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버릇인 줄 알았는데”, 짠 음식을 좋아하는 중년 여성의 수면 중 위험 신호

짠 음식을 좋아하는 습관은 흔히 입맛의 문제로 치부된다. 하지만 중년 여성에게 이 습관은 단순한 식성의 차이를 넘어, 수면 중 호흡을 위협하는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폐경 전후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짠 음식이 예상보다 훨씬 다른 방식으로 몸에 작용할 수 있다.

중년 여성과 고염식, 수면무호흡 위험의 연결고리

이번 연구는 ‘짠 음식’과 ‘수면’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 폐경 이행기라는 시점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추적했다. 핵심은 염분 섭취가 많은 여성일수록, 수면 중 호흡 장애 위험이 더 이른 단계부터 높아졌다는 점이다.

10년에 가까운 추적 관찰로 본 변화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종합검진을 받은 42~52세 여성 257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이들을 2024년까지 추적 관찰하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위험과 염분 섭취 습관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는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수정·류승호·장유수 교수와 장윤영 박사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수면무호흡 위험은 이렇게 평가됐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STOP-Bang 설문을 활용했다. 코골이 여부, 주간 피로도, 수면 중 무호흡 관찰, 체질량지수(BMI) 등 8가지 항목을 종합해 위험도를 가늠하는 방식이다. 염분 섭취량은 짠맛 선호도, 음식에 소금을 추가하는 습관 등을 묻는 식습관 설문을 통해 파악했다.

대상자들은 월경 주기에 따라 폐경 전, 폐경 초기 이행기, 후기 이행기, 폐경 후로 나뉘었고, 염분 섭취 수준에 따라 다시 세 그룹으로 분류됐다.

짠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위험은 더 빨리 나타났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염분 섭취량이 높은 여성일수록 폐경 이행기 단계에서 수면무호흡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염분 섭취량이 가장 높은 3분위 그룹은, 비교적 적게 섭취한 1~2분위 그룹보다 폐경 이행 전반에 걸쳐 위험도가 높았다.

눈에 띄는 점은 ‘시점’이었다. 고염식 그룹은 폐경 초기 이행기부터 수면무호흡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염분 섭취가 적은 그룹은 폐경 이후에야 위험이 뚜렷해졌다. 같은 중년 여성이라도, 짠 음식 습관에 따라 위험이 앞당겨진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이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이유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단순한 코골이와 달리, 치료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심한 경우 수면 중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중년 여성에서 이 위험이 식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왜 ‘짠 음식’이 폐경기 여성의 호흡을 막을까?

이번 결과는 단순히 “짜게 먹지 말라”는 권고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폐경 이행기라는 시점에서 몸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여기에 염분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다.

폐경 이행기, 호르몬 변화가 만드는 취약성

폐경이 가까워지면 여성 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한다. 이 변화는 생리 주기뿐 아니라 호흡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에스트로겐은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를 유지하고, 호흡 리듬을 안정화하는 데 관여한다. 호르몬이 줄어들면 수면 중 상기도가 쉽게 이완되고, 기도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염분이 더해질 때 벌어지는 일

여기에 고염식이 더해지면 문제가 복합적으로 커진다. 염분 섭취가 많아지면 체내 체액 분포에 변화가 생기고, 혈관과 조직에 수분이 정체되기 쉬워진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수면 중 상기도 주변 조직이 부어 기도가 더 쉽게 좁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호르몬 변화로 이미 약해진 구조에 염분이 추가 부담을 주는 셈이다.

왜 ‘초기 이행기’가 특히 위험할까?

폐경 초기 이행기는 많은 여성들이 아직 건강 문제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시점이다. 월경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폐경 후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시기에 고염식 습관이 수면무호흡 위험을 앞당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상이 뚜렷해진 뒤가 아니라, 이행 초기에 이미 위험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수면 문제는 심혈관 위험으로 이어진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잠을 잘 못 자는 문제가 아니다. 수면 중 반복되는 저산소 상태는 혈압 상승, 심장 부담 증가, 대사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년 여성에서 수면무호흡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향후 심혈관·대사 질환 위험 역시 함께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 놓치기 쉬운 신호

코골이, 아침 피로, 낮 동안의 졸림은 흔히 나이 탓이나 스트레스로 넘겨진다. 그러나 짠 음식을 즐기는 중년 여성이라면, 이런 신호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입맛으로 시작된 습관이, 수면 중 호흡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Nutrient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