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제작비는 11억 원, 손익분기점은 단 70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267만 명이 극장을 찾았죠. 손익분기점의 거의 네 배에 가까운 숫자였습니다. 2018년 3월 개봉해 한국 공포영화의 흥행 공식을 다시 쓴 이 작품, 바로 '곤지암'입니다.
개봉 첫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개봉일이었던 2018년 3월 28일, 이 영화는 하루 만에 19만 7천여 명을 불러 모았습니다. 같은 시기 수백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작품들이 즐비했던 극장가에서 나온 성적이라 더 놀라웠습니다. 개봉 나흘째인 31일에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누적 관객 99만 명을 기록하며 100만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 흐름을 두고 "역대급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스타 배우도, 대규모 제작비도 없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순제작비 11억이라는 숫자의 의미
이 작품의 순제작비는 10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케팅과 배급에 들어간 비용을 더해도 극장 관객 기준 손익분기점은 70만 명에서 80만 명 사이였습니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가 수십억 원을 훌쩍 넘던 시기에 이 정도 규모로 전국 개봉을 감행한 것 자체가 모험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모험은 투자 대비 수익률에서 그해 가장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저예산 공포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지금도 자주 언급됩니다.

체험형 연출이 만들어낸 몰입
이 영화가 택한 방식은 이른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었습니다. 공포 체험단이 폐병원에 들어가 생중계를 진행한다는 설정 아래, 출연자들이 직접 든 카메라와 몸에 부착한 소형 카메라의 시점을 교차시켰습니다. 관객이 화면 속 인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간을 걷는 듯한 감각을 만들어낸 것이죠. 제작비를 아끼면서도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적은 예산이 오히려 장르적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8년 만에 깨진 기록
이 작품이 세운 한국 정통 공포영화 흥행 기록은 꽤 오래 유지됐습니다. 최근에야 순제작비 30억 원 규모의 신작이 이 기록에 도전하며 다시 화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267만이라는 숫자가 공포 장르에서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고지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중저예산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며 '가성비 흥행'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유효한 공포
개봉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한국 공포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촬영지를 찾는 관객이 생길 만큼 사회적 반향도 컸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관객이 관객을 부르는 구조가 만들어졌던 것도 흥행의 큰 축이었습니다. 공포 장르에 거부감이 없다면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놓기 어려운 체험을 하게 될 작품입니다. 현재 여러 OTT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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