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꽉’ 찬 기본기 앞세운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마케터들이 전하는 이야기

세단 대신 SUV를 선택한 운전자는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을 꿈꾼다. 일반 승용차는 엄두 못 내는 오프로드 주행, 아늑한 텐트와 바비큐가 있는 오토캠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소비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갈증을 해소할 특별한 공간을 GM이 마련했다. 바로 ‘더 빌리지 오브 지엠(The Village of GM)’이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제너럴모터스, 강준기

GM이 제안하는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The House of GM)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GM의 첫 브랜드 통합 스페이스, ‘더 하우스 오브 지엠(The House of GM)’이 출범했다. 쉐보레와 캐딜락, GMC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통합 공간이다. 신차와 헤리티지 모델의 전시뿐 아니라 QR 스탬프 미션, 테스트 드라이브 등 다양한 고객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 경험을 새롭게 정의했다. 최근엔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인 ‘워크 오브 페임’을 모티브로 리뉴얼 오픈했다.

더 빌리지 오브 지엠(The Village of GM)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이 도심 내부에 자리한 브랜드 체험 공간이라면, 오늘 소개할 ‘더 빌리지 오브 지엠’은 도심 외부에서 오토캠핑과 재즈 콘서트, 오프로드 주행 등 색다른 각도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마을’로 구성했다. 단순한 소비자 체험 공간을 넘어, 브랜드가 고객에게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소다.

지난 10월 말 문을 연 더 빌리지 오브 지엠은 경기도 여주시 명품로 인근에 자리했다. 쉐보레 RV 보유 고객을 위한 ‘GM 패밀리 데이’를 시작으로, 신차 구매를 원하는 가망고객을 포함해 총 240명의 고객들을 초청하고 성황리에 오토캠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석고방향제 만들기와 티셔츠 커스터마이징, 포토존 등 다양한 고객체험 이벤트도 함께 마련했다.

(왼쪽부터) GM 한국사업장 마케팅본부 김태환 차장, 정우규 본부장, 송승안 부장, 함주희 차장, 신정인 차장

이날 우리 팀은 최근 페이스리프트 신 모델로 거듭난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미국 분위기 물씬한 GM의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동시에, 현장을 찾은 GM의 신차 개발을 이끄는 엔지니어와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제너럴모터스 마케팅 담당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출 수요가 대단히 높다. 내수와 수출 모델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A. 내수 및 수출 모델의 사양 구성은 많이 다르다. 미국에는 저가 사양 위주로 판매한다. 국내에는 미국에 없는 사양들을 욱여넣었다. 예를 들면, 열선이나 파워 리프트 게이트, 오토홀드도 우리만 갖춘 사양이다. 트레일블레이저도 신차 출시 때부터 구성을 달리했다. 미국 버전에는 2열 열선 기능이 없고, 1열 시트 가죽 재질도 다른데 천연가죽이 없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모두 한국 연구소와 한국 마케팅 부서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전략 차종이다.

Q. 2열 에어벤트의 부재(트레일블레이저) 등 몇 가지 소비자 불만사항도 있는데.

A.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장비를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 트랙스에는 고객 선호 사양을 대부분 반영해 출시했다. 다만, 승차감이나 엔진 마운트 등 주행과 관련한 부분은 더욱 개선했다(트레일블레이저). 우리 연구소에서는 주행품질과 관련된 부분에 돈을 쓰는 걸 전혀 아끼지 않는다. 편의장비보다 주행성능과 안전성이 먼저다.

즉,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고객 시승과 경험을 많이 강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기’를 강조하는 게 마케팅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이 있어 우리는 이런 부분(주행품질)을 밀고 나가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고객 체험 공간인 ‘더 빌리지 오브 지엠’도 마련하게 됐다.

Q. 전시장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저울질하는 고객들이 많을 거 같다. 트랙스 대신 트레일블레이저로 끌어당길만한 요소들은 어떤 게 있는지.

A. 트랙스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이고 트레일블레이저는 SUV다. 오프로드 주행이나 아웃도어에 훨씬 더 적합하다. 스위처블 AWD(상시 사륜구동) 등의 특화 사양도 들어갔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 구매 고객 중 AWD 선택 비율이 30%를 넘는다. 통상 국내 SUV 고객의 AWD 선택 비율은 20% 내외로 높지 않다. 즉, 두 차를 고민하다가 사륜구동이 필요한 고객들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하고 있다.

Q. RS 등 상위 트림의 판매 비율이 압도적인데, AWD가 특화 사양이라면 하위 트림에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하는 게 아닌지.

A. 실제 우리 브랜드의 모든 차종을 보면 상위 트림의 판매 비중이 높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처음 출시 때 LS부터 RS까지 트림을 구성했고, AWD는 프리미어 트림부터 선택 옵션으로 마련했다. 신형을 출시하며 하위 트림에 AWD 옵션을 구성하지 않은 이유는, 구매고객 특성상 하위 트림을 선택하는 고객은 AWD를 넣지 않았다. 실제 판매를 해보니 중간인 프리미어 등급에서도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생산 및 개발의 효율성을 위해 판매량이 높은 액티브, RS 트림의 비중을 높였다.

