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NB 백종환이 국제 디자인상을 휩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신사, 준지, 분더샵, 이니스프리를 넘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WGNB 백종환 소장. 그가 유수의 세계 디자인 어워즈를 휩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그의 공간과 건축 그리고 제품 디자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WGNB는 공간, 건축, 제품 디자인을 아우르는 토털 디자인 스튜디오다. 무신사, 준지, 분더샵, 챕터원, 이니스프리 등 지금 가장 핫한 공간을 디자인했으며 널리 해외로는 SVRN 시카고 등을 설계했다. 이같은 디자인 세계를 바탕으로 WGNB 백종환 소장은 FRAME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유수의 세계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WGNB는 지금 K-디자인을 앞세워 세계의 문을 더 크게 두드리고 있다.
스튜디오명 WGNB는 어떤 뜻인가?

WGNB의 전신은 ‘달집과 우리 직원들’이라는 뜻의 회사 월가앤브라더스다. 나의 첫 회사이기도 하다. 신입 디자이너로 출발해 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인수를 하고 2015년도에 회사 이름을 WGNB로 바꿨다. 달집이라는 뜻의 ‘월가’의 약자를 딴 ‘WG’와 ‘형제’를 뜻하는 ‘B’를 합쳐 WGNB로 이름 붙였다.

무신사나 준지 등 WGNB가 설계한 공간을 보면 블랙 컬러 사용이 두드러진다. 어떤 목적이 있을까?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브랜드에 맞는 컬러이거나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이전에는 블랙 컬러의 건물이 드물었다.

준지 이후로 블랙 컬러 요청이 눈에 띄게 많아진 걸까?

처음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할 때 까만색이어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결과가 만족스러웠고 이후 WGNB의 시그니처 작업물이 됐다. 사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WGNB 향후 10년의 목표이기도 하다.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는 어떻게 만들어진 공간인가?

우리가 생각했던 준지의 브랜드는 블랙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공간 전체에 표현하고 싶었다. 어두운 컬러의 대표적인 현상인 그림자를 적극 활용해 공간을 구성했다.

한편 나무와 돌 같은 자연 그대로의 요소가 공간에 두드러진다.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쩌면 모호한 가치다.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자연의 현상을 통해 이같은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중 하나가 그림자로서 중정에 떠 있는 나무를 배치하고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바람, 나뭇잎의 흔들림을 통해 자연이 주는 현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WGNB는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어떻게 처음 해외 작업을 시작했나?

대표적인 해외 프로젝트 사례로는 시카고의 편집숍 SVRN이 있다.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클라이언트였는데, 자연스레 웹 서칭을 하다가 WGNB를 발견하고 의뢰를 맡겼다고 했다. 하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어서 직접 만나지 못하고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오직 온라인으로만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SVRN 시카고는 어떤 특징이 있는 공간인가?

클라이언트는 특히 이우환, 박서보, 서도원과 같은 한국 작가에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공간이 갤러리처럼 보이기를 희망했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에는 갱이 많아 절도가 빈번한데, SVRN 역시 디스플레이 상품 전체를 도난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셔터를 내릴 때면 디스플레이 상품을 전부 내부에 숨겨 놓는다고 했다. 따라서 저녁 6시 이후에는 불은 켜져 있지만 옷이 하나도 없는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 이 광경을 보고 옷이 잔뜩 걸려 있지 않은 의류 매장이라도 공간 자체로 힘을 가질 수 있구나, 확신하고 디자인을 하게 됐다. 한편 그 이후로 의류 매장 디자인에 옷걸이가 많이 보이는 걸 지양하게 됐다.

해외 디자인상 수상 경력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어떻게 해외에서 관심을 보냈나?

2018년도에 IF 디자인 어워드에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몇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서 70팀 안에 들었고 최후 골드상을 수상했다. 한편 독일에서 열리는 아이코닉 어워드가 있다. 당시에는 처음 들어보는 어워드였고 출품하지 않았는데도 ‘올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선정됐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으레 참가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페어 형식의 어워드로 생각하고 수상 참가를 보류했다. 그랬더니 상금은 어떻게 할 거냐고 다시 연락이 왔다. 그제서야 자세히 알아보니 넨도, 존 파슨스 등이 수상한 명망 높은 어워드더라. 부랴부랴 시상식에 참가해 상금과 트로피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계속 해외 어워드의 문을 두드린 걸까?

사실 디자이너들이 진짜 받고 싶어하는, 정말 경쟁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따로 있다. 수상을 동력 삼아 이름 있는 어워드에 적극적으로 출품했다. 운 좋게도 프레임 어워드의 2019년 ‘가장 컬러 활용을 잘한 디자이너’, 2020년 ‘올해의 디자이너’를 수상했다. 2021년에는 디진 어워드에서 ‘올해의 떠오르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상을 받았다. 사실 유럽에서 한국 디자인 회사에 프로젝트를 맡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파리 극장에서 <기생충>을 관람하게 됐는데, 현지 사람들과 함께 웃는 걸 보고 결국 해외 진출은 실력과 소통의 문제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더 탄탄하게 소통의 기반을 다져 왔다.

어워드 수상 이후로 해외 클라이언트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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