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불황 2030년까지... 과소 평가된 X세대, 국가 위기에 큰 역할할 것” 닐 하우

김지수 작가 2024. 10.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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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울,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
침체기 길면 2038년… 3차 대전, 美 내전 발발
예언자형 베이비부머, 연장자 아닌 현자 돼야
생존력 강한 X세대, 고통분담 해결사로 나선다
주역은 밀레니얼, 팀워크로 신뢰 시대 열어
역사는 순환, 내가 속한 세대 역할 이해해야
‘지금은 겨울이다’라고 선언한 역사학자 닐 하우(Neil Howe).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제 4의 대전환’에 따르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혐오, 불황, 전염병, 전쟁의 공포는 2030년 즈음에 막을 내린다.
역사는 훌륭한 영화감독처럼 가장 아찔한 급강하를 마지막에 남겨둔다. 2030년대 초반쯤, 세계는 이 폭포가 자신들을 어디로 데리고 왔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닐 하우의 저작 ‘제 4의 대전환’ 중에서

생각해 보면 IMF와 닷컴 버블 이후로 경제는 늘 불황이었다. 내가 속한 미디어, 출판업계 사람들은 해마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고 근심을 쏟아냈다. 코로나 이후 시장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는 데, AI 신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서 노동시장은 매일 흥분과 불안으로 출렁인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침체의 늪은 언제 끝날 것인가? 그 끝의 시작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풍요의 모델이었던 미국은 어떻게 될까? 한국 정치의 앞날에도 봄은 찾아올까?

지난 6월 나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변하지 않는 것을 보라고 한 ‘불변의 법칙’의 모건 하우절을 인터뷰한 바 있다. 모건 하우절은 급변하는 기술 사회와 불안정한 주식 시장, 그럼에도 36억 년간 이어진 진화의 방향, 인간의 변하지 않는 욕망에 주목했다.

변하지 않는 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크고 안정된 시야를 가질 수 있다.

금융 위기와 기술 격동을 바라보며 좌불안석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번에는 세계적인 세대전문가 닐 하우를 인터뷰했다. 닐 하우는 그의 책 ‘제4의 대전환’에서 우리가 선형으로 진보한다고 믿었던 근현대의 시간을 멈춰 세우고, 역사를 보는 커다란 망원경을 선물한다.

망원경으로 본 인간의 역사는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계절처럼 100년을 주기로 탄생과 각성, 해체와 전환을 반복한다. 닐 하우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으며 현재의 위기는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던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유사하다.

1929년 주식 시장 붕괴로 찾아온 대공황. 80년 후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았다.

물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그 역할을 해내는 것이 바로 21.5년을 주기로 바뀌는 세대다.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얼, 홈랜드(알파 세대)는 전에 없던 별종이 아니라 선조들이 반복해 온 세대 원형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닐 하우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4가지 세대 원형 즉 영웅(봄), 예술가(여름), 예언자(가을), 방랑자(겨울) 캐릭터 중 하나에 속해 생의 대본을 살고, 각 세대로 묶여 역사에서 고유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 모든 증명은 미국 역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의 세대에 대입해 봐도 무리가 없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이지만 갈피마다 학자다운 너른 시야와 무협지 뺨치는 긴박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지적인 예언서, ‘제4의 대전환’의 닐 하우와의 서면 대담을 전한다.

-역사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강력한 반복 사이클이 있다고요. 그 깊은 패턴은 무엇입니까?

“지난 600년 동안 영미권 사회는 20년 주기로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어요. 20년 주기로 네 개의 전환기가 순환하는 주기는 인간의 수명과 비슷하게 약 80~100년 정도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 단위를 고대인들은 새큘럼(saeculum)이라고 불렀어요.”

-그 역사의 리듬을 만드는 동력이 세대의 패턴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세대 패턴에 따라 역사는 약 80-100년 간격으로 사회 변혁과 각성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즉 4세대마다 익숙한 흐름이 반복된다는 거죠. 저는 우연히 이 리듬을 발견했어요. 북미 첫 이민 세대부터 현대의 밀레니얼까지 각 세대의 삶을 기록하는 책 ‘세대(Generations, 1991년)’를 쓰다가 그 반복적인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번영을 누리며 자란 세대는 청년기에 ‘기성 체제’에 반항하게 되고(예컨대 베이비붐 세대), 그 반작용으로 다음 세대는 실용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죠(예컨대 X세대). 그 다음 세대가 새로운 시민 제도를 세우고(예컨대 밀레니얼 세대), 수순처럼 온순하고 윤리적인 세대가 뒤따릅니다(예컨대 알파 세대).”