Q. 트레일블레이저는 이전에 1.2L 터보 엔진과 1.35L 터보 엔진으로 이원화했는데, 신형에선 하위 엔진이 빠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판매 간섭 때문인지 궁금하다.

A. 트랙스와는 관련이 없고 소비자 성향 때문이다. 1.2L 엔진은 출시하고 1년 지나 단종했다.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AWD와 마찬가지였다. 고객 구매 비중이 높지 않았다. 1.35L 엔진도 굉장한 다운사이징 엔진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굳이 1.2L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LS 등 하위트림의 판매 비중도 10%가 채 안 됐다. 운영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 때 힌트를 얻은 게 있다. 1.2L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의 ‘출고기’를 보니 만족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향후 1.2L 엔진을 다른 모델에서 주력으로 사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Q.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도 1.35L 엔진을 넣으면 판매가 더욱 올라가진 않을지?

A. 맞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간다. 두 엔진의 원가 차이가 제법 크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쉐보레 엔트리 모델이고, 소형과 준중형 세단 수요까지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첫차 구매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2L와 1.35L 모두 글로벌 개발 엔진이다. 다만, 한국 연구소에서 한국 시장에 맞게 조정을 거쳐 탑재한다. 기본적으로 파워트레인, 차체 등 모든 사양이 미국과 동일한데, 편의장비 구성만 조금 다르다.

트랙스는 크로스오버의 장점을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다. 크로스오버는 세단과 SUV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세단 고객 중엔 뒷좌석을 접어 짐을 좀 더 싣고 싶은 분들도 있다. 이런 다양성을 갖고 싶은 분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을 붙였다.

Q. 근래 대부분의 SUV는 크로스오버 SUV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차별화를 위해 아웃도어 패키지 등 또 다른 특화사양을 마련하는 게 어떨지.

A. 이전 액티브 트림에 17인치 휠+올 터레인 타이어를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일반 온로드 타이어와 비교해 노면소음이 상대적으로 커 판매량이 떨어졌다. 험로주행을 염두에 둔 모델이지만, 소형 SUV로 실제 오프로드를 찾는 고객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해당 구성을 빼고 18인치 휠타이어를 마련했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모두 도심형 모델이지만 트랙스는 접근하기 편한 차, 트레일블레이저는 마니아를 위한 차로 소개하고 싶다. 시장에 다양한 경쟁 모델이 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특색을 갖췄다. 실제 구매고객 분석을 해보니 특이한 부분이 있다. 젊은 여성 고객 비율이 30% 이상이다. 반대로 트래버스 등 상위 SUV들의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 고객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외장컬러 선택 비율도 독특하다. 통상 대부분의 차가 흰색과 그레이, 블랙 등 무채색 컬러의 판매 비중이 80%를 넘는다. 그런데 트레일블레이저는 25% 이상이 유색이고, 피스타치오 카키 컬러가 15%에 달한다. 즉, 스타일리시하고 개성 있는 SUV가 좋은데 너무 큰 차는 부담스러운 젊은 여성 고객이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보편성을 앞세운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달리 ‘힙’하게 가고 싶은 차이면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 삼은 모델이다. 이를 테면 은퇴 후에도 나 혼자 쉽고 편하게,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차가 필요한데 준중형 세단은 싫다면 좋은 선택지다. 실제로, 주변에 부모님들께서 은퇴하시고 준중형 세단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SUV로 의미를 갖는다.

Q.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탑재한 소형 SUV 출시 계획은 없는지.

A. 결국 소형차는 ‘가성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작은 차들은 무게가 가벼워 연비가 좋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는 3기통 다운사이징 엔진을 탑재하면서 3종 저공해차 혜택까지 충족한다(2WD).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넣는다고 해서 연비가 리터당 25~30㎞ 이상 나오진 않고, 차 가격이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고객 선택이 힘들다. 소형차를 4,000만 원 주고 구입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시작으로 더 빌리지 오브 지엠 등 두 개의 브랜드 통합 스페이스가 등장하며,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나선 GM. 다음 편에선 실제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여성 오너를 섭외해, 긴 시간 타보며 느낀 장단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편, 쉐보레는 지난 2013년 트랙스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주역이다. 이후 대형 SUV인 트래버스와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이쿼녹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초대형 SUV 타호, 볼트 EUV 등 ‘풀 라인업’을 갖추면서 RV 전문 브랜드로 개편했다. 최근엔 2세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