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와 10년째 '아름다운 동행'

[박태호 과천호스피스회 자원봉사회장]

자원봉사자에 발 마사지 교육 지원
공로 인정 작년 '과천시민대상' 수상
매년 2차례 환자와 여행…추억 선물
“봉사는 보람이자 기쁨…계속할 것”

“봉사는 보람이자 기쁨이죠. 힘닿는데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박태호 ㈔과천호스피스회 자원봉사회 회장(사진)은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절대로 도와줄 수 없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봉사란 자기가 하고 싶어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며 힘들어서 못 한다”며 ”환우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과천호스피스회는 지난 2003년 출범해 2011년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았다.

과천호스피스회는 자원봉사자에게 발 마사지 등의 교육을 지원한다. 교육 수료자들은 그 뒤 안양샘병원, 군포 지샘병원, 과천구세군 등에서 발 마사지를 하거나 성가를 불러 주며 말기 암 환자의 몸과 마음을 다독여 준다.

박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과천시민대상(봉사·효행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고 했다.

“과천호스피스회는 매년 봄, 가을 2차례 말기 암 환자와 가족 여행을 합니다. 제주도, 강원 강릉, 전북 전주 등 가고 싶은 곳을 정해 여행합니다. 목사님과 저도 환자의 사실상 마지막 여행에 같이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제주도에 처음 와봤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사비를 들여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추억을 선물합니다. 암 환자와 그 가족이 감사하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보내오기도 해요.”

그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보람이라기보다 아픈 기억이 더 많다고 했다.

“환자에게 발 마사지를 해 주면 시원하다고 상당히 좋아하세요. 그런데 그다음 주에 병원에 가니까 그분이 안 계셔요. 말기 암 환자이기 때문에 일주일 사이에 돌아가신 거죠. 한 번 찾아뵈면 그다음에 만나기가 힘든 분이 많아요. 환자 한 분당 한 달 정도 돌보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그래서 환우들과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인사를 하지 못해요. 매주 새로운 환자를 만난다고 보면 돼요.”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그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장수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고 있다고 했다.

“2007년 당시 최종수 과천문화원장(현재 성균관장)께서 장수 사진을 찍는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때부터 과천경로당과 자원봉사센터, 장애인복지관 등을 돌며 장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어르신 사진을 액자에 넣어 나눠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700여명에게 장수 사진을 전달했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오래오래 사시라는 의미로 사진을 찍어 드리고 있어요.”

박태호 회장은 “말기 암 환자 돌봄과 장수 사진 찍기 봉사는 지속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봉사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전한다. “봉사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거 같습니다. 봉사하면 그 기쁨이 다시 내게 돌아옵니다. 주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아요.”

/과천=글·사진 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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