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특별히 3배” 양구 바가지 상권은 어떻게 됐을까?

이 영상을 보라. 주말인데도 사람 한 명 찾기 힘든 거리. 육군 21사단이 있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상권의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휴가나 외출·외박자들로 붐벼야 할 거리인데 지금은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 유튜브 댓글로 “요즘 양구 상권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직접 가봤는데 평일이 차라리 나을 정도로 상권이 완전히 죽은 상태였다.

양구의 중심지인 양구버스터미널 일대 시계탑 반경 100m 안에만 메가커피, 더벤티, 컴포즈커피 등 각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만 5곳 이상 있었다. 치킨이나 피자를 판매하는 곳이나 분식집도 수십 곳이 밀집돼 있었다.

인구가 고작 1만 3000명인 양구읍 치고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많은 셈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이 동네 경제의 핵심 소비층은 군인들이기 때문이다. 양구군엔 백두산부대로 불리는 21사단이 주둔해 있다. PC방이나 코인노래방 등도 같은 범위에 각각 4곳, 2곳이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시설과 달리 내부에 손님이 있는 매장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군인들이 많이 모이는 PC방조차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한 PC방은 70석 중 중 45석 정도가 비어있었다.

양구가 고향인 알바생은 “몇 년 전 학생 때는 자리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진짜 없긴 없다”고 했다. 한 PC방은 이미 망해서 공실로 변한 상태였다. 인근 상인은 장사가 안되니 접은 거라고 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군인들은 대부분 터미널을 향했다. 터미널엔 동서울이나 춘천으로 이동하는 버스가 하루 15~17회 배차된 상태. 버스를 기다리는 군인들이 열댓 명 정도 보였다. 버스회사에 따르면 요즘은 휴가자들이 이용하는 오전 버스 정도만 매진되고 오후부터는 빈 차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양구 상권 몰락의 결정타는 2019년부터 위수지역 제한이 사실상 폐지된 거였다. 기존에는 작전지역에 따라 군인들 외출이나 외박 제한이 있다 보니까 지역 상권 입장에선 ‘확실한 수요’가 있었던 건데 군부대 주변 상인들이 이걸 “어차피 얘네 여기밖에 못 간다”면서 악용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양구는 대표 사례처럼 언급됐다. 군인에게 단무지 추가금을 받았다는 증언, 택시 기사들이 군인들을 상대로 편도에 왕복 요금을 내놓으라 한다는 등 온갖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엔 PC방 가격이 시간당 2100원이라는 커뮤니티 글이 올라와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이처럼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리 비판이 커지자 2019년 2월 정부는 위수지역을 없애 ‘2시간 이내 복귀가 가능한 지역’으로 외출 외박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양구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군인들도 양구를 벗어나 춘천 등 인근 대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 군인들은 “더 싸고, 더 재밌고, 더 큰” 대도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은 완전히 ‘좀비 상권’이 된 상태. 6분의 1까지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호소하는 상인도 있었다. 빠져나가는 군인들로 인해 타격이 커지자 그제야 분위기가 좀 바뀐 거 같긴 한데 있을 때 잘해야지 이미 상권 망하고 나서 외양간 고치는 중인 거 같다.

[장병 A 씨](음성대역)

“예전에는 그런 차별 많다고 들었는데 요샌 그런 거 없어요. 너희들 덕택에 장사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들 하면서 오히려 음료수 서비스라도 하나 더 주려고 하지”

실제 한때 논란이 컸던 PC방 가격은 비회원 기준 40분에 1000원 정도로 서울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일부 상점에선 군인들이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양구군을 비롯해 강원도 일부 지역엔 군 장병 우대업소 인센티브 지원 사업이 있다. 군인들이 해당 업소를 이용하면 이용 금액의 20%를 양구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사업인데 군인들은 환급을 지류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어 생각보다 호응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지난 4월부터 장병들이 직접 따로 신청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제도만 보면 상인들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보인다. 예전엔 상인들이 먼저 할인을 적용해 주고, 나중에 군청 검증을 거쳐 정산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상인들은 불안해 보여서 왜 그런지 물었더니 신청 책임을 군인 개인에게 넘겨버리면 일일이 그걸 신청할 군인이 얼마나 되겠냐는 논리였는데 이게 또 지자체 설명을 들어보니 부정수급에 악용하는 일부 상인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양구군 관계자]

“조사를 해보니 약간 부정 수급의 문제가 일부 상인들한테 있는 것 같다 해서. 초창기라 많지는 않지만 한 300명 정도 신청을 하셨거든요.(내년에는) 자동으로 이용한 거에 자동으로 캐시백을 받을 수 있게 시스템적인 부분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