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띄운 출퇴근길 노인 무임승차 ‘제한’···부처 간 떠넘기기에 ‘자발적 제한’

이재명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대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한을 연구하라고 지시했지만, 서로 책임을 넘기며 주도적으로 나서는 부처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 개선은 단기 대책 뿐 아니라 논란이 잦은 ‘65세 노인’ 재정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는데도 기회를 흘려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지시한 출퇴근 시간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한 연구가 법·제도 개편이 아닌 ‘노인층의 자발적 이용 자제 요청’ 수준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노인회가 이미 혼잡 시간대 대중교통 이용 자제를 자체 권고해 온 만큼, 이대로라면 사실상 달라지는 것이 없게 된다.
관계 부처들은 해당 지시가 ‘중동발 고유가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점 등을 들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먼저 대통령 지시를 직접 받은 기후부는 해당 제도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노인 무임승차를 제한할 법적 수단이 없는 만큼, 소관 부처인 복지부가 방안을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노인 무임승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토교통부 역시 “이는 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의 법적 근거는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 및 시행령 제19조로 복지부 소관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대통령 지시가 에너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만큼 주무 부처는 기후부이고, 복지부는 협조 부처”라며 “노인 무임승차 제한도 이를 없앤다는 것이 아닌 차량 2부제·5부제 등을 시행하면 대중교통에 사람들이 몰리니 분산 시켜 보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근하는 노인과 단순 외출하는 노인을 현장에서 선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요금을 사후 정산하려고 해도 행정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해 혼잡 시간대 이용을 자제시키는 방법 등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무임승차 조정 법 개정 없어도 가능, ‘65세’ 노인 기준 개정 출발점”

복지부가 ‘자발적 자제 요청’에 머무는 것은 법·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다른 입장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법 제26조는 혜택을 제공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행조항이 아니다”며 “의지만 있다면 법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도 출퇴근 시간대 요금 부과나 할인율 조정 등 유연한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65세 이상은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고 했을 뿐, 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다”고 같은 해석을 내놨다.
무임승차 혜택 당사자인 대한노인회 역시 이용 제한 논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노인회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퇴근 시간대 이용 자제 권고는 물론, 장기적으로 노인 연령을 상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긍정적으로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살려 노인 무임승차 개선을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재정의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 교수는 “모든 제도를 한꺼번에 손보기보다, 사회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현금성 제도부터 시작해 한국 사회 노인 기준을 재설계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책임지고 개혁을 해야 했는데 미루는 사이 무임승차와 같은 복지 문제가 세대 갈등의 상징처럼 변질됐다”며 “이를 노인 차별이나 복지 축소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닌,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재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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