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창원국가산단 발표 5개월 전 ‘대외비’ 보고받았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3월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발표한 경남 창원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명씨가 창원국가산단 발표 5개월 전인 2022년 10월 창원시 고위 공무원들을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로 불러 대외비 문서를 검토했고, 같은 해 11월 국토교통부 실사단이 왔을 때는 “직접 안내를 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후 명씨는 국회의장 비서 출신인 ‘동업자’와 함께 창원국가산단 부지 예정지에 땅을 보러 다녔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 집기를 창원국가산단 내 한 건물에 옮겨놓기까지 했다.
명씨, 대외비 문건 포함 4건 보고받아
한겨레21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명씨는 “창원국가산단 입지와 구역”에 깊은 관심을 갖고 2022년 10월께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로 창원시 공무원들을 불러 국가 첨단산업단지와 관련한 문건을 사전에 보고받았다. 명씨에게 보고된 창원시 자료는 대외비 문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이 문건들의 이름은 ‘창원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 추진현황’ ‘국가산업단지 개발관련 업무현황 보고’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이상 창원시 내부 자료) ‘창원 방위 원자력 산업 특화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대외비 자료) 등이다. 창원시 여러 부서에서 만든 이 문건들에는 입지별 현황 비교, 거점 개발 계획, 유치 시설 목록 등 창원국가산단 추진을 위해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겼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는 2024년 10월24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국회의원이 아닌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갔다”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명씨가 창원시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보고를 받고 자주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ㅈ 창원시 부시장, ㄹ 국장이 자주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외부에서도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명씨가 주로 관심을 보였던 부분이 “산단 추진 인력과 산단 부지 구역 문제였다”고 말했다.
명씨가 창원국가산단 추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김태열씨는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며 “(창원 지역에서) 산단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 땅을 사놓은 사람들이 나중에 명씨한테 항의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말하는 현장 조사는 2022년 11월23일 있었던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와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의 현장 점검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명씨가 보고받은 창원시의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에도 이 현장점검에 대한 상세 내용이 확인된다. 강씨 역시 “명씨가 여러 차례 창원시 공무원,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입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1조4천억 규모의 대규모 국가 사업
2022년 12월28일, 김영선 전 의원이 의원일 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국회의원 51명의 서명을 담은 ‘창원국가산단2.0 신규 지정을 위한 서명 건의문’을 전하는 과정에도 명씨가 개입돼 있다. 이 서명은 창원시 ㅈ 부시장과 ㄹ 국장이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받았는데, 강씨는 “당시 김 전 의원이 51명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 원 장관에게 들고 간 서명 문건을 명씨 지시로 만들었다”며 “명씨가 누구누구에게 서명을 받아오라며 의원을 찍어줬다. 51명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인물들은 명씨가 지목하고 섭외했다”고 말했다.
창원국가산단은 2023년 3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사업비 1조4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국가 사업이다. 이날 발표된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 15곳 중에는 대전 나노·반도체·우주항공 단지, 충남 천안 미래모빌리티·반도체 단지,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단지, 강원 강릉 천연물 바이오 단지 등이 있는데, 창원은 방위·원자력 융합 단지로 선정됐다. 창원국가산단은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등지에 339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2030년까지 사업비 1조4215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에는 1974년 조성된 국가산업단지가 있지만, 창원시는 이곳이 중화학 공업 중심인데다 노후화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창원국가산단에는 방위·원자력 관련 업체 184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창원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창원시는 2024년까지 사업시행자를 선정, 타당성 조사, 산업단지계획을 세우고, 2027년까지 그린벨트 해제 및 산업단지 지정 신청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착공은 2027년 시작된다. 창원시는 산단이 계획대로 조성되면 7조9천억원의 직접투자와 15조2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 직접고용 1만8천여 명 등 5만2천여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명씨, 동업자와 부동산 개발사업 도모
이 때문에 명씨는 창원국가산단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창원국가산단이 확정된 이후인 2023년 7월께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창원국가산단 내 한 건물로 옮긴 것이다. 김태열씨는 “명씨가 ‘내년(2024년) 봄에 쓸 것’이라며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창원국가산단 내에 있는 한 사무실로 옮기라고 지시해,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창원 의창군 동읍 화양리에 있는 72㎡ 크기의 이 건물은 명씨와 2015년께부터 알고 지내며 사업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비서 강아무개씨가 소유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동업자 강씨는 창원국가산단 발표 두 달 전인 2023년 1월24일 창원국가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이 건물을 샀다. 현재 이 건물에 사무실 하나를 임대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ㄱ씨는 한겨레21과 만나 “강씨가 인근에 임야도 샀다. 하지만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은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씨는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동업자 강씨와 함께 창원국가산단 예정 부지의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동업자 강씨는 고향이 제주도인 부산대 출신 정치권 인사인데, 전화번호부 사업을 하던 명씨에게 부산대 총동문회 졸업생 명부를 의뢰했던 것으로 인연을 맺어 이후 국민의힘 제주도 당원 명부 작성 작업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열씨는 동업자 강씨에 대해 “우리가 알고 지내는 사람을 다 강씨가 알고, 강씨가 아는 사람도 우리가 다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강혜경씨도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명씨가 2022년 하반기 무렵 강씨와 사무실을 차린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강혜경씨는 2024년 10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나한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 명씨가 땅을 사라고 말하고 다닌 시기가 바로 창원국가산단이 결정되기 훨씬 전인 2022년 하반기였던 것이다.
이후 동업자 강씨는 2024년 7월 해당 건물을 사업지로 한 ‘매ㅇㅇ디엔씨’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차렸다. 한겨레21이 확인한 해당 업체의 등기부상 업태는 ‘부동산 임대업, 개발 및 분양업, 개발 관련 컨설팅업’ 등이다. 하지만 현재 해당 사무실은 비어 있다. 명씨 등에 대한 창원지검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래한국연구소의 짐도 어디론가 치워졌다. 이에 대해 김태열씨는 “2024년 5~6월 무렵, 제3자를 통해 강씨에게서 짐을 빼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거 내 것이 아니라 명씨 것이니 거기와 얘기하라고 말했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직접 통화하면 뭔가 연관이 남으니 제3자를 통해 연락하고, 짐도 나보고 치우라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ㄱ씨도 “1년여 전 (동업자) 강씨가 (자신이) 사무실을 쓰겠다고 요청했고, 그 뒤로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옮겨왔다가 (2024년 10월 초 이뤄진) 검찰 압수수색 직전 트럭 2대가 와서 짐을 빼갔다”고 말했다.
창원시 ㄹ 국장 “명씨가 총괄본부장이라 들었다”
명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창원)부시장을 만나든 말든 내가 땅 한 평을 샀느냐. 소설 쓰는 것”이라며 “(국토부 공무원)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동업자 강씨도 “회사 부지와 사무용 부지를 위한 사업용 땅을 산 것일 뿐, 창원국가산단과는 상관없다”며 “명씨와는 2015년 동문회 사업으로 알게 된 사이여서 짐을 맡아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 관계자는 “(2022년 11월에)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입지 선정 평가위원들이 현장 실사를 간 것이고, 만약 (명씨가) 동행했다고 해도 당시에는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사 동행은 창원시 직원들이 하지 민간인은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ㄹ 국장은 “김영선 의원에게 보고할 때 명씨가 있었고 4~5차례였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시 직원들은 명씨가 총괄본부장이라 하니 김 의원 보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민간인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과시하고자 산단 지정 과정에 자신이 관여했다고 하겠지만, 이 사업에 1~2명이 개입해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ㅈ 창원시 부시장에게도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창원(경남)=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서영지 한겨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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