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우주선인가 자동차인가' 캐딜락 부활 이끌 전기 SUV '리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은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 주역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리릭'이다.
실제 리릭을 만나면 첫 인상에 순간 살짝 주춤이게 된다. 평소 수없이 많은 차량을 몰고 다니는 자동차 전문기자 입장에서도 이건 너무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100㎞ 구간 시승에 불과했지만 그 포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멋진 외관에 감탄하고 도어를 여는 순간 자동차 보단 우주선에 가깝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리릭은 크기도 적당히 크고, 고급스러운 세단과 SUV, 쿠페의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실제 리릭 크기는 전장 4995㎜, 전폭 1980㎜의 준대형 SUV로 전고는 의외로 낮은 1640㎜다. 살짝 부풀어 오른 보닛과 블랙 하이그로시를 맘껏 적용한 프런트 그릴은 럭셔리 외관의 끝판왕 수준이다. 미국 브랜드 보단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어디선가 디자인 한듯이 묵직함과 날렵함이 조화를 이뤘다.
옆면에서 보면 프런트는 당당하고 루프는 뒤로 물흐르듯 낮게 뻗었다. 특히 C필러에서 트렁크 도어로 이어지는 라인은 스포츠카와 픽업트럭의 어느 중간 지점을 연상케 했다. 육중하고 범접하지 못할 분위기의 기존 캐딜락 대표 모델 에스컬레이드와는 딴판이다. 스포티함을 적절히 담아낸 것은 그만큼 젊은 CEO를 겨냥했다고 보여졌다.
측면 라인은 캐딜락의 첫번째 순수전기차인 만큼 공기저항을 최소로 줄여 정숙함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플로우 스루 루프 스포일러'와 매립형 도어 핸들을 통해 공기 역학적인 성능을 극대화했다. 또 캐딜락 로고를 본뜬 방패 '블랙 크리스탈 쉴드'와 수직형 헤드램프를 중심으로 전후좌우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디자인이 강조됐다.
실내는 아늑하면서도 실외와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다. 원목과 알루미늄, 그리고 부드러운 나파 가죽으로 구석구석을 꾸몄다.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은 건 33인치에 달하는 길게 뻗은 디스플레이다. 엄청난 포스를 전달하면서도 마치 스마트폰을 만지듯 반응이 아주 빨랐다.
휴대폰과 차를 연결하고 차량 및 충전 상태를 확인하거나 편의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자주 쓰는 공조 장치 등 조절 버튼은 디스플레이 하단으로 내려 처음 만나는 차지만 조작이 어렵지 않았다.
최고급을 지향하면서도 리릭은 자체 내비게이션을 탑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이용해 안드로이드 오토 또는 애플 카플레이로 모든 걸 해결하도록 했다. 아주 좋은 선택이다. 내비게이션 정보나 음악 등 개인에 맞춰진 활용성이 요즘 대세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서는 역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의 진가가 발휘됐다. 배터리는 무려 102kWh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65㎞에 달한다. 전후륜 각각 적용된 모터가 최대 출력 500마력 최대 토크 62.2kg·m으로 원하는 만큼 우주선을 세차게 날린다.
워낙 흡음 진동매트를 다량 썼다는 걸 느끼는 동시에 차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까지 조화를 이뤄 차 밖의 세상은 나와 관계없다. 독특한 장점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 회생제동이다. 운전대 뒤에 달린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 스위치를 활용하면 패들 스위치가 압력을 감지해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한다. 살짝 누르면 감속 수준이 낮고 세게 누르면 감속 수준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다만 레벨2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슈퍼크루즈'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다. 이는 리릭뿐만 아니라 캐딜락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기종이 동일하다. 슈퍼크루즈는 구글맵을 연동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보안을 이유로 구글맵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등이 탑재돼 어느 정도 갈증은 해소됐다.
리릭은 에너지효율성이 상당히 높았다.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고도 전비 5.2㎞/kWh를 기록했다. 공인 전비(3.9㎞/kWh)를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효율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리릭은 최상위 스포츠 트림이 국내에 들어왔고 가격은 1억696만원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캐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