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동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옆집 아저씨가 있다. 목이 늘어난 면티에 낡은 슬리퍼를 끌고 다니고 15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구형 국산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마트 세일 전단지를 꼭 쥐고 휴지 하나 더 싸게 사겠다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속으로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부동산 앞을 지나다 들려온 이야기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대출 없는 건물주였다는 반전
그 헐렁한 차림의 아저씨가 대로변 상가 건물의 진짜 주인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출 하나 없는 알짜배기 건물주였다.
이건 단순한 동네 이야기가 아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백만장자들을 2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나왔다. 부자들은 고급 주택가가 아니라 의외로 평범한 동네에 흩어져 살고 있었고, 자동차나 명품에 쓰는 돈도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시간을 사는 데는 아끼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유일하게 과감히 돈을 쓰는 곳이 있었다. 바로 시간이었다.
직장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로 이사해 비싼 월세를 감수하는 식이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렇게 확보한 세 시간을 책을 읽고 투자처를 분석하는 데 썼다. 단순 반복되는 집안일도 남에게 맡기고, 그 시간을 자기 몸값을 올리는 데 쓰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쓴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과 에너지는 경험과 사람에 쓰였다. 각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 검증된 전문가의 강의 같은 곳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곳에 돈을 쓰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오가는 정보와 통찰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부의 기반이 됐다.

월급이 스치기 전에 떼어놓는 돈
무엇보다 이들은 월급이 통장을 스치기도 전에 일정 금액을 따로 떼어놓았다. 선저축 후소비, 단순하지만 철저하게 지켜온 원칙이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배당주나 소액 부동산을 조금씩 사 모았다. 처음엔 몇백 원, 몇천 원이던 배당금이 시간이 지나면서 통신비를, 나중엔 월세까지 대신 내주기 시작했다.

이제야 그 낡은 슬리퍼와 헐렁한 면티가 이해가 됐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그 걸음걸이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