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아이돌 외모 품평 등 문건 논란 “고개 숙여 사죄”… 민희진 ‘어도어 대표’ 복귀 불발
민희진, 하이브 상대로 ‘대표 재선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냈으나 법원이 각하
하이브가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에 대한 부적절한 모니터링(관찰) 문건을 작성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공식 사과했다.
이재상 최고경영자(CEO)는 29일 하이브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해당 문건의 존재와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문건에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다른 기획사 아이돌 가수 등에 대한 누리꾼의 외모 품평과 부적절한 표현이 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이날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가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에 맞지 않을 때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신청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피보전권리(보호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각하 이유를 댔다. 어도어는 30일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으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여기서 자신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민 전 대표의 궁극적인 신청 취지다.
앞서 지난해 3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도어의 하이브 측 사내이사 3인에게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라고 하이브가 지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계약은 민 전 대표가 2021년 11월부터 5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이브 몫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조항을 근거로 가처분을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이사들이 이를 꼭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어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상법·민법상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안건에 관한 찬반을 판단·결정해야 한다”며 “하이브의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정식 재판)에서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돼야 할 필요가 있고, 현 단계에서 이 조항의 유효성을 전제로 이행을 명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가처분 결론이 나오기 전인 지난 17일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일단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임기는 내달 2일부터 3년이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와 근본적인 신뢰 관계가 파괴됐다며 대표이사 선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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