주식 시장 붕괴로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한 대공황기의 어린이. 한국의 IMF 시절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패턴이 생기는 이유는 뭔가요?

“간단해요. 각 세대의 유년과 청년 시절 경험이, 그들이 부모가 된 이후의 행동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대략 이 네 가지 행동 패턴이 ‘세대의 원형’이 되어 같은 순서로 역사 전반에 걸쳐 반복됩니다.”

-하나의 새큘럼이 인간의 생애 주기인 80~100년과 같다는 건 놀라운 우연이자 필연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한 새큘럼 안에서 사회 시스템은 자연의 순환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개의 과정을 거칩니다. 봄(재생), 여름(성장), 가을(해체), 겨울(창조적 파괴)을 겪지요.

예컨대 역사적 고조기인 봄에는 공동체가 우세하고 제도가 구축됩니다. 각성기인 여름에는 그 제도가 공격받습니다. 가을의 해체기에는 개인주의가 강화되지만, 전환기엔 겨울에는 다시 공동체가 급부상하고 새 질서로의 격변이 일어나죠.”

책에서 보면 가장 최근 세 번째 전환기인 가을(해체기)에 해당하는 시기는 문화 전쟁기다. 냉전 이후부터 금융위기 사이, 신중한 태도를 강요당하지 않는 ‘Just do it’의 시대. 이 모든 것의 최전선에는 사회화되지 않는 새로운 세대가 있었다. 바로 자기중심적 실용주의로 무장한 X세대다.

닐 하우는 X세대가 청년기를 보낸 이 시기를 이전 새큘럼의 해체기(1918년 1차 대전 휴전일에서 대공황 전까지)와 겹쳐서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라디오, 전화기, 주크박스, 자판기)이 몰려들던 낭만과 격동의 1920년대 청년들은 1990년대 청년들과 닮아 있다.

낭만과 격동의 1920년대 젊은이들. 대담한 X세대와 닮았다. 이들은 다음 세대와 함께 20년 간 창조적 파괴의 시간을 보낸 후 미국 사회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바꿨다.

-이번 책 ‘제4의 대전환’은 ‘지금은 겨울이다’라는 어두운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겨울을 거치는 동안 낡은 미국이 무너지는 모습은 충격입니다. 상황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현재 미국은 서로에 대해서, 지도자에 대해서 신뢰가 가파르게 감소했습니다. 신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갖 음모론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능한 통치, 준법정신 저하 등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서 공공장소에서 분노가 표출되고 있어요.

선거가 끝나면 패배자들은 선거가 사기였다고 외치고 시위대를 조직하고 저항을 준비하거나 쿠데타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정당성은 어디에도 없어요.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요. 긱 경제에서 젊은 노동자들은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희망을 잃어가고, 아버지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젊은 남성은 절반 이하입니다. 소득이 낮은 층은 아예 독립하지 않으며, 부유한 사람들은 시시포스처럼 뼈 빠지게 일하고 있죠. 노년층만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도 다르지 않습니다.

“맞아요. 카리스마 넘치는 포퓰리스트들이 유럽,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 동아시아 등에서 권력을 확장하거나 이미 장악했습니다. 사회적 이동성과 세대 이동성의 감소, 국가 장벽 강화, 소셜미디어를 앞세운 종파주의가 심화하고 있지요.”

미 국회의사당을 점령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어쨌든 전 세계가 미국을 걱정합니다. 풍요와 민주주의의 모델 국가였으니까요.

“미국이 국가적 쇠퇴의 조짐을 보인다는 데는 미국인들도 동의합니다. 시민 질서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민주주의의 생존 보다 자신의 편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연이은 경기 침체와 팬데믹 이후 미국은 붕괴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대하고도 불연속적인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혹한의 겨울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말씀드린 대로 역사는 반복되는 계절과 같습니다. 최근 새큘럼에서 가을 해체기는 80년대 레이건에서 시작해 닷컴 버블, 9.11 테러까지였어요. 겨울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해 팬데믹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지금 진행 중인 이 시기는 앞으로 10년이 더 남았습니다. 2030년 전후에 끝날 겁니다.”

