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병력난과 북한군 파병의 배경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초기에 ‘단기간 전쟁’을 장담했던 러시아는 전투가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병력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징집 연령을 높이고, 장기 복무 계약병을 모집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선택한 방안이 바로 북한과의 협력이었다. 러시아는 유엔 제재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북한과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북한으로부터 군수품과 병력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석유, 식량, 외화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러시아는 값싼 병력을 확보하는 실리를 챙겼다.

전투 후에도 이어지는 북한군의 희생
러시아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했던 크루스크 지역을 완전히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북한군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독립 매체들은 “북한군이 크루스크 일대의 지뢰 제거 임무에 동원되고 있으며,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폭로는 러시아군 병사의 가족이 촬영한 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영상 속 인물은 “부상병과 북한 병사들이 함께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러시아군 일부는 총을 쏠 수 없는 부상병 상태로 공병 부대에 재배치됐으며, 북한군은 이들과 함께 지뢰밭에 투입되고 있다.

지뢰밭으로 변한 크루스크 지역의 실태
크루스크는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지난해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후퇴 과정에서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대규모로 매설했으며, 러시아 역시 방어선 구축을 위해 지뢰를 깔았다. 전투가 끝난 지금도 이 지역 곳곳에는 수천 개의 폭발물이 남아 있다.
지뢰 제거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위험한 임무지만, 러시아는 숙련 공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북한군을 투입하고 있다. 일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안전장비 없이 맨손에 가까운 상태로 작업을 수행하며,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다. “매일 몇 명씩 사라진다”는 현지 증언은 그 참혹함을 보여준다.

북한의 침묵과 통제된 정보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군사기술 협력단을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파병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사진과 유럽 정보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내 북한 인력은 수천 명 규모로, 상당수가 군사 복무 형태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가족들이 러시아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정확한 행선지나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망한 병사의 가족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전달되지 않으며, 일부는 “훈련 중 사고사”로 처리된다는 증언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정보 통제를 극단적으로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외교적 파장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불러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해외 무력 활동을 금지한 제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북한이 러시아 전쟁을 돕는 것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비난 성명을 냈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해외 병력 파견은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라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 인력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복구 작업만 담당한다”고 반박하지만, 현장 영상과 증언이 잇따르면서 그 주장은 신뢰를 잃고 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의 그림자
크루스크 전투가 종료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북한군의 희생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총알이 아닌 지뢰로 목숨을 잃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를 ‘협력의 상징’이라 주장하지만, 실상은 인권을 무시한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싸우다 사망한 병사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강제로 지뢰밭에 투입된 병사들의 죽음은 더욱 비극적이다. 국제사회는 이 사안을 단순한 전쟁의 부산물로 넘기지 말고, 명확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의 현실은 단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누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