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의문의 실종' 20년전 사라진 수진 양은 어디에 있나

이다온 기자 2024. 10.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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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경찰서가 제작·배부한 박수진양을 찾는 전단지ⓒ2005 천안경찰서

2004년 10월 9일 토요일, 충남 천안 복자여자고등학교에 다니던 박수진(당시 16세·고1) 양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운동장을 나선 뒤 실종된 박수진 양

이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토요일 특별 활동 수업이 진행됐다. 1교시와 2교시에는 영화를 감상하고 3교시와 4교시에는 백일장을 썼다. 백일장 시간에는 담임교사 지도 하에 자유로운 소재로 글쓰기가 진행됐다. 4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고 맨 뒤에 있던 학생이 원고를 걷었고, 담임 교사는 종례 인사를 한 뒤 학생들의 백일장 원고를 들고 교무실로 향했다. 박 양은 "원고지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며 교사를 붙잡았고, 교사는 "이름을 적어 교무실로 가져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양은 원고를 들고 교무실에 오지 않았다. 담임교사 유모 씨가 본 박 양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교문을 나서는 박 양의 모습이 인근 주민에게 목격됐다. 이후 오후 2시에는 골목길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3시에는 다시 학교 앞에서 목격됐다. 집에 가지 않았던 박 양은 다시 학교로 돌아와 운동장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학교 경비원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대화를 했다가 박 양은 학교를 빠져나갔고 그 뒤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적이 떨어져 가출?

박 양은 평소 소심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부모님에게 아무 이유 없이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실종 당일은 토요일이었기에 일찍 귀가해야 했지만 박 양은 밤 9시가 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두절된 상태였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박 양의 부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담임교사 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6월에 실시된 학급 모의고사에서 박 양의 성적이 반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평소 반 10위권을 유지하던 박 양의 성적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자 깜짝 놀란 유 씨는 박 양과 개인 면담까지 했지만, 박 양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경찰은 주변인의 진술과 정황을 종합해 단순 가출로 판단했으나 박 양의 부모, 유 선생, 학급 친구 모두 가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유흥가에서 발견된 유류품

다음날인 10월 10일 오후 1시 30분 경찰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천안 유흥가 일대 골목에서 복자여고의 교복을 비롯해 책가방, 구두, 속옷, 머리핀, 안경, 휴대폰 등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것들이 버려진 채 발견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모두 박 양의 유류품들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발견된 블라우스 양어깨에 흙이 묻어있고 상의 조끼와 가방 뒤쪽에도 흙이 묻어있어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마이너스 0.3의 시력을 가진 박양의 안경까지 발견돼 단순 가출이 아닌 범죄 관련성을 더욱 짙게 했다. 경찰은 채무관계, 종교 문제, 단순 잠적 등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였지만 박 양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과 미제로 끝난 실종 사건

박 양의 유류품이 발견됐을 당시 셔츠는 물에 담겼다 비틀어 짠 형태로 바닥에 놓여 있었다. 속옷에는 흙과 오물이 묻어 있었고 일부는 맨홀 뚜껑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인근 감나무 아래에는 감 5개가 제사상에 올려진 것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만, 이 감들과 유류품의 관련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된 장소도 의문이다. 번화가 뒤 주택가로 인적이 많은 장소에 놓여 있었음에도 박 양이나 유류품을 버린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납치 사건으로 판단, 비공개 수사를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천안 곳곳에 박 양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이 나온 전단이 붙여지며 1년 가까이 100여 건의 제보가 있었으나 모두 사건과 관련이 없었다. 10월 17일에는 천안 시내에서 6㎞ 떨어진 목천면 신계리에서 박 양으로 추정되는 승객을 태우고 천안종합터미널까지 왔다는 택시기사의 제보가 있었으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15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로부터 '40대 남자가 박 양을 닮은 10대 소녀를 데리고 세탁소에 찾아온 적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40대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남성은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하다 8월 출소한 윤모 씨로. 곧 경찰은 윤 씨의 신변을 확인해 심층조사에 들어갔으며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윤 씨가 박 양을 납치한 유력 용의자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윤 씨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으며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세탁소에 같이 왔던 10대 소녀는 CCTV 확인 결과 박 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18일 윤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또 사건과 관계가 없음을 확인받고 귀가조치 됐다. 이후 사건은 점차 잊히며 미궁에 빠졌다. 약 1년 후 수사전담반도 해체됐으며 아직까지 박 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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