지나는 동안 힘겹게 느껴지겠지만 겨울은 역사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숲이 주기적으로 화재가 필요하고 강이 주기적으로 홍수가 필요한 것처럼, 사회 역시 주기적인 위기가 필요하다고.

“2차 대전이 끝난 뒤에 찾아온 봄을 상기해 보세요. 트루먼에서 케네디 시기로 자신감 넘치는 탄탄한 제도를 갖췄죠. 이번 겨울 또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입니다.”

-2008년에 시작된 금융위기, 팬데믹, 전쟁과 경기 침체… 이 겨울의 폭풍은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시나요?

“넓게 보면, 네 번째 전환기인 겨울은 사람들이 사회 제도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난 새큘럼에서는 1929년 미국 주식 시장이 붕괴하면서 겨울이 시작됐어요. 이번 새큘럼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가 그 역할을 했죠.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힘든 겨울을 보내면서 미국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분열의 골이 깊어졌어요.

분열은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토론과 다수결의 원칙은 사회의 방향성에 광범위한 합의가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약간의 표 차이로 지면 승복하지 않아요. 자신의 이익이나 신념을 포기하지 않죠. 내부 갈등은 한계점에 이르러 외부로 퍼지고 세계 곳곳에서 서방 국가와 반서방 국가 간의 분열은 극화됩니다.

강대국 동맹이 약해질수록 분열은 더 심해져요. 지난 세기의 겨울도 국제 연맹이 무력해지는 시기에 발생했죠. 유엔, IMF, 세계은행, 그리고 WTO도 지금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분쟁으로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

-금융 위기 이후 최근의 사회 분위기가 이전 새큘럼의 네 번째 전환기(대공황에서 2차 대전)와 유사해서 놀랐습니다. 동일한 시간이 겹쳐진 것 같았어요. 사상 최고치를 찍는 불평등 지수, 결혼과 출산율 저하, 문화적 부흥… 특히 1930년대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지금의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공동체’로 같다는 게 사실인가요?

“흥미롭게도 그렇습니다.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요? 두 시기 모두 좌우 할 것 없이 포퓰리즘이 활개 쳤고 유권자는 양극화됐습니다. 저 역시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1930년대에 20대를 보낸 부모 세대(G.I. 세대)의 경험을 자주 떠올립니다. 그들의 엄격한 순응, 사회 복음이 된 뉴딜에 대한 충성심은 대공황과 세계 대전의 혼란 속에 형성됐지요.

위기의 시대를 이끌었던 그들은 1936년대에 이미 공동체를 강조하는 정당에 80% 이상 투표했고 주택 소유 중산층을 만드는 데 큰 자부심을 느꼈어요. 하지만 당시 저 같은 젊은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 세대가 건설한 균일화된 주택, 일자리, 문화에 반감을 느꼈죠.

그런데 지금 2020년대의 20대가 간절히 바라는 환경이 바로 1930년대의 20대가 이뤄낸 성과가 아니던가요? 90년 전의 20대처럼 밀레니얼은 주택과 직업 안정성의 이상을 함께 추구할 공동체를 찾고 있어요. 거대한 자아와 약한 시민 본능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지배하고 있는 현 사회에서 더더욱 간절히.”

-팀워크와 공동체에 몰입하는 밀레니얼의 심리적 기저에 자리한 건 불안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베이비붐, X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은 고립을 두려워해요. 시장을 ‘헝거게임’이나 ‘오징어게임’처럼 생존 경쟁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죠. 이들은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로 대체하고 이사, 결혼, 출산 같은 통과의례를 피하려 듭니다.

밀레니얼은 살면서 강력한 제도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불안정성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죠. 자라면서 스스로 안전, 계획, 세속적 성공 의지와 깊은 공동체 의식을 추구하게 됐어요. 윗세대는 이들을 나약한 세대라고 혀를 차지만, 그럴수록 이들은 규칙이 보장되는 평등한 커뮤니티를 갈망합니다.”

앞으로 10년간 밀레니얼 세대는 집단행동으로 국가를 살리겠다고 약속하는 리더에게 몰려들 것이라고 했다.

시장을 ‘오징어게임’이나 ‘헝거게임’으로 사고하는 밀레니얼은 고립을 두려워한다.

-문득 궁금합니다. 지난 600년 동안 영미권 사회가 20년 단위로 새로운 전환을 맞았으며, 80년~100년을 주기로 새로운 질서가 시작된다는 발견은 이전에 없던 주장인가요?

