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불편한 시선 터놓고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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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날씬해야 예쁘지."
신체를 훑어보는 시선, 상대를 거절하면 까다로운 여자로 낙인찍는 시선, 날씬한 여성의 노출과 뚱뚱한 여성의 노출을 차별화하는 시선까지 '몸에 대한 그 모든 불편한 시선'.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이충열 작가와 함께 몸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불편한 시선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마주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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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몸에 대한 시선’ 주제 토크
서양 미술사 접목 근원 짚고 설문 등 공유
“기존 이데올로기에 묶여 몸 억압하며 살 텐가”

"여자는 날씬해야 예쁘지."
"여자는 원피스를 입어야 해."
"쌍꺼풀만 있으면 진짜 예쁘겠다."
언어 성희롱이 일상에 스며든 사회. 신체를 훑어보는 시선, 상대를 거절하면 까다로운 여자로 낙인찍는 시선, 날씬한 여성의 노출과 뚱뚱한 여성의 노출을 차별화하는 시선까지 '몸에 대한 그 모든 불편한 시선'. 여성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20일 오후 김해 'Cafe The Y'에서는 '몸에 대한 시선들을 나누다'는 주제로 토크가 열렸다.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이충열 작가와 함께 몸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불편한 시선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경남여성단체연합의 '즐거운활동프로젝트'로서 진행됐으며, 김해여성의전화와 부설 가정폭력상담소가 함께했다.
이 작가는 서양 미술사를 바탕으로 불편한 시선의 근원을 짚었다. 그는 백인 남성 중심의 시각이 작품 속 여성 재현 방식에도 투영됐으며,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를 통해 한국에도 화풍과 사고방식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적 가치와 교리의 시각적 표현이 주목적이었던 중세 유럽 예술은 14~17세기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부활, 즉 인문주의 회귀를 내세운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며 미술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르네상스 중심에도 백인 남성이 있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1498~1499년 조각한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은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다. 작품 속 마리아의 얼굴이 스무 살 여성처럼 보이는 것은 '순결한 여성은 젊음을 오래 간직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근대혁명기에도 여성은 주체로 나서지 못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1830년 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 7월 혁명을 그린 작품으로, 화면 속 한 명뿐인 여성은 가슴이 드러난 채 깃발을 들고 있다. 여신으로서 등장하지만 남성 민중 사이에서 '시선의 대상'으로 표현됐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기점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 근현대 미술에서도 여성주의 미술(페미니즘 아트)이 등장, 시대상을 반영하고 주체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부각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조르조네의 1510년 작 '잠자는 비너스'와 달리 에두아르 마네의 1863년 작 '올랭피아'는 관람객을 응시하는 나체의 여성을 통해 전복적 시선을 제시한다.
세대를 거치면서 여성주의 미술은 진화했다.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작가는 '아동 성 상품화' 논란으로 방영이 취소된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답을 대신했다. 그는 "여성은 다른 존재로서 돌봐야 하는가. 다른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존재가 돼야 하는가"라며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와 기준에 묶여 내 몸을 억압하면서, 나를 괴롭히면서, 그것을 관리라고 하면서 (눈을 감은 나체의 여인처럼) 그저 누워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며 "나는 누군지, 누구의 눈으로 보며 살았는지 그리고 나를 시선의 대상으로 고정하면서 계속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마주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물었다. 토크가 끝날 때쯤 공유했는데, 이목을 집중시키는 답변이 있었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