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급한 동아에스티, R&D 추진력 필요한 일동홀딩스와 손잡다

동아에스티와 아이디언스 전략적 지분투자 및 공동개발 계약 체결식에서 (왼쪽부터) 이재준 일동제약 사장, 이원식 아이디언스 대표, 박재홍 동아에스티 R&D총괄사장, 김민영 동아에스티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동아에스티

미래 먹거리가 급한 동아에스티가 연구개발(R&D) 추진력이 필요했던 일동홀딩스와 손을 잡았다. 동아에스티는 일동홀딩스 자회사에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을 위해 250억원을 투자, 향후 자사 개발 약물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일동제약그룹의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디언스와 전략적 지분투자 및 아이디언스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 병용투여에 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약 250억 원을 투자해 아이디언스의 최대주주인 일동홀딩스에 이어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며, 베나다파립과 병용투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동아에스티는 아이디언스의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을 활용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PARP 억제제’ 안정 개발 위해 자금 필요한 아이디언스

아이디언스에서 소개하는 베나다파립 이미지 /사진 제공=아이디언스

아이디언스는 지난 2019년 일동홀딩스 자회사로 설립된 일동제약그룹의 신약개발 기업으로, 베나다파립을 비롯한 다수의 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베나다파립은 세포의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인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를 저해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표적치료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출시된 PARP 억제제는 다케다제약의 ‘제줄라(니라파립)’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올라파립)' 등이 있다. 대부분 난소암과 유방암 등 부인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다. 글로벌 제약사도 차기 PARP 억제제 출시를 위한 R&D에 매진하고 있다.

아이디언스는 아직 PARP 억제제가 부인암 치료에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위암, 유방암, 난소암, 파프저해제 내성암 등 다양한 암종을 타깃으로 베나다파립의 임상개발 등 상업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위암 분야는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언스는 올해 초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 'ASCO GI 2024'에서 베나다파립 임상1상 중간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아이디언스 측에 따르면 표준치료제 대비 베나다파립의 폭넓은 사용 범위와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문제는 항암제 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아이디언스는 최대주주인 일동홀딩스의 지원과 외부 투자 없이는 R&D가 어렵다. 반면 항암제의 후기임상(2b, 3상)은 다른 의약품에 비해 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R&D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일동홀딩스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비용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동홀딩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일동제약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하고 R&D 전담 자회사를 분사시켜 연구개발비를 절감하고 있다. 당시 일동제약은 구조조정으로 1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일동제약 연구비(연결기준)는 전년동기 대비 33.7% 감소한 164억원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모회사인 일동홀딩스로서도 일동제약의 재무건전성 강화가 절실하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7월 일동제약이 메리츠증권에 자금 차입 및 총수익와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울 양재동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당시 일동제약이 차입한 금액은 3000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에스티가 아이디언스에 투입하는 250억원은 아이디언스의 R&D 지속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원이다. 나아가 일동홀딩스의 R&D 자금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에스티, PARP 만나 미미한 항암제 영향력 개선하나

동아에스티 R&D 파이프라인 /사진 제공=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는 지속적인 R&D 투자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의 길항제인 면역항암제 ‘DA-4505’는 임상 1/2a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암학회에서 SHP1(Src homology phosphatase-1) 억제제 ‘DA-4511’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면역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지난해 12월 ADC 전문기업 앱티스를 인수해 3세대 ADC 링커 기술 앱클릭 기반의 위암, 췌장암 타깃인 클라우딘18.2 ADC 후보물질 AT-211의 미국 및 국내임상 1상 IND를 하반기에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동아에스티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초기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의약품과의 병용요법 등 다양한 사업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과, 라이선스 아웃을 제외하고는 실제 수익 실현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이렇게 동아에스티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초기 단계에 머무는 것은 최근까지 동아에스티의 제품군과 연구 방향성이 소화기·순환기 질환이나 천연물 신약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인적분리 전)과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신약은 천연물 신약 ‘스티렌’,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기능성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 항생제 ‘시벡스트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이 있다.

현재 동아에스티가 판매 중인 항암제 규모도 크지 않다. 젬시트, 씨스푸란, 듀라스틴, 모노탁셀 등이 있지만 이들의 지난해 한 해 처방액 규모는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150억원을 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아에스티는 R&D를 책임진 박재홍 사장이 진두지휘하며 보다 폭넓은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인하우스 개발과 바이오 업체와의 협력뿐 아니라 국내 전통 제약사 간 협력까지 넓혔다.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빠르게 기존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기업 내재가치로 치환하는 작업은 김민영 동아에스티 대표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이번 아이디언스 투자 또한 PARP 억제제와의 병용투여 옵션을 확보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병용투여로 좀 더 적응증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탄력적인 항암제 개발 전략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원식 아이디언스 대표는 “동아에스티 같은 굴지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투자 유치로 아이디언스의 R&D 역량과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며 “동아에스티와 협력해 혁신적인 항암치료법을 발굴하고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영 동아에스티 사장은 ”동아에스티는 항암제 파이프라인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아이디언스와의 협력으로 차별적인 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동아에스티와 아이디언스의 기술과 물질을 접목시켜 혁신적인 항암제를 개발하는 등 상호 전략적 협력관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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