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한국에 베팅하다

최진홍 기자 2026. 4. 9. 16: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패권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서울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단일 국가 투자 사상 최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 3월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을 통해 2025년부터 2031년까지 한국 내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 약 7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베팅의 위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미 투입된 5조6000억원을 포함, 2031년까지 한국에 총 1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AWS코리아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약 15조600억원을 기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단일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한국에 공식 발표한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의 구조적 변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의 독특한 지형, 그리고 공공·금융 시장이라는 새로운 개척지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AWS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빅테크 투자 광풍 속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4대 빅테크는 2026년 합산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전년 대비 15% 이상 확대한 상태다. 실제로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2026년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약 2000억달러(약 290조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구글도 노후 서버 교체와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18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간 자본 지출 규모도 100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생성형 AI 시대가 AI 에이전트 로드맵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규모는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수혜가 예상된다.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서 독특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싱가포르는 전력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이 사실상 중단됐고 홍콩은 정치적 리스크가 있으며 일본은 지진 위험이라는 지정학적 약점이 있다. 반면 한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IT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

AWS가 공격적인 한국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다. AI 인프라 확대 및 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니즈가 커지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국 정부도 전사적인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SK그룹과 협력해 추진 중인 울산 AI 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27년 운영을 목표로 SK그룹이 건설을 맡고 AWS가 AI 및 클라우드 역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계기로 맷 가먼 AWS CEO를 직접 접견하며 투자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고, 가먼 CEO는 그 자리에서 5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의지가 AWS의 결단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시 "AWS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는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생산성 정체와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등 우리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I 전환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60% 장악…독점적 지위의 강화

AWS의 한국 민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60.2%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약 3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4%로 2위, 네이버클라우드가 20.5%로 3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AWS의 최근 공격적 투자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에서 AWS의 영향력이 유독 높은 이유는 선점 효과에 있다. 2017년 서울 리전을 개설하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잇따라 AWS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시장의 '기본값'이 됐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상 한번 구축된 인프라를 다른 사업자로 옮기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 선점은 곧 장기적 지배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AWS는 이를 톡톡히 활용한 바 있다.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추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피스365와 깃허브 등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전반에 클라우드 사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전략으로 애저의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구글 클라우드는 국내에서 유독 고전하고 있어 큰 변수가 아니다. 네이버클라우드에 밀리는 상황이라 AWS의 맞수가 되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르다. 그러나 전용 AI 칩 TPU를 앞세운 글로벌 공세를 한국에도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 있어 일종의 변수는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AWS로서는 이런 경쟁 구도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서비스 품질과 용량 면에서 격차를 벌려놓아야 수성에 성공할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센터가 가까이 있을수록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데이터 주권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어 안정적인 로드맵 가동이 가능하다.

에이전틱 AI에서 피지컬 AI까지…기술 주도권 경쟁

최근 AWS가 한국에서 집행한 투자는 서버 용량 확대 등 일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AI 기술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포석이 읽힌다. AI 에이전틱 비전이 급격하게 현실의 판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제조업이 강한 한국과 협력, 피지컬 AI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는 올해 3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정부 기조에 맞춰 AWS도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올해를 에이전틱 AI 본격 도입의 원년으로 선언한 바 있다. 

에이전틱 AI란 단순 보조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를 뜻한다. 맥킨지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62%가 에이전틱 AI 도입을 실험하거나 적용하는 단계에 있으며,한국 IDC는 2027년까지 국내 조직 약 60%가 생성형 AI와 예측·에이전트 기술을 결합한 복합 AI 체계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시장 흐름에 발맞춰 AWS코리아의 2026년 전략은 세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에이전틱 AI 기반 비즈니스 가치 실현 지원이다. 기업 내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는 파이프라인 구축과 통합 데이터 레이크 구성을 지원하고 일반 업무 담당자도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AI 개발 생애주기 방법론을 보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규모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과 현대화다. 올해 오라클 환경을 AWS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국내 정식 출시하고 VM웨어·SAP 연계 마이그레이션도 공략한다. 

마지막으로 파트너 협력 모델의 세분화다. AWS가 주도하고 파트너가 지원하는 방식, 파트너가 주도하고 AWS가 지원하는 방식에 더해 파트너 100% 독립 실행 모델을 새로 도입한다는 각오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피지컬 AI 전담 조직 신설이다. 당장 AWS코리아는 로보틱스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함께 피지컬 AI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다. 김기완 AWS코리아 솔루션즈 아키텍트 총괄은 "협동형·휴머노이드형 로보틱스뿐 아니라 디지털 트윈, 팩토리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대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오픈AI에 총 500억달러를 투자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AWS는 오픈AI 모델을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틱 런타임 환경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100개 이상의 AI 모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이번 KISA 공시를 통해 AWS가 보안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생성형 AI를 보안 조사에 전면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AWS 사이버 보안 서비스는 AI 에이전트가 보안 사고를 직접 조사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 강화, 다요소 인증(MFA) 의무화 등도 병행한다. AWS는 전 세계적으로 143개 보안 표준과 컴플라이언스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CSAP)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함기호 대표는 "AWS에서 정보보호는 최우선 순위이고 고객의 신뢰 확보는 비즈니스의 토대"라며 "한국 기업의 AI 도입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안전한 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시장을 더 기민하게 파고들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공공시장은 AWS에 남은 최대 과제이자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AWS코리아는 지난해 3월 CSAP 하등급을 획득하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5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에 AWS를 글로벌 클라우드로 선정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함 대표는 "CSAP 관련 인증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결론이 나오는 대로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헬스케어, 교육 등 분야에서는 현재도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는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국내 클라우드 기업(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산업 생태계 우려도 존재한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자주성이라는 화두도 피할 수 없다.

K-AI 스타트업과의 동맹

AWS의 한국 전략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대다. 당장 지난해 10월 맷 가먼 CEO가 직접 주재한 'AWS 스타트업 라운드테이블'에는 업스테이지·트웰브랩스·퓨리오사AI·스캐터랩·핀다·마이리얼트립·리얼월드 등 7개 기업 리더가 참석했다. 이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와 트레이니움·인퍼런시아 칩을 활용해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솔라 미니와 솔라 프로가 이미 아마존 베드록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제공된다. 영상 인식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는 멀티모달 AI 모델 마렝고와 페가수스를 아마존 베드록에 등록한 첫 한국 기업이다.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칩 개발과 소프트웨어 성능 최적화에 AWS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AWS 입장에서 이런 협력은 자사 AI 칩(트레이니움·인퍼런시아)의 글로벌 생태계를 넓히는 동시에 한국 AI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자사 플랫폼에 귀속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으로서는 AWS의 글로벌 유통 채널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