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20시간 일하라던 윤석열, 조폭 때려잡듯 노동자들 몰아쳤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③] 습관적 ‘가짜 출근’ 윤석열의 노동 정책: 적대적 노동관이 부른 시스템의 붕괴… 안정성은 후퇴, 양극화는 심화. (⏰11분)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7월, 윤석열이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말이다.

“2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에 노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지만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고 이듬해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후보 시절 문제의 인터뷰. 매일경제 유튜브(레이더P) 캡처. 36분~38분쯤. 2021.07.19.

주 120시간 발언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은 원칙도 철학도 없었다. 이 글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오락가락했던 노동 시간 정책과

둘째,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집요한 공격,

셋째, 노동 정책의 퇴행을 살펴본다.

“바짝 일하고 쉬라고? 그러다 죽어요.”

주 120시간이면 5일 동안 24시간 연속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에 죽고 일요일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휴일 없이 일한다고 치면 하루 17시간씩 일해야 한다.

2차 대전 때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노동시간이 주 98시간이었고 산업혁명 시절 영국의 노동시간도 100시간을 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시절 1970년대 한국도 하루 15시간 정도였다.

민주당이 “쌍팔년도 퇴행적인 인식”이라고 비난하자 윤석열은 “발언의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단어만 부각해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정작 윤석열은 ‘가짜 출근’ 쇼.

청와대에서 하루도 자지 않겠다며 집무실과 관저를 각각 용산과 한남동으로 옮긴 윤석열은 정시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출근이 늦을 때면 관저에 대기하고 있던 빈 차를 먼저 보내고 윤석열은 몇 시간 뒤 다른 차를 타고 뒷문(남문)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심지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에도 위장 출근 행렬이 8대나 8시52분에 출발했고 정작 윤석열이 탄 차를 별도로 9시42분에 출발했다.

11월29일에는 가짜 출근 행렬이 9시2분에 출발했고 진짜 출근 행렬은 오후 1시9분에 출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한 날은 이틀밖에 안 됐다.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후.

윤석열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주 52시간 제도가 경직적이라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있으니 월간 단위로 총량을 정하고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52시간씩 4주면 208시간이니 몰아서 쓸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논란이 확산하자 연장 근로를 1주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나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늘려서 관리할 수 있게 하되 총량을 줄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바짝 일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연장 근로 총량을 월 52시간이나 분기 140시간으로 정하면 주 69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 시간 단축의 흐름에 역행하는 데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 60시간 근무만 해도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기준을 초과한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뇌혈관계 질병 산재 승인율은 93%에 이른다. 52시간 이하에서 승인율은 10~20%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83명, 같은 질병으로 숨진 1458명의 61%였다.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소규모 기업에서 과로사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돌아보면 이날 윤석열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방향을 예감할 수 있는 불길한 징후였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이전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주 120시간은 명실상부 윤석열의 노동 공약 1호였고 2년 반 동안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120→92→69→60시간 오락가락 정책.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든 게 2003년이다.

법정 근로시간과 최장 근로 시간은 별개였다. 2018년까지는 주 68시간을 넘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주 52시간으로 줄었다.

주 68시간일 때는 법정 근로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했다. 하루 2~3시간 야근에 주말 이틀 출근까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런데 최장 근로 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서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합쳐 주 12시간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윤석열의 120시간 발언은 이때 나왔다.

실제로 정권을 잡자마자 노동부가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1주일에 최장 92시간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았지만 92시간이 80.5시간으로 줄었고 다시 69시간으로 줄었을 뿐 퇴행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이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해서 나온 안이 ‘64시간 상한 캡’이었고 다시 ‘60시간 상한 캡’으로 줄었다. “120시간 바짝 일하고”가 “60시간 바짝 일하고”로 줄어들었다.

OECD 평균보다 150시간 더 일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1901시간, 2023년은 1874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50시간 이상 길다.

