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2편 - 아리마 온천
[시리즈] 간사이 여행기
· 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1편 - 출국, 히메지성
두번째 일정은 게로, 쿠사츠온천과 함께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이자 고베의 자랑(아님) 아리마 온천.
고베 산노미야 역에서 2정거장 다니가미 역에 하차, 거기서 고베 전철 아리마선을 타고 1회 환승을 거치면 아리마온센 역에 도착한다.
사실 산노미야 역 JR버스센터에서 버스 딸깍하면 30분만에 내려주긴 한다. 하루에 7대 정도 운행하고 2시 반 정도가 막차라, 3시 좀 넘어서 출발한 나는 이용할 수가 없었다.
아리마 온천은 라듐탕이라고도 알려진 유명한 투명한 색깔의 긴노유(은탕), 구리구리한 설사똥 색깔의 킨노유(금탕) 두 온천이 아주 유명한데, 일단 이 친구들은 모두 개별 시설이 있어 따로따로 당일온천 이용이 가능.
그러나 이 경우 수건을 별도 구매하거나 지참해야 하고 온천 내에 사우나처럼 식당가, 휴게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지는 않아서 온천만 즐기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이코노유 라는 온천을 이용했음. 아리마온센역 근처에 있는 큰 호텔에 딸린 온천시설인데 별도로 입장권을 내고 당일온천을 즐길 수 있고, 찜질복(유카타)랑 수건도 따로 프론트에서 챙겨준다.
내부 식당이나 휴게시설도 잘 되어있고, 미리 클X이나 네X버, 마이X얼트립 같은 곳에서 예약하면 좀 더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만약 전철로 이동한다면 한큐 or 한신 왕복 패스와 함께 다이코노유 입장권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도 있다.)
아직 단풍도 가시지 않은 12월이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만큼 열차 마스코트도 산타 복장을 두르고 있다.
아리마온천은 온천관광지로 유명한 만큼 관광객이 자주 찾기 때문에 관광버스나 온천호텔, 료칸 셔틀이 시도때도없이 돌아다닌다. 가게들은 일본답게 의외로 일찍일찍 닫는 편이어서 일찍 와서 둘러보는 것을 권함 (저녁 5시 넘어가니 노점상들은 대다수가 닫는 분위기)
게로 온천에 찰리 채플린 동상이 있듯, 여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 부인인 네네 동상이 있다. 두 부부 내외가 아리마온천을 아주 애용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역사적으론 한국인에게 썩 좋은 인물들은 아니어서 여기서 기념사진 찍으려는 일행이나 가족이 있다면 꼭 말려주자.
우리한테는 아픈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들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지. 어쨌든 일본 국민들한테는 역사적인 인물들이고 하니 그 상징성이 있는거겠지만.
아리마 온천마을 상점가는 한바퀴 둘러보는데 15분~20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이건 식당이나 쇼핑 거의 안하고 걸으면서 구경만 했다는 가정 하에 그렇고, 뭐라도 집어먹고 둘러보며 다닐거라면 30분 이상 잡는 게 맞을듯.
긴노유, 킨노유도 20분짜리 한바퀴 동선에 딱딱 위치해 있음.
아리마온천은 간식이 유명한데 특히 저 만쥬? 물떡? 이름이 기억 안나는 친구랑 탄산 센베, 아리마 사이다 등이 있음. 탄산이 잘 나오는 동네라고 하는데, 사이다는 맛있지는 않으니까 먹어볼 거라면 떡이나 센베 같은 걸 추천. 센베는 맛있더라.
온천마을답게 곳곳에 뜨끈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하코네의 오와쿠다니같은 계란썩는 유황 냄새는 아니고 딱 온천을 연상케 하는 푸근한 냄새인 것 같아.
상점가를 둘러보다 보면 골목가에 일휴(잇큐)라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 맞은편에 센베 가게가 있고 센베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옆에 작은 창틀 위로 모양이 망가진 센베를 모아둔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시식용으로 무료로 집어갈 수 있다고 하니 사먹기는 굳이 싶다면 무슨 맛인지 체험삼아 여기서 한입 먹고 구경도 하면 좋을 듯.
원래라면 엄청 흐물흐물하고 부드럽다가 5초만에 이렇게 굳는데, 이것들은 시식용으로 모아둔거라 이미 다 식어서 굳은 상태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그 바삭한 센베 식감 그대로다.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에 있는 온천이 금탕이다. 금탕 바로 옆으로는 무료 족욕탕이 있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쭈그려앉아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길 기점으로 족욕탕이 있는 왼편으로 들어가서 상점가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나오게 된다. 그 중간에 은탕이 있고.
