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는 모습에 어떻게 해보려고”···현장 체포된 피의자 父 “눈이 있으니 그럴 수 있지”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2024. 10. 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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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앓고 있는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집을 찾아가 30분간 문을 두드리며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경찰의 수사 방식 그리고 피의자 가족의 2차 가해가 도마 위에 올랐다.

30분간 지속된 황당 행동에 놀란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문을 두드린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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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 여성 샤워하는 모습 보고 집 찾아가 위협
제보자 “장갑 끼고, 몰래 들어와 강간 미수 발언했는데, 단순 주거침입죄” 말 안돼
피의자 가족 2차 가해 “눈이 있으니 볼 수 있지···인생 그렇게 살지마”

조현병을 앓고 있는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집을 찾아가 30분간 문을 두드리며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경찰의 수사 방식 그리고 피의자 가족의 2차 가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울산의 한 빌라에 거주하던 제보자 ㄱ씨는 잠결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누르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30분간 지속된 황당 행동에 놀란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문을 두드린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피의자 ㄴ씨는 “샤워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해보려고···”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ㄴ씨는 제보자가 거주하던 빌라 옆 아파트에 살던 청년이었다.

ㄱ씨는 “경찰을 통해 들어 보니 남성은 조현병 환자였고, 옆 아파트 옥상에서 샤워하는 모습을 내려다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위)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옆 동 빌라에 침입한 피의자 ㄴ씨가 주차장에서 몰래 들어가는 모습이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됐다. (아래)제보자의 집 앞에서 장갑을 낀 채 서성이며 초인종을 누르고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제보자 제공 영상 캡처화면)



그러면서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누군가 들어오면 따라 들어왔고, 오른손에는 니트릴 장갑을 끼고 있었다”면서 “인터폰에 얼굴이 안 나오게 하려고 초인종을 누르고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이웃이 촬영했다”고 말했다.

ㄱ씨가 <끝까지 간다> 제보창에 공유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건 당시 피의자 ㄴ씨가 주차장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출입문으로 급하게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또 장갑을 끼고 초인종을 누른 채 제보자의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남아 있다.

ㄱ씨는 "경찰 조사 당시 강간 예비죄 혐의로 신고하려면 '피해자가 반대했을 때 어떻게 하려 했냐'는 질문에 남성이 '강간하려고 했다. 강압적으로 하려고 했다'는 말을 해야만 한다더라. 그래서 단순 주거침입죄만 해당됐는데, 검찰로 넘어가서 기소 유예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장갑을 낀 채 벨을 눌렀고 체포 당시 ‘어떻게 해보려고’라는 진술이 확보됐는데, 어떻게 계획범죄가 아니냐. 강간 미수 등의 조사를 더 해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경찰은 “얘가(피의자 ㄴ씨) 거짓말 할 애는 아니다”라면서 “집에 있는 장갑을 그냥 끼고 갔다더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피의자 ㄴ씨의 가족에게도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ㄴ씨의 부모는 ㄱ씨와의 합의를 위해 연락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눈이 있는데 창문이 열려 있고 샤워를 하든 뭘 더하든 눈이 당연히 갈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피의자 ㄴ씨의 가족과 한 문자 내용(제보자 제공)



제보자는 “저도 누군가의 자식이다. 아버님의 딸이 샤워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와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고 하면 가만 있으시겠나”라고 되묻자 “딸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왜 딸을 갖고 나오냐”고 화를 냈다.

또 “넌 우리 아들보다 천배나 만배나 무서운 인간”, “연극 그만해”, “인생 그렇게 살지마, 더러운 인간아” 라고 ㄱ씨에게 비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제보자는 <끝까지 간다>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이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 앞에 나가는 것도 너무 불안하다”면서 “그 사람이 다시 올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땐 아마 죽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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