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여파] 지배구조법과 크로스 체크…범금융권 영향 살펴보니

/그래픽=임초롱 기자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범 금융권 차원에서는 지배구조상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상법보다 규제망이 촘촘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을 따르고 있어서다. 상법 개정 전 뿐만 아니라 개정안과 비교해도 각 조항들이 촘촘하게 명시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블로터>가 상법 개정 전·후와 지배구조법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사충실의무 대상 및 독립이사(사외이사) 의무 선임 비율 등 금융회사들의 규정이 좀더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이사충실의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것이다. 현행 상법 제382조는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여기에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반면 지배구조법에서는 제14조 이사회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주주는 물론 예금자·투자자·보험계약자 등 금융소비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상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회사 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주주를 원래부터 포함하고 있었다.

사외이사 의무선임비율 역시 지배구조법이 엄격하다. 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사외이사 의무선임비율이 이사회 활동을 하는 등기임원 등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선임하면 됐으나,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반면 지배구조법에서는 이사 총수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이사회의 독립성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좀더 강하게 규율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른바 '3%룰'의 경우 상법이 개정되면서 금융사들과 같은 기준으로 강화됐다. 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에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합쳐 3%룰을 적용했었다.

즉,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 각각 3%룰이 적용돼왔던 셈이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동일하게 감사위원을 선·해임할 때 일괄적으로 합산 3%룰이 적용된다.

이번 상법 개정에는 전자 주주총회 도입과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지배구조법에도 이와 관련해 명문화된 게 없다보니 상위 법안인 상법을 따르게 된다. 또 지배구조법에는 소수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자로 주총 안건 제안 등을 명문화한 조항이 있긴 하지만, 전자 주총에 관한 내용은 없다. 상법 개정안에는 상장사 가운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곳들을 대상으로 전자 주총 도입 의무화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좀더 협의를 거쳐 공청회를 끝낸 뒤에 도입할 예정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내용을 보면 금융사들의 감사위원회 구성 요건이 세밀화돼 있었다. 사외이사 분리선출 1인 이상은 상법이 개정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법에도 같은 기준이었다.

다만, 금융사들은 감사위원회 위원을 총 3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 데다가 1인 이상은 무조건 회계·재무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선출해야 한다. 또 금융사들은 사외이사가 감사위원 내 비중이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카드사를 제외한 비상장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금융사는 상근하는 감사를 1인 이상 둬야 한다.

이를 조합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다보면 금융사들은 자연스럽게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분리된 이사를 2인 이상 선출하게 된다. 이번에 논의중인 상법 개정안 후속 내용은 감사위원 2인 이상을 사외이사(독립이사) 분리 선출하는 것이다.

이밖에 집중투표제 도입의 경우 규정이 없다가 신설될 예정임에 따라 금융사들도 상법 개정안 후속 내용이 추가되면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를 거쳐 추가 논의하기로 한 집중투표제 도입 내용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각 금융사마다 지배구조가 영향을 받는 일은 미미하다"며 "상법 개정 전부터 타이트하게 지배구조가 관리되고 있었던 데다, 특히 책무구조도 도입과 맞물려 금융당국의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분리 선출 권고 등까지 고려하면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가 좀더 강력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금융사나 증권사들보다는 산업·재계 쪽 지배구조 관련 이슈화가 좀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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