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아시아 해군 전력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22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은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지난 10월 31일 대만의 자유시보는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수지윈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만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22년 만의 도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계획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자위력 강화를 위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했습니다.

회담 후 한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의하고 추가 협의를 제안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이 다시 추진하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대통령이 핵무장 공격 잠수함(SSBN)이 아닌 재래식 핵추진 잠수함(SSN) 개발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SSBN은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잠수함을 의미하는 반면, SSN은 핵 추진 방식을 사용하되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공격형 잠수함을 말하죠.
이러한 구분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에서 합법적으로 핵 추진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완벽한 조화,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 일치
국방안보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의 수지윈 소장은 이번 결정을 양국의 "완벽한 조화"라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은 단순히 군사적 필요성만을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과 북한 해군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남중국해를 비롯한 원거리 해역에서의 한국 해군의 장거리 타격 능력과 호위 능력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것이죠.
핵추진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항속거리와 수중 체류 시간입니다.
디젤-전기 잠수함이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스노클링을 해야 하는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승무원의 식량과 산소가 허락하는 한 몇 달이고 수중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는 원거리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 해군에게 필수적인 능력인 것입니다.
수지윈 소장은 이러한 움직임이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중국과 북한의 확장을 공동으로 견제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계획은 한국의 장기적인 군수 산업 발전 비전과 미국의 조선 산업 활성화 비전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 전략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를 지원하면서도 자국의 조선 산업과 원자력 기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죠.
일본의 선택, 수중전 전력 경쟁 가열되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소식은 동아시아 해군 전력의 균형에 새로운 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수지윈 소장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경우 일본의 수중전 능력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현재 소류급과 타이게이급 디젤-전기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데, 한국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유사한 계획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취임함에 따라 일본의 방위력 강화 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력 기술 역시 민간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본격화되면 일본 역시 이 분야에 뛰어들 명분과 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새로운 수중전 전력 경쟁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이 모두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이 지역의 해군 전력 판도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수지윈 소장은 이러한 변화가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만의 선택, 왜 디젤-전기 잠수함인가
그렇다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이 대만의 향후 신형 잠수함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수지윈 소장은 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는 대만이 처한 독특한 전략적 환경과 방어 개념 때문입니다.
대만의 방어 전략은 기본적으로 방어적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대만 해협이라는 제한된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 작전을 저지하는 것이 핵심 임무인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장점인 무제한 항속거리와 장기간 수중 작전 능력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합니다.
오히려 디젤-전기 잠수함이 작전 특성 측면에서 여전히 우수한 면이 있다는 것이 수지윈 소장의 분석입니다.
디젤-전기 잠수함은 배터리로 작동할 때 극도로 조용합니다.
원자로의 냉각 펌프가 작동하는 핵추진 잠수함과 달리, 배터리 구동 시에는 기계적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죠.
연안 해역에서 매복 작전을 수행하거나 항구를 봉쇄하는 임무에는 오히려 디젤-전기 잠수함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대만 해협의 평균 수심이 60미터 정도로 얕다는 점도 디젤-전기 잠수함 운용에 유리한 조건입니다.
경제성과 실용성, 대만이 주목하는 현실
수지윈 소장이 강조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입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건조 비용과 운영 유지비가 디젤-전기 잠수함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원자로의 안전 관리, 방사능 폐기물 처리,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죠.

대만의 국방 예산과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디젤-전기 잠수함이 훨씬 경제적이고 대만의 실질적 요구를 충족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대만은 현재 자체 개발한 하이룽급 잠수함의 첫 번째 함정을 진수하는 등 재래식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잠수함들은 대만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필요시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 대만 입장에서는 검증된 디젤-전기 잠수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죠.
또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국제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대만이 핵 추진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경우 중국은 이를 핵무장 시도로 해석하며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공식적인 동맹 관계 속에서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지만,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고려하면 핵 관련 기술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입니다.
동아시아 수중전의 미래, 다양성 속의 경쟁
수지윈 소장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단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수중 전투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의 해군 전력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은 원거리 작전 능력과 장기 체류 능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을 통해 남중국해까지 작전 반경을 확대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이 뒤따를 경우 동아시아 해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가 중국, 한국, 일본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반면 대만은 자신의 전략적 환경에 최적화된 디젤-전기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동아시아 수중전 전력이 획일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전략적 필요와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전기 잠수함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작전 환경과 임무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소식에 대한 대만 군사 전문가의 반응은 단순한 부러움이나 모방 의지가 아닌, 냉정한 전략적 계산에 기반한 것입니다.
수지윈 소장의 분석처럼 한국의 선택은 한국의 필요에, 대만의 선택은 대만의 현실에 맞춰져 있는 것이죠.
동아시아 해역의 수중전 환경은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각국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