“여기서 저는 다소 난처한 입장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사회가 어떤 패턴을 따른다는 개념을 매우 싫어합니다. 반면 사회 과학자들은 출산율, 경제 성장, 종교적 부흥, 정치적 재편성 등 장기적인 사회 주기에 대해 항상 논의하죠. 하지만 그 연구는 제각각 고립되어 있어요. 제가 이러한 다양한 리듬을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군요.”

-당신이 역사학자, 경제학자, 인구통계학자라는 다중 포지션이 역사의 순환 주기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요. 최근 학계의 시류를 보면 안타깝게도 과거사를 개별 분야로 쪼개서 독립적으로 연구합니다. 심지어 역사는 객관적 존재가 아니며, 우리는 단지 선호하는 과거에 대한 ‘서사’만을 논의할 수 있다는 포스트모던 관점까지 갔어요. 몹시 안타깝습니다.

최근 몇 년간 대학의 역사 수업 등록률은 급감했고 역사학자의 출판물은 거의 읽히지 않아요.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대중은 그들의 개인사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큰 서사를 알고 싶어 해요. 자기 이야기이기 때문에 세대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하죠.”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미래역사서 ‘제4의 대전환’. 불안과 정체를 이길 수 있는 크고 너른 시야를 선물한다.

-그런 맥락에서 세대의 원형은 영웅, 예술가, 예언자, 방랑자 4가지 스타일이 순서대로 반복된다는 분류는 모든 비밀을 푸는 마스터키 같았습니다.

“말씀하신 세대의 원형은 수많은 신화의 주인공 캐릭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각 새큘럼에서 영웅 원형은 봄(고조기)에, 예술가 원형은 여름(각성기)에, 예언자 원형은 가을(해체기)에, 방랑자 원형은 겨울(위기)에 중년에 진입합니다.

지금 시대와 연관 지어 보면, 각성기(두 번째 전환기인 60년~80년대)에 도전적인 젊은 시절을 보내고 초연한 노년을 맞은 베이비부머는 예언자 원형에 해당합니다. 보호받지 못한 채 성장해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년이 된 X세대는 방랑자 원형에 속하죠.

밀레니얼은 각성기 이후 과보호 어린이로 자라 팀단위로 일하는 성취도 높은 젊은이가 됐어요. 이들은 새로운 사회 제도를 세울 영웅 원형으로 쓰임 받습니다. 순응적 어린이, 감수성 풍부한 젊은이로 성장해 공감 능력 있는 노인이 될 홈랜드 세대(알파 세대)는 예술가 원형을 이어가게 되죠.”

-2030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위기의 겨울 시즌에 더 손해 보거나 더 이득을 보는 세대가 있을까요?

“전환기마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해요. 이번 역사의 겨울 시기가 끝나면 베이비붐 세대는 도덕적 권위를 얻기 위해 물질적 안정성을 일부 포기할 겁니다. 그래야 밀레니얼 세대가 위기 시대를 돌파할 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요.

사실 많은 것을 잃을 세대는 X세대입니다. 이번 위기에서 그들의 자산과 경력은 위축될 수 있어요. 은퇴 준비도 안 됐고 자녀 양육 비용은 증가하는데 연금 혜택은 축소될 겁니다. 그걸 다 알고도 그들은 세금을 부담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얻게 될까요? X세대는 위기 이후 시대에 성장한 자녀들에게 제도적 기반이 되어줄 겁니다.

‘버려진 아이들’로 자라 생존의 무게에 짓눌린 성년일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어른의 역할을, X세대는 꿋꿋하게 해낼 겁니다. 역사적으로 방랑자 세대는 다 이런 전환을 담당해 왔죠. 미국 헌법 제정 이후의 조지 워싱턴 세대, 트루먼 세대 등이 다 그랬어요.”

"버려진 아이들로 자라 생존의 무게에 짓눌린 성년일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어른의 역할을, X세대는 꿋꿋하게 해낼 겁니다."

-유년의 방임에서 비롯된 저의 고단한 인생이 X세대와 방랑자 원형으로 수렴되는 것은 매우 위로가 되더군요. 어쨌든 X세대의 운명은 좀 가혹하군요.

