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월드컵을 선선할 때 열자고 할까

2026년 북중미월드컵이 개최되는 경기장 중 보수적으로 잡아도 60%는 너무 더워 위험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북중미월드컵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10여 개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무더운 중동 국가 카타르에서 개최된 2022년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북중미월드컵 역시 11~12월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북중미 지역에서 과연 6~7월 월드컵 개최가 타당한지 조사했다. 그 결과 경기가 벌어지게 될 16개 구장의 절반 이상은 선수나 관객의 열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미국 휴스턴과 알링턴, 멕시코 몬테레이의 3개 구장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중미월드컵은 2026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39일간 진행되는데 때마침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여름 기온이 절정에 가까워진다. 연구팀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를 이용해 월드컵이 치러지는 16개 경기장의 주변 기온과 풍량, 습도 등 가상 환경을 조성했다.

2026년 여름 개최되는 북중미월드컵을 선수 및 관중 안전을 위해 겨울로 미루자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이후 실제로 선수가 경기를 치르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광범위한 실외 환경 조건 하에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나타내는 국제온도기후지표(UTCI)를 대입했다.

조사를 진행한 마렉 코네파 교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열사병 대책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열을 측정하는 습구흑구온도(WBGT) 지수를 사용한다"며 "WBGT는 기온이 32℃를 넘을 경우 선수들의 휴식시간을 적용하나, 정확한 조사를 위해 우리는 WBGT보다 세분화된 UTCI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축구선수가 근육을 격렬하게 움직이면 발생하는 대량의 열은 선수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열부하를 심화한다"며 "다양한 요소를 도입해 추산한 결과, 16개 경기장 중 10곳에서 과도한 열 스트레스 가능성이 있고 미국 휴스턴과 알링턴, 멕시코 몬테레이 경기장은 선수의 체감온도가 49.5℃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드컵은 전통적으로 6~7월 개최되는데, 이상고온으로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경기장의 공조 설비를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과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은 개폐식 지붕과 에어컨이 갖춰졌고 몬테레이 스타디움도 공조시설은 완비됐다. 즉 날씨가 더워도 공기조절 시스템만 고장 나지 않는다면 선수나 관중에게 위험한 더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연구팀은 미국 서해안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무더운 중서부의 캔자스시티,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멕시코의 또 다른 2개 경기장 등 에어컨이 없는 경기장이 의외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기가 많은 미식축구와 겹치지 않도록 여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북중미월드컵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자칫 선수들이 쓰러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 일정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일부 기후학자나 스포츠 전문가는 올림픽, 월드컵의 여름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마렉 코네파 교수는 "현재의 온난화는 인류에 위험한 수준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의 여름 개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며 "선수가 퍼포먼스를 제대로 못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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