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프로가 단순히 지배구조의 정점에 머무는 전형적인 지주사 모델에서 벗어나 스스로 실적을 만들어내는 사업형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자회사 배당과 지분법이익에 의존하던 구조를 넘어 니켈 제련, 메탈트레이딩, 리튬·리사이클 등 자체사업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그룹의 실질적인 수익창출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315억원, 영업이익 233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3조1279억원) 대비 1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지주사 자체사업의 계단식 성장이다. 메탈트레이딩과 투자수익 등을 포함한 지주사 단독사업 매출은 △1분기 431억원 △2분기 437억원 △3분기 694억원 △4분기 896억원 등으로 분기마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업별로 보면 메탈트레이딩이 성장을 주도했다. 메탈트레이딩 매출은 △1분기 333억원 △2분기 419억원 △3분기 510억원 △4분기 729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가동 확대로 중간재 확보 능력이 강화되면서 '자원조달→제련→트레이딩'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효과가 본격적화한 결과다. 투자 관련 수익(지분법·대여금 등)도 분기별 변동성은 있었지만 전체 실적을 안정적으로 보완했다.

자회사 사업의 턴어라운드도 지주사 실적개선에 힘을 보탰다. 리튬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분기에 각각 70억원, 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함께 흑자전환했다. 직전 분기 대규모 적자에서 1개 분기 만에 수익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그룹의 손익 체질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수익성 회복의 배경에는 내부 비용구조 개편이 자리한다. 에코프로는 그룹 생산설비 내용연수를 기존 10년에서 동종 업계 수준인 15년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연간 감가상각비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고정비 구조가 슬림화하면서 가동률 상승과 시너지를 냈다. 이에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면서 자회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한층 빨라졌다.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장기간 실적을 압박했던 메탈 가격이 반등하면서 마진 개선의 여건이 마련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와 글로벌 원자재 시황 분석기관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리튬 가격은 직전 분기 말보다 약 98% 급등했다. 니켈 가격 역시 16% 상승했다. 핵심 배터리 소재 가격이 함께 반등하면서 제품 판매단가와 원가 간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는 메탈을 선매입해 재고로 보유한 뒤 시차를 두고 제품에 반영하는 사업구조라 래깅(lagging) 효과가 크다. 에코프로는 상반기부터 래깅 효과가 본격적으로 손익에 반영되며 이익률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가 2022년부터 약 7000억원을 투입하며 공을 들여온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사업도 올해부터 핵심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 IMIP 4개 제련소의 연평균 영업이익 기여 전망치를 기존보다 20% 상향한 2200억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이미 약 2500억원 규모의 투자차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제련소들이 전면가동(램프업) 체제에 돌입하면서 원가경쟁력 확보와 트레이딩 수익 극대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올해는 이미 투자한 4개 제련소가 연초부터 풀가동되는 첫해인 만큼 지주사의 독자적인 현금창출력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는 이를 통해 확보한 니켈 중간재(MHP)를 판매하거나 트레이딩에 활용해 독자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지표에는 이러한 실적개선 흐름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당기순손실의 상당 부분이 본업과 무관한 회계상 평가손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4분기 당기순손실의 주요 원인이었던 주가수익스와프(PRS) 관련 평가손실은 에코프로비엠 주가 하락에 따른 매도차손 보장 계약의 영향으로 약 1160억원이 반영된 수치로 실제 현금유출은 없다. 최근 주가가 계약 단가를 상회하면서 향후 평가이익으로 환입될 가능성도 높다.
오히려 PRS로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체력은 한층 강화됐다.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직전 분기 대비 111% 증가한 1조1866억원에 달해 향후 투자와 운영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와 함께 인도네시아 제련사업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노력했다"며 "올해 전 사업장에 인공지능(AI) 도입, 로봇 등 뉴 애플리케이션 대응력을 강화해 흑자 기조를 안착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