 되었다. 결혼식에서 양가 아버지는 각자 준비한 축하말로 이들의 미래에 대한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기로 했다. 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부의 혼주인 아버지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서로 끝까지 이해하고 애정의 전선에 문제가 생겨나지 않도록 양보하며, 서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지로 집약되는 얘기였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길 축사임에는 틀림없었고 이때까지 결혼식의 모든 순서가 각본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리고 신랑의 혼주인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섰다. 축사의 메모지 없이 마이크를 잡는 그는 대뜸 "서로 절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애정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그는 "아는 체하며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감정은 오히려 상대를 결혼생활 내내 각자가 노력하고 이해했다는 빌미를 스스로에게 제공해 부부간 상대편보다 나 자신의 헌신이라는 착각 속에 빠뜨리는 결정적 실수가 된다"고 말하며 아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면서 그는 "평소 아들을 살펴볼 때 자신이 친 골프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고 캐디에게 찾아달라고 하며,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도착해 장갑이나 티를 챙기지 않고 빠트린 사실을 알고 허둥거린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런 아들을 쳐다볼 때 '본인이 본인을 잘 모르는 성정을 지니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며느리가 될 남의 귀한 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이 결혼의 결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극한 대립의 국면으로 치닫을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즉, '앎을 전제로 한 이해한다'가 아니라 '모른다'를 기본으로 여겨 생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평생 무관심하다는 측면과 모르겠다는 신비한 느낌은 분명 큰 감성의 차이를 보여주는 심리적 상태이다.
'골프처럼 평생 모르겠다'는 부부생활의 역할도 그런 감성을 바탕으로 평생 알아가는 '구도자의 겸손으로 이어가라'는 것과 '알고 있다는 착각의 허상에서 벗어나길 부탁한다'는 신랑 아버지의 당부는 하객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 있다'거나 혹은 '알고 있다'는 자만으로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다투는 골프선수의 마지막 18번홀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며, 한 샷의 실수가 여지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지난 2022년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 오픈에서 패트릭 캔틀레이와 김주형 선수의 우승 대결. 당시 마지막 홀도 한 샷의 실수로 영광의 주인공이 엇갈린 골프 역사의 명장면이었다.
*칼럼니스트 황환수: 골프를 시작한 뒤 4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바람부는 날에는 롱아이언'이라는 책을 엮었다.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대구 SBS/TBC 골프아카데미 공중파를 통해 매주 골퍼들을 만났고, 2021년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칼럼을 15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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