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D-1

이상미 기자 2022. 11. 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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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일 하루, 파업에 나섭니다. 


안전한 일터에서, 차별 받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요구입니다. 


전국의 1만 5천여 개 학교에서 최대 10만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 EBS뉴스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 살펴봅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요리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되는 학교급식 종사자 


'폐암'으로 산업재해 인정받은 

50명 가운데 5명 사망 


"강력한 총파업으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


교육재정 축소 반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요구  


'안전하고, 차별 없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

학교 비정규직의 절박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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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앵커 

스튜디오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이윤희 본부장,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내일 하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3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여 집회를 열 예정인데요. 


총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윤희 본부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네, 사실 많은 국민분들께선 어느 정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학교에는 90여 개 이상 많은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에서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합니다. 


교육복지 영역의 직무를 수행하는 분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분들의 임금체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져 온거죠. 


저임금이 구조화되어있기도 하고요. 교육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운영부터 주먹구구식이니,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복지가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해 노동조합은 임금체계 개편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복지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말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했는데, 실제 교섭에선 물가 폭등에 비하면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교섭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교섭이 결렬됐고, 파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 산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사람을 살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문제도 있고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재정을 줄이겠다는 정부에게 잘못된 정책을 중단하라는 것도 파업의 요구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럼 학교급식 조리원의 폐암 발병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폐암에 걸린 학교급식 조리원이 산재 인정을 받았습니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이 발병 원인이라는 건데요. 


급식 조리원들은 현재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이윤희 본부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을 보니,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이 대부분 기준에 미달돼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을 흡입하며 일하고 있는 셈이고요.


여기에 또 다른 공공기관 단체급식에 비해서 1인당 식수인원 기준이 너무도 열악합니다. 


적은 인원이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을 하는 거죠. 


이 때문에 흔히들 골병이라 부르는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으로 앓고 있고요. 넘어지거나 큰 화상을 입는 일도 많고요, 조리만 하는 게 아니라 천정 후드를 청소하다가 떨어지고, 베이는 등 학교가 산재 백화점이라 불리는 상황입니다.


이혜정 앵커 

일의 강도도 높고, 할 일도 많고요.


그렇다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급식실을 만들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윤희 본부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을 줄여서 노동강도를 낮추는 게 필수적입니다. 


또 교육청이 대체인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아파도 병가조차 쓰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 거점형 전담 대체인력제도와 같은 제도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또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육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예산 마련 계획조차 없다고 말하고 있어서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점차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지금 상황을 급식 노동자들은 '천천히 죽어가는 참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내 옆의 동료가 한 명 두 명 폐암에 걸려 죽어가는데, 확 드러나지 않게 천천히 죽어간다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교육부를 비판하는 것이죠. 


참사를 수수방관하는 교육당국의 태도가 이번 파업의 주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혜정 앵커 

현재 교육계에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제입니다. 


이 문제도 한번 보겠습니다.


정부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쓰이는 교부금의 일부를 떼어내 대학 교육에 쓰겠다, 이렇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윤희 본부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교육 적응에 격차가 없도록, 그리고 누구도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식생활, 돌봄, 특수교육 지원, 상담 등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교육복지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 예산이 줄면 당장 취약해질 부분은 바로 복지영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재난 시기를 거치면서 소외되고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학생들이 늘어났는데, 교육복지가 취약해지도록 예산을 줄이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가 어렵고요. 


오히려 여러 사업으로 분산된 교육복지를 하나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주장하는 교부금 개편 방식은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겠다는 방식에 불과합니다. 대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별도의 교부금을 만드는 편이 적절하죠. 대학 교육을 연구하는 분들도 이렇게 의견을 주시고 있고요. 


이런 부분을 이번 파업을 통해서도 강력하게 지적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려 합니다.


이혜정 앵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육복지로 쓰는데, 초중고에 더 쓰도록 하자는 의견이셨습니다. 


현재 물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을 주셨지만,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고 하죠?


이윤희 본부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모두가 고통받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수록 더 타격받는 건 저희 같은 비정규직과 사회적 취약계층입니다.


특히 교육공무직에는 방학 중에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직종이 절반이나 됩니다. 


원래부터 이 시기엔 보릿고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고에 노출된 분들인데, 지금처럼 물가가 오른다면 이분들은 어떻게 합니까?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생계를 위협받는 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번 파업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학생과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와 행복을 지키고 키워가고자 하는 파업이라는 점,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혜정 앵커 

학교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공간이자 돌봄을 받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일터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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