윤석열 정부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장 근로를 확대하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총선 패배와 김건희 이슈 등으로 정책 동력을 소진하느라 진도를 뽑지 못했다.

화물연대의 끝나지 않은 싸움.

화물연대는 윤석열의 적대적 노동 정책의 첫 희생양이었다.

화물연대는 2022년 6월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은 “안전운임 확대하라”는 요구를 업무 개시 명령으로 찍어 눌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와 과속, 과적을 방지하고 적정 운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2020년 1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3년 일몰 기간이 다 돼 종료됐다.

윤석열은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같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참모들과 회의에서는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석열은 업무 개시 명령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윤석열은 단순히 파업을 찍어 누르기 위해 발동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물연대는 결국 그해 12월 조합원 62%의 찬성으로 파업 철회를 결정하고 복귀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 정부는 화물 노동자의 작업 중단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발동은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d)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표적 수사와 프레임 조작, 건설 노조 때리기.

화물연대를 찍어 누른 윤석열은 건설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건폭’은 윤석열이 만든 용어다. 2023년 2월, “임기 내 건설 현장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뒤 경찰이 나서서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건설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고 1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윤석열이 “노조 부패는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다”라고 했고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받아서 “건설노조는 노조의 탈을 쓰고 돈을 뜯어가는 약탈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명백한 표적 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회사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한 게 강요라고 봤다. 다른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한다.

한국의 건설업은 계약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을 알음알음 소개로 채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84%의 노동자들이 인맥으로 일자리를 얻었고 6%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왔다. 건설 현장은 가뜩이나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다. 건설노조가 채용 교섭을 맡게 된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협의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 현장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노조에 통지하거나 지원자를 배치하도록 요구한다.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고 불법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줄이는 해법이다.

윤석열이 문제 삼은 타워크레인의 월례비도 마찬가지다. 월례비는 밤샘이나 돌발 작업 등을 의뢰하면서 추가로 지급하는 위험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연장 근로 수당과 급행비 등을 더한 개념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11월 논평을 내고 “건설노조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부과, 조합원 구속 등 사법적 괴롭힘과 낙인찍기를 포함해 노조 활동을 심각하게 탄압했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양회동의 죽음이 말하는 것.

2023년 5월 경찰 조사를 받던 양회동(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양회동은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고 몸에 불을 붙였다.

피해 업체들이 협박과 강요가 없었다는 탄원서를 냈는데도 수사가 계속됐다.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는 양회동 영결식에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사람을 위로하는 잔인한 현실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고 양회동 분신을 동료가 옆에서 방조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인용하며 의혹 제기한 원희룡. 분신 방조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조선일보가 양회동의 분신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CCTV 영상을 조선일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양회동의 부인 김선희는 윤석열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작 이런 사람 때문에, 남편이 그랬다는 게…, 더 화가 났어요.”

노동자들의 숙원, 노란봉투법에 거부권 행사.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다. 노란 봉투는 원래 쌍용차 파업 때 경찰이 낸 손배를 시민들이 나눠 내자며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파업 노동자에 손배와 가압류 폭탄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2015년 정의당 주도로 발의됐다가 폐기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폐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통과됐지만 역시 거부권을 행사해서 폐기된 상태다.

윤석열은 “교섭 대상을 무리하게 넓히고 손해 배상 책임에 예외를 둬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비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란이 간과한 사실.

중대재해 처벌법은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다가 2년 뒤부터 확대 적용됐다.

윤석열은 확대 적용을 유예하자고 주장했으나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이 마치 영세·중소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시급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0명 이상 기업(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65%가 하청 노동자라는 집계도 있었다.

다행히 적용 유예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의무와 책임이 모호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대재해 처벌법 도입 이후 2년 동안 실형 선고는 27건 가운데 4건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났다. 한국제강은 사망 사고가 반복됐지만 법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그쳤다.

윤석열 탄핵 이후의 과제.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서 화물 노동자들 소득이 크게 줄고 노동시간은 크게 늘었다.

