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눈앞 오익근 대표의 대신증권, 10번째 종투사 '청신호'
오익근 대표(사진)가 대신증권을 앞으로 2년 더 맡게 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익근 대표의 연임안을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실상 3연임을 앞뒀다. 이에 오 대표가 추진해 온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도 탄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이 종투사 인가를 받으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투자증권 등에 이어 10번째에 해당한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까지 확대된다.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도 영위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오 대표의 연임에는 리스크 관리능력과 호실적,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신증권은 오 대표의 추천 사유로 전사를 관할하는 인사, 기획, 리스크 등 핵심 스텝조직에서 사업부를 긴밀하게 지원하는 등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했으며 투자은행(IB)부문에서 조직 확대, 전문가 영입 등의 추진력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성과 창출에 기여한 점을 들었다.
대신증권은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별도 기준 68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계열사 중간배당 수익이 4800억원에 이르지만 이 액수를 제외하더라도 2022억원으로, 2022년의 889억원에 비해 100% 이상 성장하며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2023년 말 기준 2조8532억원으로 종투사 진입의 조건인 3조원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국내주식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수탁수수료가 증가했고 채권잔고 증가로 금융자산 수익이 개선됐다"며 "금리 및 환율에 대한 유연한 전략 활용으로 트레이딩 수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영업이익 확대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주식 시장점유율(리테일 점유율)도 전년대비 소폭 상승을 이끌어내며 3%대 점유율을 이어갔다. 대신증권의 국내주식 수탁수수료는 2023년 4분기 389억원, 주식약정금액은 46조7000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대비 22%, 26%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이에 맞춰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소득과 예상 세금을 미리 조회해볼 수 있는 세금조회 서비스를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도입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1주 당 1200원 등의 총 821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며 26년 연속 배당을 이어갔다.
순자본비율(NCR)은 355%를 기록, 전년 340%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NCR은 은행의 BIS비율이나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가 100% 미만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계별 경영개선 조치를 받게 된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를 뒤흔든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되는 회사다. 부동산 PF 충당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225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교보증권의 711억원과 차이를 보였다. 이는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했던 영향이 컸다.
올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길기모 리스크관리부문장의 인사도 종투사에 대한 대신증권의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길 부사장은 대신증권에 합류하기 전인 2019년까지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았고 메리츠증권의 종투사 진입에 역할을 했다. 대신증권은 종투사에 진입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대비하는데 있어 길 부사장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신증권은 창립기념일인 6월 20일에 맞춰 금융당국의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늦어도 4월에는 종투사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부족한 자기자본은 서울 중구 본사 사옥 재매각 추진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옥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매각액에 이견을 보이며 결렬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마스턴투자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에 투자설명서를 전달하며 개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번에는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인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진행한다"며 "사옥이 매각되더라도 직원들은 이동없이 현 사옥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옥의 평가가치는 65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증권은 오 대표 외에 오너 3세인 양홍석 부회장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원윤희, 김창수, 김성호 사외이사도 모두 재선임하며 연초 조직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을 추구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지난해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장기 수익률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IRP 원리금 비보장상품 수익률은 5년 연 5.65%, 7년 연 4.42%, 10년 연 3.95%로, 13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뒷받침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