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모범생인데' KB·하나금융 제외 충격…'기회론'도

강지수 2024. 9. 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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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제고계획 '본공시' 제출 따라 편입 갈렸다
내년 6월 정기 변경…'더' 나은 주주환원 정책 내놓아야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기업가치제고방안 공시 여부가 편입 여부를 가른 데 대해서는 KB금융 및 하나금융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KB금융 및 하나금융의 밸류업 지수 미편입이 다소 의외라고 판단하면서도,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주가 부양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역발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신한·우리금융이 지수에 포함된 반면 KB·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됐다.

지수 포함이 유력했던 '밸류업 모범생'들이 제외되자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원성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밸류업 대장주로 손꼽혀 왔던 KB금융이 제외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오갔다.

KB금융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7만8100원으로 전일 대비 4.76% 내리며 신한지주(-5.14%) 다음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3.19%), 우리금융지주(-1.33%) 주가도 모두 전일 대비 하락했다.

그동안 금융주 전반에 선반영됐던 기대감이 현실화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밸류업 지수에 미편입된 종목에 대해서는 '실망 매물'이 출회되면서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편입 여부,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 여부에 갈렸다

KB·하나금융이 제외된 것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선별하는 데이터가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과거의 수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 금융지주들이 대거 탈락한 원인은 종목 선정에 있어 과거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 또한 "금번 발표된 밸류업 지수는 2022년과 2023년의 PBR 수치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KB금융의 PBR은 2024년 큰 폭으로 개선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KB금융의 PBR은 0.52배로 신한지주(0.51배), 하나금융지주(0.42배), 우리금융지주(0.37배)와 비교해 가장 높다. 

다만 4대 금융지주의 PBR이 최근까지도 모두 1배 미만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밸류업 지수 편입 여부는 사실상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 여부에 따라 갈린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거래소는 이번 밸류업 지수 명단의 선별 기준 5가지 중 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에서 50% 이내라는 기준을 내걸었는데, 해당 기준으로만 보면 4개 금융지주가 모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신한·우리금융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7월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지주는 이번 밸류업 지수에 공시 특례를 적용받아 편입됐다. 

2022년~2023년 2개년 평균 금융주 PBR 순위 /사진=삼성증권 제공

'열심히 했는데…' 아쉬운 KB·하나

연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제출할 예정이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번 지수 편입 불발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본공시만 하지 않았을 뿐 그동안 '밸류업 모범생'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기업가치제고계획 발표 여부가 지수 편입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나 귀띔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KB금융은 지난 5월 기업가치제고계획 관련 안내 공시를 하고, 10월 본공시 제출을 예정하고 준비 중에 있었다. 하나금융 또한 지난 8월 안내공시를 내고 올해 4분기 중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차별적인 주주환원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일이 소요됐던 만큼 제출 여부로 편입이 결정된 데 대해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다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편입 관련 논란이 없도록 정량적인 부분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동일 업종의 모든 종목을 넣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밸류업 방안을)미리 발표한 금융지주들을 넣어주는 게 공정한 방식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재 될 수도" 흘러나오는 역발상

'아쉽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이번 밸류업 지수 편입 여부가 당장 수급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신생 지수인 만큼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데다, 밸류업 지수 편입 여부를 밸류업 종목의 '자격'을 가르는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 또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위기를 보면 밸류업 지수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정작 관련된 지수나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라며 "세제혜택이나 금투세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밸류업 지수에 투자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오히려 이번 밸류업 지수에서 소외된 KB·하나금융을 주목하는 전략이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밸류업 '소외주'들이 내년 6월 밸류업 종목 교체 시까지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관계자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내년 6월 정기 변경 때 편입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밸류업 방안이나 재무지표를 보여줘야 할 부담이 훨씬 커진 상황"이라며 "편입 자격은 되는데 밸류업 지수에 빠져 있는 대형주를 지켜보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KB금융 관계자는 "10월에 예정돼 있는 밸류업 공시를 잘 준비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 8월 고시한 예고 공시에 따라 4분기 중 밸류업 계획 발표 후 2025년 6월 지수 정기심사 시에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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