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인 줄 알았는데… 꿀벌이 먼저 찾는 생존 식물로 밝혀진 '한국 식물'

밀원식물 감소 속 토끼풀이 꿀벌 생존 열쇠로 부상 중
토끼풀 자료사진. / Jason Sinn Photography-shutterstock.com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꿀벌 감소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꿀벌은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급격히 더워지는 기온 변동에 약하다. 겨울철 기상 이변이 겹치면서 봉군이 붕괴하는 일이 반복된다. 단순히 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사과, 배, 마늘, 고추, 호박, 당근 같은 주요 작물은 꿀벌 수분에 의존한다. 꿀벌이 줄면 수분도 어렵다. 결국 작물 수확량도 함께 줄어든다. 비닐하우스 농가도 사정은 같다. 작물은 키울 수 있어도 수분용 꿀벌 확보가 문제다.

벌집 자료사진. / Rick Neves-shutterstock.com

예전엔 벌통 하나당 15만 원이면 가능했지만, 올해는 20만 원을 넘어섰다. 꿀벌 가격도 올랐다. 농가 부담도 커졌다.

이런 현상은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사용, 꿀벌응애 같은 진드기, 노마제병, 낭충봉아부패병 등의 질병도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꿀벌의 역할은 수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곤충과 새의 먹잇감이기도 하다. 꿀벌이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도 함께 무너진다.

토끼풀, 벌을 살리는 대체 식물로 부상

꿀벌 자료사진. / imacoconut-shutterstock.com

밀원식물도 문제다. 꿀벌의 주된 먹이가 되는 꽃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밀원식물의 양이 줄었다. 그 자리를 토끼풀이 대신하고 있다. 잡초 취급받던 식물에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토끼풀은 뿌리만 남아 있으면 다시 자랄 만큼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경사면 토양 유실을 막는 데도 쓰인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뿌리 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 땅심을 높여준다.

토끼풀 자료사진. / Dianirawan-shutterstock.com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여기에 주목했다. 화이트클로버, 즉 토끼풀을 초생재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수원, 저수지 제방 비탈면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탄소 배출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농촌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잡초 방제까지 가능하다.

한 벤처기업은 이 기술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비용 절감과 안전성, 환경적 측면까지 고려해 토끼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농진원은 앞으로도 저수지 인근, 과수 농가 등으로 확대해 재배 면적을 넓힐 계획이다.

밀원식물 공백을 메우는 생태계 대안

토끼풀 자료사진. / Vanessa Carson-shutterstock.com

토끼풀은 예전처럼 그냥 뽑아내는 풀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 식물이 밀원식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번식력, 생명력, 토양 개선 효과까지. 작고 흔한 풀처럼 보여도 역할은 크다.

꿀벌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곤충 보호가 아니다. 우리 식탁의 과일과 채소, 생태계 전체와 연결돼 있다.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토끼풀 같은 식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농업 방식부터 식물 선택까지 달라지고 있다. 토끼풀은 그 출발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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