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을노래 최고봉 ‘가을편지’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2025. 9. 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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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가을'은 곡식이나 열매를 '끊어내다', '거두다'의 의미를 지닌 옛말 '갓다'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갓다'에 명사형 접미사 'ᄋᆞᆯ'이나 '을'이 붙어 '가슬→가ᄋᆞᆯ→가을' 순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니 천상 가을은 '열매를 거두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늘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고은의 노랫말에 김민기가 곡을 붙여 최양숙이 1971년 발표한 '가을편지'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샹송가수 최양숙은 1937년 원산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월남한다. 1957년 서울예고 수석졸업후, 서울음대 성악과에 재학중 괴산 청안 출신 한운사가 극본을 쓴 KBS 라디오 드라마 '어느 하늘 아래서'의 주제가 '눈이 내리는데'를 녹음한다. 이후 이 노래는 한명숙의 노래가 된다.

 최양숙이 대중가요를 부르자 당시 서울음대 교수였던 현재명이 최양숙을 불러 '딴따라 노래를 부른다'며 크게 나무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학졸업후 최양숙은 모교인 서울예고 음악교사로 부임하지만 대중가수의 길을 택하기 위해 곧바로 학교를 그만 둔다.

 샹송가수 최양숙을 널리 대중에게 알린 건 1963년 박춘석이 곡을 만들어 이듬해 첫 독집 앨범 《최양숙 특별앨범 No.1》에 그녀의 목소리와 본명으로 발표한 '황혼의 엘레지'였다. 이후 1966년 제2회 TBC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1970년 DJ 임문일이 진행하던 CBS의 '꿈과 음악 사이'라는 음악프로 중간에 시인 고은이 수필을 한편씩 직접 낭독하는 코너가 있었다. 방송국에서 고은의 시로 배경음악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고, 그 때 '가을편지'와 '세노야' 두편의 시가 김민기에게 전해졌는데 '가을편지'는 서울미대 2학년생 김민기가, '세노야'는 당시 서울음대 3학년생 김광희에게 건네져 노래로 만들어졌다. 김광희의 회고이다. 임문일과 김민기는 경기고 동창이다.

 1970년초 새 앨범을 준비중이던 최양숙에게 당시 음악PD 겸 경음악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녀의 오빠 최경식이 김민기에게 앨범에 실을 만한 노래를 부탁하였고, 이 때 김민기가 건네준 노래가 '가을편지'와 '꽃피우는 아이'였다. 1971년 최양숙의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샹송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넘어선 대중가수로서의 위상을 높여준 노래가 된다.

하지만 1971년 10월 '꽃피우는 아이'가 실린 김민기 1집이 발매되고 난 이듬해 봄,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이 노래를 부른 후 유신정권에 의해 음반은 전량 압수된다. 가사중 '"무궁화 꽃을 피우는 아이/날이 갈수록 꽃은 시들어/꽃피우던 아이도 앓아 누웠네" 부분이 유신독재에의 저항을 뜻한다는 해석이었다. 정성조 쿼텟과 김광희의 도움을 받아 발표된 김민기 1집의 앨범평 '김민기論'은 최경식이 썼다.

 이후 김민기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는 대부분 금지곡이 되었고, 1975년 긴급조시 9호를 발령하고 '아침이슬'이 금지곡이 되면서부터는 최양숙의 '가을편지'와 '꽃피우는 아이'도 크게 활동 제약을 받는다.

 가을편지는 발표 이후 홍민(1974), 최백호(1981), 이동원(1982), 양희은(1997), 김민기(1993) 등 여러 가수에 의해 불려진다. 그중 이동원의 버전도 최양숙 목소리 못지 않게 즐겨 듣는다. 그의 '가을이 오기 전에는' 또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도 가을이 되면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이동원은 2021년 늦가을 식도암으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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