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이 모이니 '몬헌 나우'의 매력이 폭발했다
"1000여 명의 헌터가 모이니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네"
도쿄 시부야에서 개최한 나이언틱 '몬스터 헌터 카니발 2024: 시부야' 현장은 그야말로 헌터들에게 천국이었다.
기자는 몬스터헌터 월드에서 '흑룡 밀라보레아스'까지 모든 콘텐츠를 즐겼지만 몬스터헌터 나우에서는 초보 헌터였다. 사실 AR 게임은 포켓몬고를 열중이어서 몬헌 나우는 눈밖에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포켓몬고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줘 흠뻑 빠져들었다.
한국에서는 몬헌 나우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긴 어렵다. AR 게임 특성상 유저들이 많아야 재미가 올라가는데 한국에서의 몬헌 나우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 재미를 느끼려면 유저가 많아야 하고 유저가 많으려면 재미를 느껴야 하는 매너리즘에 빠졌달까. 기자도 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 퀘스트만 즐기다가 이탈했을 확률이 높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몬헌 나우를 즐기면 어떤 기분일까 늘 궁금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몬헌 나우 첫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는 시부야를 방문했다. 행사장에 입장한 기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냥의 시간이다"라는 메시지를 클릭하고 근처 헌터 수를 확인하니까 844명에 달했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숫자를 보니 일본에서 몬헌 나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 시간이 접어들수록 헌터 수는 점점 더 올라갔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 헌터들이 참여했다. 근처 헌터 수 981명까지 확인된 것을 미뤄보아 1000명 이상의 유저가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 인상적이었다. "설마 몬헌 나우를 즐기겠어"라고 생각될 만한 어린이, 노인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까 몬헌 나우가 실행되고 있어 내심 놀랐다.
카니발 퀘스트는 오전 9시에 오픈됐다. 처음에는 몬헌 나우 최초로 등장하는 네르기간테의 흔적을 찾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몬헌 월드에서 '고룡의 흔적을 찾아서' 퀘스트가 무척 귀찮았는데 그 퀘스트를 직접 걸어서 수행하니까 게임 속 헌터의 고통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서브 미션은 리오레우스와 리오레이아 희소종 사냥이다. 본래 기자의 스펙으로는 쳐다도 볼 수 없는 몬스터들이지만 이벤트 장비와 수많은 헌터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사냥했다. 해당 몬스터 외 라잔, 디아볼로스, 레이기에나, 오도가론 등 상급 몬스터들을 무한으로 사냥하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겼다.
1.5km 정도 걸으니까 흔적을 모두 모였다. 네르기간테는 오후 12시부터 등장한다는 아이루의 메시지에 1시간 정도 남는 시간 동안 길에서 마주치는 참가자들에게 몬헌 나우의 매력을 질문했다.
일본 24세 여성 참가자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몬헌 나우의 매력이다. 여기서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옆에 있었던 지인은 "그것은 올바른 답변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몬스터를 때려잡고 스트레스 푸는 것이 매력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게이머도 만날 수 있었다. 몬헌 나우 행사를 위해 시부야를 방문한 34세 남성 참가자는 "행사장 유저 수를 보고 놀랐다. 솔직히 너무 부럽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몬헌 나우를 즐겼으면 좋겠고 오프라인 행사도 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3세 아기를 데리고 온 일본 41세 여성 게이머는 "몬헌 나우를 즐긴지 6개월 정도 지났다. 날씨가 좋아서 티켓을 구매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원래 몬헌 시리즈를 좋아한다. 육아 중에는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 그러던 중 몬헌 나우를 알게 됐다. 육아 중에도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아기와 산책할 때 새로운 재미를 준다"고 답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12세 어린이 게이머와도 대화를 나눴다. 무려 헌터 랭크가 134였다. 어머니는 "자녀와 함께 즐기기 위해 선뜻 아이폰을 선물해 가족 모두가 몬헌 나우를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도 카페에서 네르기간테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는 기자에게 "강해지려면 네르기간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는 부모님에게 오후 6시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절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짐했다.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족이 다함께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12시가 되니 네르기간테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르기간테는 몬헌 월드 뉴비 시절 기자에게 통곡의 벽이었던 몬스터다. 그래서 미운 정이 가득 쌓인 몬스터이기도 하다. 몬헌 나우에서의 네르기간테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벤트로 난도가 하향된 네르기간테라서 쉬웠던 것이지 본래 꽤나 난도가 높다. 정상 컨디션의 파극멸진선을 맞으면 아마 즉사했을 것이다.
그렇게 네르기간테까지 무사히 토벌하니까 퀘스트가 종료됐다. 그동안 수많은 게임 오프라인 행사를 참여했는데 몬헌 나우 시부야 행사는 규모로는 그리 크지 않았어도 톱5 안에 들 만큼 특별했다. 한국에서는, 다른 게임 행사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재미랄까. 일본 포켓몬고 오프라인 행사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다시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기사를 작성했는데 창밖에서 네르기간테가 나타나는 장소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무척 재밌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일본 58세 남성 게이머는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게임을 즐기면 가족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다. 솔직히 오프라인 행사를 참여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다. 걱정도 많이 했지만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에서 고마운 게임이다"고 몬헌 나우의 매력을 강조했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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