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이자부터 줄이자” 주담대 상환 뒤로 미루는 청년들
청년층, 체증식 상환 방식·50년 만기 대출 선호
소득 늘어나는 미래에 이자 상환하려는 선택
2030세대 부채 비중 증가는 금융시장 불안 요인
청년층이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부담을 뒤로 미루고 있다. 체증식 대출 상환 방식과 만기가 긴 상품을 선택해 대출 초기에 원리금 상환액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 당장 눈앞의 이자부터 줄이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17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40년 만기 정책모기지 가운데 체증식 상환 방식 비중이 2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만기 정책모기지의 체증식 상환 방식이 지난해 7월 도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 6개월 만에 4명 중 1명꼴로 체증식 상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소득이 적은 청년층은 체증식 상환 방식이 원리금균등 상환 방식에 비해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만기 전 대출을 갈아타면 전체 이자마저 줄일 수 있어 체증식 상환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체증식 상환 방식은 대출 초기에는 상환액이 적고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 상환액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대출만기 40년으로 3억원을 연이율 4.6% 빌렸다고 한다면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에서는 매월 약 137만원을 만기까지 갚아야 한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체증식 상환 방식을 이용하면 1회차 상환금액은 약 117만원이다. 원리금균등 상환방식 대비 20만원 줄어든다. 다만,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한다면 총이자는 원리금균등 상환 방식보다 약 3000만원 이상 더 많다.
초기 이자 부담이 큰 청년층의 또다른 선택지는 초장기 정책 모기지다. 정책 모기지의 만기가 길수록 총이자 규모는 늘어나지만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들기 때문에 청년층은 초장기 상품을 택하고 있다. 주금공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50년 만기 상품을 출시했다.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시된 주금공의 50년 만기 정책 모기지는 초창기 수요가 저조했으나, 지난해 말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까지 확대됐다. 2021년 출시된 40년 만기 정책 모기지 역시 출시 1년 만에 비중이 전체 상품의 16.8%까지 확대됐다.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만기를 초장기로 설정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 6일 기준 저소득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형 상품에서 30~50년 만기를 선택한 비중은 전체 대출의 80.9%를 차지했다.
청년층이 이러한 상품을 선택한 이유는 주택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적은 소득으로 원리금을 많이 갚기에는 빠듯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9~39세 청년 가구 중 20%가량이 소득의 30% 이상을 금융부채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인 DTI가 300% 이상인 청년가구주 비율 또한 2018년 약 16%에서 2021년 약 22%로 빠르게 증가했다.
고금리 상황이라는 점도 청년층이 초기 상환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이유 중 하나다. 금리 상승기 돈을 빌린 청년들은 금리가 낮아질 때 중도에 대출을 갈아타면 총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의 월평균 소득(2020년 기준)은 229만원으로, 40대(393만원)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 집 마련에 나선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이 적은 상태라서 만기를 늘려 월 상환금액을 줄이는 쪽을 택하고 있다”라며 “체증식 상환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도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소득이 상승해 여유가 있을 때 갚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년층이 초기 이자 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대출을 하고 있더라도 소득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청년층의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40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다중채무자 비율 역시 30대 이하가 31.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부채 규모가 늘어난 상황에서 다중채무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부실의 위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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