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의 경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직면한 악재는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사이버트럭의 경우, 막대한 재고가 쌓이고 있음에도 정상적인 유통 경로까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은 테슬라가 약 2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2,900억 원에 달하는 사이버트럭 재고를 보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약 2,400대 분량의 차량이 판매되지 못한 채 주차장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며 사이버트럭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여기에 머스크의 우파 정치적인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소비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테슬라의 브랜드 충성도를 견인해온 혁신 이미지가 정치적 논란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매 급감 상황에
재고 산더미 됐다
출시 초기에 사이버트럭이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것과 달리, 현재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때 생산 지연과 세제 혜택 미적용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이제는 단순히 차가 팔리지 않아서라는 냉정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렉트릭은 사이버트럭의 실패를 그 어떤 외부 요인보다 제품 자체의 매력 부재로 진단했다. 독특한 외형과 콘셉트는 주목을 받았지만 실사용자 입장에서 품질이나 실용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에 제공하던 트레이드-인 제도를 사이버트럭 구매자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차량을 반납하고 신차를 할인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이는 중고차 가치 하락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테슬라답지 않은 고객 응대 방식이라는 비판이 함께 제기됐다.
사실상 시장은 이미 사이버트럭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중고차 분석 플랫폼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이버트럭 중고차 가치는 무려 13% 하락했다. 여기에 리콜 이슈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또 한 번 6% 가량 떨어졌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전 행정부와 정치적 교류를 이어가며,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동차를 넘어 기술과 미래를 산다는 테슬라의 브랜드 메시지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대규모 리콜 악재까지
과연 회복 가능할까?
사이버트럭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리콜 사태 이후 더욱 거세졌다. 지난 3월, 테슬라는 주행 중 외장 패널인 캔트 레일이 이탈하는 결함을 이유로 무려 4만 6천여 대를 리콜했다. 문제는 일반 판매 시작 이후 출고된 모든 사이버트럭이 리콜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초기 생산 전량이 문제를 안고 출고되었다는 점은, 테슬라의 품질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도 불러일으켰다.
리콜 사태에서 테슬라의 고객 응대 서비스도 문제가 됐다. 일부 사이버트럭 차주들이 수리 지연과 품질 문제를 이유로 반품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이다. 레몬법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트레이드-인이나 반품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입장은 소비자 불만을 커지게 만들었다. 과거 테슬라가 내세웠던 고객 중심주의가 사라졌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사이버트럭은 국내에서도 포착된 바가 있다.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4 오토살롱위크에서 세계적 화제였던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같은해 11월에는 샤넬 2024/25 크루즈 레플리카 쇼 참석차 홍콩 출국을 위해 지드래곤이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등장했다. 이렇게 향후 국내 출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