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초호화 리조트가 고작 750만원에 팔린 까닭
[땅집고] 일본 대표 스키·온천 휴양지라 불리는 니가타(新潟)현 유자와(湯澤)가 ‘빈집 지옥’이 됐다. 10억원(1억엔)에 분양한 고급 리조트는 750만원(75만엔)으로 폭락했다. 유자와 일대 분양형 리조트 아파트 입주율은 15%에 불과하다. 10곳 중 8곳 이상이 빈집인 셈이다.
최근 유튜브 ‘면상구제’ 채널에 올라온 ‘일본 버블 경제 몰락! 10억짜리 최고급 아파트 촌이 폭망한 이유’라는 영상에서 유튜버는 버블의 상흔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유자와 부동산을 다뤘다.
유자와는 일본 버블시대 때 집값이 정점을 찍고 폭락한 대표 도시 중 하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 지역 고급 리조트 분양가는 최소 3억(3000만엔)이었다. 이 일대 최고층 리조트인 빅토리아 타워 유자와 분양가는 1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분양가 1% 수준인 헐값에 매물이 나와도 고정 자산세와 관리비 부담에 거래가 끊긴 상태인 셈이다. A씨는 “3억짜리 집의 현재 시세는 100만원이다”며 “고급 주택이라 커뮤니티시설을 갖춰 놨는데 관리비 부담도 커 사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유자와에는 과거 일본 버블 경제 시절 최고급 맨션만 50곳 이상 지어졌다. 당시 스키 열풍이 불면서 수요에 비해 호텔 공급이 부족해 늘 만실이었다. 이에 디벨로퍼들이 잇따라 스키장 인근 리조트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호실은 개별 등기가 가능한 상품으로 고분양가에도 완판됐다.
일본 니가타현 유자와는 겨울 최고 적설량이 4m에 이르는 등 12개 스키장이 있을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스키·온천 휴양지였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이면 도착해 접근성이 뛰어난 도시다. 곳곳에 고급 스키리조트가 널려 있고, 신칸센역 2층에 올라가면 바로 스키 리조트와 연결돼 도쿄 직장인들이 평일 퇴근 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했다. 한때 이곳을 찾는 스키·스노보드 동호인 수만 매년 470만명에 달했다.
유자와 지역은 버블 당시 너나없이 맨션 아파트를 구입하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유층 세컨하우스로 명성을 떨쳤다. 1990년 초반엔 버블 경제 전과 비교하면 땅값이 5배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1990년대 정점과 비교해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맨션들이 아직도 즐비하다. 현재는 인구 8000명에 불과하다.
고도 성장기였던 1960~1970년대 일본에서는 ‘마이홈’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소득과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일본인들은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장만했다. 1970년대 일본판 국토균형개발정책인 ‘일본열도개조론’은 토지 투기를 불러일으켜 땅값 폭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부동산 가격은 3.5배 급등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집값이 폭락하고 빈집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27.3%, 2038년에는 3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