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동해는 차갑지만 또렷하다. 공기가 맑은 날이면 수평선이 선명하게 그어지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다는 금빛으로 변한다. 그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영일대 전망대다.
포항 영일만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80m 길게 뻗은 다리를 따라 걸어가야 닿는 이곳은, 국내 최초로 바다 위에 세워진 전통 누각이다. 2013년 준공 이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수상이라는 기록까지 더해지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바다 위 80m, 걷는 순간부터 달라진다
영일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뒤로하고 석교를 건너기 시작하면 기분이 확 달라진다. 양옆으로 바다가 열리고, 발 아래로는 파도가 부서진다. 마치 바다 위를 직접 걷는 듯한 감각이 전해진다.
2층 구조의 누각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진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영일만 해안선, 멀리 보이는 포항 도심, 끝없이 이어진 동해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새벽,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영일(迎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다.
누각 지붕에는 포항 시민 8,653명이 참여한 소원 기와가 얹혀 있다. 단순한 전망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풍경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이곳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누각과 다리에는 경관 조명이 켜지고, 전통 한옥의 윤곽이 빛으로 또렷해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궁궐 같은 모습이다.
반대편으로는 포스코 제철소의 붉은 불빛이 타오른다. 자연 해변과 산업 경관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독특한 야경이다. 여름이면 이 일대에서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려 밤하늘을 수놓는다. 그때의 누각은 관람석이자 무대가 된다.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와 이어지는 코스
영일대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바로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다. 총길이 333m의 철제 트랙을 따라 걷다 보면 포항 도심과 영일만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해변에서 누각을 거쳐 환호공원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반나절 일정으로 알맞다. 여기에 포항시립미술관 관람까지 더하면 하루가 충분히 채워진다. 바다와 도시, 전통과 현대가 한 번에 이어지는 동선이다.

무료로 열려 있는 바다 위 공간
영일대 전망대는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된다. 강풍이나 기상 악화 시에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될 수 있지만,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대중교통과 공영주차장 접근성도 좋아 여행 동선에 부담이 없다.
포항을 찾는다면 이곳은 한 번쯤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다. 80m의 다리를 건너 바다 위 누각에 서는 순간, 왜 이 공간이 대상을 받았는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겨울 동해의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싶다면, 영일대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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