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 밀양에 새롭게 조성된 용두산 생태공원은 강변 절벽을 따라 조성된 330m 잔도길과 달팽이전망대를 중심으로, 도심 속에서 자연과 치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양시 도심 한복판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오랫동안 잊혀졌던 땅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바로 용두산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자 불법 경작지로 훼손되었던 상처의 현장이었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 품으로 되돌아왔다. 이제는 ‘도심 속 치유의 산책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복원의 상징, 용두산 생태공원
용두산 자락은 예부터 큰고니, 수리부엉이, 원앙, 수달이 터전을 삼던 생태 보고였다. 하지만 개발과 방치로 오랫동안 빛을 잃었고, 묘지와 불법 경작지가 들어서며 황폐화됐다. 밀양시는 이곳을 단순한 공원 조성에 그치지 않고, 본래의 생태 기능을 회복하는 복원형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연과 인간, 야생과 도시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잔도길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수변산책로 잔도길’이다. 본래 절벽에 매달린 길을 뜻하는 잔도는 공포와 모험을 상징하지만, 밀양 잔도길은 안전성과 평온함을 강조했다. 총 길이 330m, 폭 1.5m의 데크는 강물과 나란히 이어지며, 무장애(barrier-free) 설계로 누구나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이들도 밀양강의 윤슬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길을 걸으면 자연 속에서 ‘평등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달팽이전망대

잔도길을 마주한 산길에는 나선형으로 설계된 달팽이전망대가 자리한다.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달팽이 껍질처럼 휘감으며 올라가는 3층 높이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정상에 오르면 밀양강의 푸른 물줄기가 8자 형태로 흐르고, 방금 걸었던 잔도길이 벼랑에 걸린 듯 선명히 보인다. 멀리 영남루와 아동산, 용평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단순한 전망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방문 팁과 교통편
내비게이션에는 ‘용궁사(밀양시 용두산길 101-11)’를 입력하면 된다. 사찰 앞 도로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 역시 없다. 가을에는 은빛 억새와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 잔도길과 전망대가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여름철에는 강변의 시원한 바람 덕분에 더위를 피하기에도 좋다. 다만 겨울에는 일부 구간이 미끄러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변에서 즐길 거리
공원 인근에는 밀양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영남루가 있다. 또한 밀양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과 카페 거리, 전통시장이 있어 하루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아이들과 방문한다면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와 연계하면 교육과 체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계절별 추천 포인트
• 여름: 잔도 위로 불어오는 강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 가을: 억새와 단풍이 절정에 달하며 사진 명소로 각광받는다.
• 겨울: 설경 속 잔도와 전망대가 색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은 단순한 산책 공간이 아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포용적 관광지다.
강변 잔도길에서의 평화로운 발걸음, 달팽이전망대에서의 압도적인 파노라마는 여행자들에게 도시 재생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한다. 도심 가까이에서 특별한 휴식을 찾는다면, 올가을 이곳을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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