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논리’ 50돌…리영희 정신 잇는 독립언론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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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사고실험인데, 만약 리영희 선생님께서 지금 시점에 '전환시대의 논리'를 발표했다면, 어떤 식으로 했을지 궁금하다."
활자의 시대였던 1970년대 '지사적 저널리스트' 리영희 선생이 오늘날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선 어떤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실천했을지 묻는 질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1974년 발간된 리영희(1929∼2010) 선생의 대표작 '전환시대의 논리'(창비) 50돌을 기념하여 리영희재단과 출판사 창비, 한겨레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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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리영희, ‘엄혹한 시대’ 지사적 저널리즘
미디어 격변 속 저널리즘 신뢰위기 돌파구 논의
“일종의 사고실험인데, 만약 리영희 선생님께서 지금 시점에 ‘전환시대의 논리’를 발표했다면, 어떤 식으로 했을지 궁금하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정보사회미디어학과)는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다시, 전환시대를 맞으며’ 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활자의 시대였던 1970년대 ‘지사적 저널리스트’ 리영희 선생이 오늘날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선 어떤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실천했을지 묻는 질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1974년 발간된 리영희(1929∼2010) 선생의 대표작 ‘전환시대의 논리’(창비) 50돌을 기념하여 리영희재단과 출판사 창비, 한겨레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 1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2부는 ‘미디어와 저널리즘’으로 진행됐다.
저널리즘을 다룬 2부 사회를 맡은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미디어콘텐츠학부)는 “리영희 선생에게 언론·미디어·저널리즘은 태도이자 행동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세계가 아무리 바뀌어도 (언론) 매체가 전달하지 않으면 사회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이 선생의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정준희 교수는 ‘전환시대의 논리’가 1970∼90년대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대’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성의 인식과 단절하고 새로운 실험, 새로운 문제의식, 새로운 사람들을 동원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영희 선생 시대 이후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오늘날 한국 언론이 저널리즘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준희 교수는 “(현재의 한국 언론은) 미디어 환경을 전환할 힘도, 주체도, 의지도 없다”며 “과거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지적 역량, 물적 기반, 사회적 유대를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위기를 타개할 힘도 잃어버렸다는 진단이다.
참석자들은 이런 위기의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언론인들이 기성 시스템에 포획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리영희 정신’을 잇는 독립언론 역할 확대를 우선 꼽았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리영희 선생 시대와 달리, 기자 개인의 각성만으로 시대적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정파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쓸수록 큰 수익을 올리게 되는 현재 뉴스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독자가 인공지능을 통해 개별 뉴스가 아닌 뉴스 요약본을 만나는 시대가 오면 미래는 더 디스토피아적으로 될 것”이라며 “뉴스룸에서는 고품질 뉴스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영희 선생은 1957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합동통신, 조선일보 등을 거치며 국제 뉴스 전문가로 활약했다.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신문사와 한양대 교수 자리에서 연달아 쫓겨났고, 1977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2년여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출소 뒤 선생은 한겨레신문 창간(1988) 당시 초대 이사·논설고문을 지내는 등 ‘실천하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이날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다룬 1부 토론에서는 박민희 한겨레 선임기자, 남기정 서울대 교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발제를 맡아 오늘날 동아시아 정세를 ‘새로운 전환 시대’라는 관점에서 해설했다. 패널 토론에는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와 이해지 대학생연합동아리 ‘빠스’(PAZ) 대표가 참여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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