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전력망”⋯ 美 AI 대란에 K-전력기기 ‘슈퍼사이클’ 탄다

장애리 기자 2026. 5.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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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LS·효성 북미 최대 전시회 ‘IEEE 2026’ 총출동
AI 데이터센터가 당긴 전력 수요⋯북미 대규모 송전망 프로젝트 가속 전망
HD현대일렉트릭 제공.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병목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망으로 확장되면서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북미 전력기기 수주전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렸다는 판단 아래 국내 기업들이 현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은 현지시간 7일까지 나흘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최대 전력 산업 전시회 ‘IEEE PES T&D 2026’에 참가해 차세대 전력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행사에는 전 세계 72개국에서 역대 최다인 93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전력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올해 전시회가 주목받은 것은 글로벌 AI 경쟁이 촉발한 미국의 전력 부족 사태가 있다.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현재 약 40GW에서 2035년 106GW로 3배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2023년 대비 17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의 높은 전력 소모량과 가파른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 탓에 전력망 투자 확대로도 송전 병목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는 대규모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주(州) 경계를 넘는 초고압 송전망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지연됐던 대형 사업들이 본격 가동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변압기, 차단기,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고부가 전력기기 수요를 장기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미 현지 생산 기반과 인증 레퍼런스를 갖춘 국내 기업들은 전시회 현장에서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행사 현장에서 미국 중부 권역 대형 유틸리티 회사와 총 1730억 원 규모의 765㎸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중남부 송전망 구축 계획인 ‘SPP 장기 송전 마스터 플랜’의 백본 프로젝트 핵심 사업을 따낸 것이다. 미주 시장을 겨냥해 2028년 출시 예정인 362㎸급 데드탱크형 초고압 차단기(DTCB)도 처음 공개했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차세대 송·변전 설루션을 앞세웠다. LS일렉트릭은 발전소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토털 설루션과 UL 인증 직류 배전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용 고신뢰성 배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용량의 800㎸ 7000A 가스절연차단기(GCB), 반도체 변압기(SST), 국내 최초 독자 개발 전압형 HVDC 시스템을 내세웠다.

대한전선도 북미 전력망 시장 공략에 나섰다. 송종민 부회장은 전시회 현장을 직접 찾아 북미 주요 전력청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대한전선은 최근 미국에서 수주한 320㎸급 케이블을 비롯해 525㎸급 HVDC 지중·해저케이블 기술력을 알리고, 기존 관로를 활용해 송전 용량을 높이는 노후 전력망 교체 솔루션을 제시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 전력기기 수요가 강하게 밀려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북미에서 품질과 납기 신뢰성을 인정받은 국내 업계의 수주 흐름과 실적 모멘텀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