한겨레가 만난 화물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운임제 시행 때는 운임이 건당 44만7000원이었는데, 지금은 31만 원으로 떨어졌다. 월 소득도 400만 원에서 200만~250만 원으로 줄었다. 소득을 메꾸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해서 과속에 과로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이 2022년 378만 원에서 2023년 241만 원으로 줄었다. 월평균 노동 시간은 264.5시간에서 309.2시간으로 늘었다. 응답자의 70%가 졸음운전이 늘었다고 답변했고 66%는 과속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조사에서는 운수사의 98%가 운송료가 줄었다고 답변했다.

안전운임제의 효과는 이미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이미지는 화물연대 홈페이지 갈무리.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표준운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폭 몰이 이후 건설 현장은 초토화되다시피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에서는 2022년과 비교해서 연간 소득이 평균 86만 원 가까이 줄었다. 퇴직공제부금 가입자도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 6월 기준으로 10만 명 가까이 줄었다.

많은 현장에서 “노조 조끼를 벗고 오라”며 노골적인 노조 탄압이 일상화됐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등 사측은 노임 단가를 2만 원 삭감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악의 노동 지표,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올해 8월 기준 38.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취업률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65세 이상 취업률이 늘어난 효과가 크고 청년들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3분기 33.6만 명에서 올해 3분기 42.2만 명으로 늘었다. 자발적 사유가 28%, 비자발적 사유가 72%였다.

한국은행은 비자발적 사유의 ‘쉬었음’이 늘어난 이유를 고용의 질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니트족화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까지 체불액이 지난해 1조 7846억 원의 70% 수준에 이른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01년 2748명에서 2023년 2016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날마다 5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고 있다.

한국의 산재 사망자 수는 OECD 최고 수준이다. 해마다 등락이 있지만 여전히 10만 명당 5명 안팎으로 멕시코나 튀르키예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크게 늘었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임금노동자 38%에 이른다.

임시 일용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179만 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421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그 이하 사업장의 임금 격차도 크다.

중위소득 밑도는 최저임금, 위험 수준.

최저임금 인상률도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첫째,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 위험한 수준이다. 중위 소득을 밑돈다. 2018년에 잠깐 넘었지만 다시 2010년 초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둘째, 여전히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너무 크다.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인데 공익위원들이 들고 온 안이 결론이 된다.

셋째, 최저임금이 을들의 문제로 변질됐다. 주휴 수당과 쪼개기 알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은 “자영업자가 어려운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환경은 도외시하고 현상을 본질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라는 건 그 자체로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하층부 노동자를 돕기 위한 비시장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개입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제도 자체는 최저임금 당사자의 협상력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가장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그 낮은 하층 노동자의 협상력을 보완하는 제도다. 그래서 그 제도적 기초를 제대로 쌓아 놓는 게 중요하다. 다른 논의는 모르겠지만, 법적‧제도적‧정책적 기초를 제대로 쌓아야 한다. 그건 ‘사회적인 책임’이다.”

노동조합 조직률 2년 연속 하락.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의 영향이 컸다.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지난해(2023) 기준 274만 명, 전체 가입 대상 2103만 명의 13.0%로 줄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각각 116만 명과 109만 명이다.

특히 건설노조 조합원은 지난해 1월 7.3만 명에서 올해 12월 4.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은 2023년 8월 기준 2.77%까지 떨어진 상태다.

윤석열 정부 2년 7개월, 노동자들의 삶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어렵게 구축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사회적 연대 구조도 바닥부터 무너졌다.

결론: 노란봉투법부터 다시 시작하자.

비상계엄과 탄핵은 윤석열의 자폭에 가까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른바 4대 개혁은 뭐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게 없고 노동 개혁은 퇴행을 거듭했다.

우리는 이제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노동 의제를 제안하고 노동 개혁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다시 논의해야 하고 안전운임제를 복원하고 확대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도 최소한 물가 상승률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플랫폼 노동자 보호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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