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우글우글…” 부산 공원서 외국인들이 밤마다 쓸어 담는 '곤충'의 정체

삼락공원 밤마다 등장한 외국인들, 매미 유충 수십 마리 채집
“흙 파서 꺼낸다”…생태계 훼손 우려 목소리도
매미유충과 방충망에 붙은 매미. / 부산일보 갈무리(왼), fresh2021-shutterstock.com(오)

여름 저녁 공원에 가만히 서 있으면 발밑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땅속에서 수년을 보낸 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오르는 시간이다. 그런데 부산의 한 생태공원에서는 이 유충이 연일 사람 손에 붙잡혀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먹기 위해서였다.

15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중국인 남성이 매미 유충 수십 마리를 플라스틱병에 담고 있는 장면이 확인됐다. 현장에는 유충을 담은 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남성은 이 유충을 식용 목적으로 채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 같은 시간, 공원에 나타나는 사람들

매미 유충 자료사진. / Andrew Berezovsky-shutterstock.com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 외에도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여러 명이 삼락생태공원에서 반복적으로 매미 유충을 잡고 있다. 주로 오후 7시 이후에 나타나며, 채집한 유충은 비닐봉지나 페트병에 담아 그대로 들고 사라진다. 하루 한 명이 수십 마리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미 유충은 날개가 없고 이동이 느려 손으로도 쉽게 잡힌다. 특히 저녁 무렵 땅속에서 기어나와 나무를 타고 오르는 순간은 채집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다. 이들은 이런 특성을 알고 유충이 올라오는 시간대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 유충을 튀겨 먹거나 굽는 문화가 있다. 식당에서 안주로 제공되거나, 시장에서 볶음 재료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산둥성에서는 유충 튀김을 넣은 빵이 실제로 판매된 사례도 있었다.

삼락생태공원에서 이뤄지는 유충 채집 역시 이와 같은 식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유충을 잡아다 조리하거나 지인들과 나눠 먹는 용도로 가져가는 것이다.

생태계와 위생, 두 가지 우려 제기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있는 한국 매미. / fresh2021-shutterstock.com

매체는 환경단체의 말을 인용해 매미 유충 채집 행위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매미는 여름철 도심 생태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 땅속에서는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지내고, 성충이 되면 조류나 박쥐, 잠자리 같은 포식성 생물에게 먹이가 된다. 유충 개체 수가 줄어들면 이를 먹이로 삼는 생물의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소수 개인의 곤충 채집만으로 생태계 전체에 뚜렷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김현우 박사는 부산일보에 “개별적으로 곤충을 채집하는 수준이라면 생태계 변화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위생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도시 공원처럼 오염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란 곤충을 식용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곤충은 세균, 기생충,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미 유충은 식용 곤충이 아냐

매미 유충을 잡아가는 외국인들. / 부산일보 갈무리

매미 유충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식용 곤충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식약처가 식품 원료로 인정한 곤충은 총 10종이다. 여기에는 메뚜기,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누에, 아메리카왕거저리, 집귀뚜라미, 노랑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번데기가 포함돼 있다.

이 목록에 없는 곤충을 식품 원료로 사용할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생긴다. 허가받지 않은 곤충을 조리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불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매미 유충을 일반 소비자가 채취해 섭취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법적 리스크가 있다.

매미 유충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까지 땅속에서 생활한다. 이 기간 동안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생존한다. 하지만 자연환경, 특히 도시 또는 인근 농경지 토양에는 농약,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각종 화학 오염물질이 축적돼 있다.

매미 유충은 흙과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이런 물질을 몸속에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뮴, 납, 비소 같은 중금속은 열을 가해도 분해되지 않으며, 인체에 장기적으로 해롭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도심지 토양의 일부에서는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자연에서 자란 곤충은 철저한 위생 관리 없이 자생한다. 특히 매미 유충은 흙 속 유기물과 수액을 통해 영양을 얻는 동안 다양한 토양 미생물과 접촉하게 된다. 일부 토양 세균은 사람의 소화기관에 들어갈 경우 식중독이나 위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기생충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생충은 열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부 포낭 형태의 기생충이나 알은 가열에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날것은 물론이고 익혀 먹더라도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곤충은 외골격에 키틴이라는 단단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키틴은 인간의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으며, 일부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갑각류(새우, 게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곤충 단백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식약처와 대한알레르기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곤충 섭취 후 두드러기, 가려움, 호흡곤란,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급성 알레르기 반응 사례가 보고돼 있다. 매미 유충 역시 키틴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섭취 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삼락생태공원을 관리하는 낙동강관리본부는 매미 유충 채집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매미는 멸종 위기종이나 보호종에 해당하지 않아 채집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관계자는 “생태공원은 자생 생물의 보호를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채집 행위를 자제하라는 안내 문구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법으로 제지할 수는 없지만, 공원 관리 취지에 맞지 않는 행동은 통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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