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만원짜리 혁명” 한국 첫 경차, 티코의 등장

대한민국 경차 시장의 시작은 ‘작고, 싸고, 실용적인 차’를 만들자는 정부의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1983년)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 계획의 결실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바로 대우국민차 ‘티코(Tico)’가 1991년 탄생했다.

티코는 당시 대우조선공업이 창원에 설립한 ‘대우국민차’(현 한국지엠 창원공장)를 통해 생산됐다. 디자인과 구조는 일본 스즈키 ‘알토(Alto)’를 바탕으로 했지만, 국내 경차 규격에 맞춰 배기량을 0.8리터(F8C 엔진)로 키우고 외형도 일부 조정됐다. 초기 변속기는 5단 수동만 제공됐다.

가격은 단 290만 원. 당시 소형차가 400~500만 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접근성이었다. 편의사양을 최소화한 만큼 당시 언론과 대중은 티코를 ‘싸구려’, ‘작은차’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실제로 티코를 소재로 한 유머나 풍자도 대중문화 속에서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1991년 3만1천 대, 1992년 5만9천 대가 팔렸고,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던 1997년에는 월 1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경제성, 유지비, 연비에서 강점을 발휘한 티코는 오히려 "가성비 최고" 실속형 자동차로 재평가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티코의 성공은 대한민국 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세그먼트’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됐다. 그 전까지 경차는 자동차 시장 내에서도 '기형적' 취급을 받았지만, 티코 이후 현대 아토스, 기아 비스토 등 다양한 경쟁차가 등장하면서 경차 시장은 하나의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는다.

이후 등장한 현대 아토스는 높은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 다양한 편의사양을 무기로 티코를 위협했고, 이에 맞서 대우는 1998년 마티즈를 출시했다. 마티즈는 티코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구성과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티코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티코는 2000년 내수 단종, 2001년 수출 종료를 끝으로 생산을 마감했다. 하지만 수출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끌었고, 많은 중고 티코가 루마니아·페루 등 개발도상국에 재수출되며 ‘가성비 차’로 활약했다.

오늘날에도 티코는 여전히 ‘한국 최초의 경차’로 기억되며, 쉐보레 스파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경차 계보의 원조이자, 대중 자동차의 문을 연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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