“맞아요. 그들은 어른을 신뢰하지 않고 권위도 불편해하지만, 묵묵히 이전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 왔어요. 그래서 X세대는 이전 세대가 가지지 못했던 특별한 강점을 얻지 않았습니까? 자립심, 회복력, 예리한 생존 본능,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방랑자 원형 세대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생각해 보면 1980년대 이후로 ‘생존자’와 ‘현실’이라는 단어는 X세대와 세트로 붙어왔지요.”

-대공황이 깊어질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랬다지요. “인류 역사에는 신비스러운 순환이 있습니다. 어느 세대는 풍요롭고 어느 세대는 책임을 집니다.” 이번 새큘럼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세대는 어느 세대라고 보세요?

“생각해 보면 60~70년대의 각성기(두 번째 전환기)동안 미국은 부를 위해 공동체 의식을 버렸어요. 저축률은 감소하고 공공사업 지출은 중단됐고, 희생은 외면됐습니다. 그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베이비붐 세대는 이후 종교, 문화, 가치 등 내면세계에 집착하게 됐죠.

지금 네 번째 전환기에서 대중은 공동체를 위해 개인주의를 포기할 겁니다. 이런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주인공은 역시나 밀레니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죠. 그들은 기술, 인프라, 시민 협력에 집중하는 세대로 다음 새큘럼을 열어갈 겁니다.”

-어찌보면 역사는 셰익스피어 희비극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나 문학적입니다. 보살핌과 좌절의 분량에 따라 각 세대의 운명이 결정되고, 세대는 서로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점에서요.

“글쎄요. 이것은 비극도 희극도 아닙니다. 방랑자 세대 부모는 과보호로 예술가 자녀를 키우고, 예술가 부모는 방임으로 방랑자 자녀를 기르며, 영웅 부모는 예언자 자녀를, 예언자 부모는 영웅 자녀를 기른다는 이 순서를 자각하면, 슬픔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죠.

그러나 이런 순환은 사회가 조정되고 생존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을 연기하는 로렌스 올리비에.

-타임지가 1967년부터 약 23년을 주기로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얼의 등장을 알리는 특집 표지를 실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예지력이 탁월했던가 봅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타임지 편집자들은 그저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새 기류를 포착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를 쉽게 감지할 수 있어요. 청년층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당황하고 불평을 쏟아내요.

그럴 때 타임지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고 선언합니다. 놀라는 주기에는 평균 21.5년이라는 리듬이 있어요. 2013년 밀레니얼 다음으로 우리는 놀라게 할 홈랜드 세대는 2030년 중반에 부상할 겁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세대는 아버지 세대에 반기를 들고 할아버지 세대와 친해진다고요. 요즘 젊은이들은 위로가 아니라 지혜를 구하기 위해 노년층을 찾습니다. 베이비부머는 연장자가 아니라 현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회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위기에 빠지면 위로만으로 젊은이를 도울 수 없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보여줘야죠. 물질 너머의 가치를 평생 고민해 온 세대이니, 지금이야말로 그런 능력을 실천할 기회입니다.”

-한편, 금융위기를 거쳐 중년이 된 X세대가 괜찮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은 X세대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과소평가 된 세대가 X세대입니다. 1980년대의 윗세대는 X세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지금의 밀레니얼은 이들을 의식하지도 않죠. 그러나 X세대는 20세기 가장 많은 이민자와 다양성을 지닌 세대입니다. 독창성과 대담성을 인정해 주는 제도에 영향을 미쳤고, 음악, 쇼, 소설 분야에서 놀라운 창작물을 만들어냈어요.

결정적으로 앞서 설명한 것처럼 X세대가 속한 방랑자 원형은 국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합니다. X세대는 경제 전반에 걸쳐 위험하고 궂은일을 맡게 될 것이고, 그들의 리더십은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끌어낼 겁니다.”

-X세대 부모인 저는 자녀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안정된 고소득을 원하는 X세대는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압박을 가하기도 하지요. 알파 세대 자녀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홈랜드(알파 세대) 세대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별로 눈에 띄는 점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기도 하고요. ‘곁에 있어 주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 X세대의 양육 방식은, 자의식은 강하지만 어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호감형 세대를 만들었어요. 이들은 세상의 룰이 완전히 변화된 뒤에 본격적인 직업 경력을 시작합니다.

다행인 건 위기 이후의 사회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예술가 원형에 속하는 홈랜드는 청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경제적으로 가장 상승 가능성이 높은 세대예요. 1939년에 15세였던 사람이 본 미래와 1949년에 25세가 되었을 때 본 현재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면 알 겁니다.”

