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게 음료 보관대가 사라졌다"…남의 음료 마신 동영상에 명동 '발칵'

김예원 기자 유수연 기자 2024. 9.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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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남의 음료 먹는 남성 영상 논란…관광객 "절대 안 쓸 것"
"상품 훼손되면 안 되는데" 인근 먹자골목에 상인들도 '골치'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커피를 포장 구매한 뒤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2024.09.20 ⓒ 뉴스1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유수연 기자 = "음료 잔을 손에서 놓지 않을 거예요."

2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이른 아침이지만 거리엔 스무 명 남짓한 관광객이 두리번거리며 서울 풍경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3분의 2가량은 한 손에 테이크아웃(포장 구매) 음료를 손에 든 채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하나도 그중 하나다.

한국 여행 3일 차인 하나는 얼마 전 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영상 때문에 포장 구매 음료를 어떻게 들고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일본엔 한국만큼 포장 구매 카페가 없어 여행 온 김에 매일 음료를 포장해 마셨지만, '그' 영상을 본 이후로 왠지 찝찝해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 영상을 보고 무서워졌다"며 "가능하면 음료를 손에서 놓지 않고 직접 들고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한 SNS에서 대만 인플루언서가 찍은 30초 분량 영상이 이목을 끌었다. 영상 속 남성은 명동 거리의 한 매장 앞에 비치된 음료 보관대에서 여러 음료를 한 모금씩 마셨다. 특정 음료 두 잔을 들고 섞어 마시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나흘 만에 15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음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상품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음료 구매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위생과 쓰레기 처리 때문에 골치를 썩일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관광객들은 음료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취재진이 영상이 찍힌 매장에 직접 방문해 본 결과 당시 사용되던 음료 보관대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보관대는 임시 폐쇄했고 재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영상 속 남성이 상습범인 것 같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인근에서 가게 매니저 일을 하는 A 씨는 "몇 달 전에도 저희 매장에 비슷한 분이 오셨다"며 "남의 것을 막 먹으려 하길래 내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1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가벼운 옷차림을 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을옷이 걸린 쇼윈도를 지나가고 있다. 기상청은 역대급 수준의 9월 폭염이 이번 주 후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2024.9.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명동 상인들은 "음료 등 음식 보관대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려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먹거리 골목이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국에서 생소한 포장 판매 음료, 길거리 음식을 체험하는 경우가 많아 손에 음식물을 들고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류, 신발 등 한 번 음식물이 묻으면 판매에 어려움이 많은 매장들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문제는 이번 SNS 영상을 계기로 음료 보관대에 대한 관광객들의 거부 반응이 커졌다는 거다. 싱가포르에서 온 20대 여성 관광객 B 씨는 "SNS에서 봤는데 너무 역겹다"며 "지금도 한 잔 사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가게에 들어갈 때 절대 사용하지 않을 거다. 계속 들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 구매 잔에 차가운 커피를 담고 돌아다니던 일본인 무토(24)는 "일본에선 일부 외국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돌아다니면서 음료를 마시는 문화가 없다"며 "음료 보관대를 볼 때마다 그 영상이 생각나서 찝찝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료 보관대를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골치다. 명동 상권의 한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조 모 씨(27)는 "음료 보관도 보관이지만 저기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안내 문구를 적어놔도 그대로라 관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발 가게 매니저로 근무하는 A 씨는 "음식물을 막아도 몰래 음료 보관대 위에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쓰레기도 엄청나게 나오는데 워낙 많이들 들고 오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음료 보관대가 없어도 마음을 졸이긴 마찬가지다. 상품 훼손이 우려돼서다. 음료 잔에 맺힌 물기나 음식 소스 등이 제품을 상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여기에 따로 보상 책임을 물기도 쉽지 않다.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지 모 씨는 "흘릴 것 같은 음식은 먹고 들어오라고 안내하거나 포장 판매용 잔은 진열대에 못 놓게 한다"라며 "음료 등을 흘리는 상황이 되면 저희가 닦아야지 배상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옷 가게에서 일하는 차 모 씨(24)도 "손님들이 애초에 잔 같은 것을 못 갖고 들어오게 막는다"라며 "처음 영상을 보고 어떻게 저런 일이 있는 거지 싶어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례와같이 보관대에 들어 있는 타인의 음식물을 허락 없이 섭취한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소유물에 유형력을 행사해 효용을 없애거나 감소시킨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되는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의 음료수를 들고 이동했으면 절도에 해당하겠지만 빨대로 섭취 후 제자리에 두면 재물 손괴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며 "허락 없이 빨대에 손을 대 다시 마실 수 없게 만들었으므로 손상이 가해졌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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