여기 전에 유리로 된 2층짜리 원형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버스터미널이다. 작은 마을이라 터미널도 작은데, 화장실이랑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으니 급똥이 마렵거나 잠깐 앉아서 쉴 곳이 필요하다던가 하면 거기 들렀다 오면 된다. 규모는 작지만 코인락커도 있음. (이건 역에도 있다)
위에 보여준 증기 나오는 하수구나 센베집 같은 것들도 사실 이 한바퀴 코스에 있는 것들인데 사진 순서가 좀 잘못된 거 같다.
이건 블루아카이브인 것 같은데 아리마랑 무슨 연고가 있어서 여기 서있는지는 모르겠어.
상점가는 순식간에 둘러봤고 다이코노유로 올라왔다. 국내에서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금탕과 은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온천이라고들 하는데 계획 단계에서는 그게 뭐 대수인가? 싶었지만 계획 짜다 보니 한곳에서 둘 다 해결하고 휴게시설까지 갖춘 곳이 메리트가 있긴 한 것 같더라. 일단 수건 들고다니기도 싫었고 말야.
아무튼 뭔가 랭킹이나 어워드를 많이 받았다고 상장이나 트로피가 몇개씩 진열되어 있다.
우리나라 규모 큰 스파시설처럼 되어있는데 여긴 현금같은 것도 들고다닐 필요가 없이 자판기나 식당, 안마의자 등 내부 모든 시설을 팔찌 하나로 찍고 나갈때 편하게 정산(카드가능) 할 수 있는 시스템이야.
그리고 신기했던 건 들어가자마자 탈의실이 있는데 여기서 벌개벗고 나오면 절대 안 되고, 여기서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에 내려가야 온천 입구(따로 탈의실이 또 있음)가 나옴.
온천 후 우유는 국룰. 이것도 자판기에 팔찌를 찍고 후불로 뽑아먹을 수 있어.
놀랐던 건 내부 식당이 엄청 크고 좌석이 다 분리되어 있어서 일행끼리 편하게 식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음.
우동에 맥주 했는데 우동이 정말 맛있었음. 스파시설에 딸린 식당에 맛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잖아? 근데 먹고나서 일행이랑 같이 와 맛있다 이럴수가 있나? 하면서 꽤 놀랐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닌데 마냥 비싸다는 느낌도 아니었음. 놀러와서 이정도면 괜찮지 하고 넘길만한 정도.
그렇게 우동에 맥주한잔 하고 시설 좀 둘러보다가 안마의자 있는 곳 가서 극락체험도 한번 하고 (12분 코스에 300엔, 팔찌로 이용 가능) 날 어두워져서 슬슬 준비해서 나왔다.
안마의자 옆에 그냥 드러누워서 만화책 꺼내볼 수 있는 다다미방이 있는데 장송의 프리렌,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스파이 패밀리, 체인소맨 같은 요즘 세대 만화도 많이 구비되어 있고 드래곤볼, 원피스 같은 틀딱 만화들도 다 있었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정말 쾌적한 공간이었음.
다시 길을 돌아가다 보면
이번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이 나온다. 딱밤 한대 때리멕이려다가 쟤나 나나 걍 놀러온건데 굳이 그정도까지야 싶어서 사진만 찍고 왔음.
사실 지나간 역사에 대해 감정 갖고 으르렁대고 그렇지는 않은데 요즘 세상 사람들은 이런거에 적어도 '의식하고 있다' 는 스탠스를 안 보여주면 너 친일이야? 너 반일이야? 가타부타 말 나오는 시대인 것 같더라. 짤막상식으로 교토에 있는 귀무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문에 생긴 거긴 하다. 조선시대 사람들 수급을 베어 가져가자니 무겁다고 머리 대신 귀나 코 같은 걸 베어서 거기다 모아 묻었다고 하네. 전쟁광들은 머리가 살짝 돌아버린 사람들일까....
아무튼 아리마온천은 정말 좋은 시간으로 기억에 남아 추후 고베에 오게 된다면 또 들를 의향이 충분한 여행지가 됐음.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안 잡아먹고, 다이코노유 하나로 휴식 가성비가 너무 괜찮더라.
그렇게 2박째는 교토로 체크인해서, 다음 여행기는 이제 교토를 무대로 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