수 세기에 걸쳐 세대 자체의 자의식은 강해졌지만, 세대는 우리를 가족과 이어준다.

-세대에 소속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글쎄요. 사회적 역할 없이 충동으로만 산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모를 겁니다. 넓은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각 세대 원형은 다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영웅 원형은 주로 공동체, 풍요, 기술의 영역에서 유산을 남깁니다.

예술가 원형은 예술과 문학, 전문성, 적법 절차를, 예언자 원형은 가치, 비전, 종교를 그리고 방랑자 원형은 생존, 명예, 자유를 중시합니다. 실제로, 이 네 가지 원형은 서로를 보완하는 자연스러운 주기적 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어요.

영웅이 없다면 문명은 공동체로 결속되지 않고 물질적 진보도 누리지 못했겠죠. 예언자가 없다면 문명은 정신적으로 맹목적이 됐겠지요. 예술가가 없다면 문명은 최고 수준의 표현력으로 번영하지 못했을 겁니다. 방랑자가 없다면 문명은 생존조차 못 했을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전환기가 길어져 2038년까지 지금 같은 분열과 침체가 이어진다면 몹시 괴로울 것 같습니다. 겨울이 2029년에 끝나길 바라는 마음은 헛된 기대일까요?

“위기가 더 짧거나 더 길다고 해서 더 좋거나 더 나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 역사상 가장 짧았던 네 번째 전환기는 남북전쟁 위기였습니다. 전환 시간이 짧았음에도 그 전쟁으로 75만 명의 미국인이 사망했어요. 이 수치는 미국 역사상 다른 모든 네 번째 전환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망자에 해당합니다.”

-네 번째 전환기 중에 3차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60%의 미국인들이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50%는 미국 내 내전 가능성도 예상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 분쟁의 발단이 될 수 있어요. 중동(이란)이나 서태평양(중국과 북한)이 분쟁의 촉발점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모두가 뉴스를 주시해야 합니다.”

해리스 vs. 트럼프. 2024년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

-해리스의 대선 출마가 미국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나요?

“문제가 되는 것은 선거 자체가 아니라 선거 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유권자들이 보일 반응입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인의 약 절반은 자신의 이상과 삶의 방식에 적대적인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게 되었다고 느낄 겁니다.”

-반복되는 역사의 패턴과 리듬을 알면 우리는 더 현명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더 겸손해질 겁니다. 겸손이 현명함을 만들죠. 현대인들의 가장 큰 착각은 진보와 성장이 필연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세대가 지날수록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충만해질 지식과 기술을 갖게 될 거라는 가정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제 책과 이 인터뷰에서 그런 가설이 세대 간 반작용의 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각 세대는 자신이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달려가지만, 결국 지나치게 나아가게 되고 그 결과 후속 세대는 반대 방향으로 과도하게 밀려가며 교정합니다. 우리는 항상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조상들의 미덕이 현세대에게는 고루하게 보여도, 자녀나 손자 세대에서는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곤 합니다.”

-세대 주기가 일종의 예지력을 선물하는군요.

“그렇습니다. 1980년대에 ‘강한 사랑’으로 자란 X세대가 실용적인 생존자가 되는 법을 배웠을 때, 그들이 2020년대의 혼란 속에서 많은 자원을 손에 쥔 중년 리더가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교복을 입고 ‘좋은 시민’이 되는 법을 배운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대규모 팀워크 능력으로 국가의 운명을 끌고 갈지 누가 알았겠어요?

선조들의 미덕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대적 원형들은 잠깐 휴면 상태에 있을 뿐이며, 세대 주기의 전환과 함께 역사는 다시 그들을 소환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시간은 순환한다는 것과 세대 역할을 강조하는 이 책을 쓰면서 발견한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선생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 겨울을 보내고 계십니까?

“지금의 위기를 통과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족과 가까이 지내고, 이웃과 친해지며, 자산을 다양화하고, 뉴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강점을 인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보며 혀를 차지 마세요. 세대 간의 차이와 판단은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어 온 규칙입니다. 우리가 젊은이를 비판하려면, 우리가 윗세대가 얼마나 달랐고, 부모 세대가 우리를 얼마나 가혹하게 비판했는지를 돌아보아야죠.

내가 하지 못한 것은 다음 세대가 해낼 거라고 믿으세요. 좋든 나쁘든 이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대표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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