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 타고 드라이브 나가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 전 911 카브리올레를 뽑은 친구의 소식을 접한 뒤 머릿속을 맴돌았던 질문이다. 때마침 포르쉐코리아가 제조사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타이틀은 ‘포르쉐 겟어웨이(Porsche Getaway)’. ‘휴가’를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의 다양한 라인업과 함께 제주도 해안도로, 산길을 즐기는 시간이다. 지난 20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제주로 날아갔다.
글 │사진 최지욱 기자(jichoi3962@gmail.com)




이른 아침, 서귀포시에 자리한 JW 메리어트 제주 호텔에서 시승 코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오전에는 516 숲터널과 1100고지, 오후엔 제주도 서부의 한림 해안로를 달리며 포르쉐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할 예정이다. 행사에 투입한 모델은 총 10대. 내가 속한 조는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과 타이칸 GTS를 배정받았다.
존재만으로 특별한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

첫 번째 시승차는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 액세서리 제작을 담당하는 ‘포르쉐 디자인(Porsche Design)’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750대 한정판 버전이다. 911 타르가 4 GTS를 바탕으로 전용 디테일을 안팎 곳곳에 더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겉모습에는 포르쉐 디자인의 데뷔작 크로노그래프 1(시계)이 떠오르는 블랙 컬러 요소를 담았다. 먼저 차체와 브레이크 캘리퍼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타르가 바와 휠은 새틴 플래티넘으로 마감했다. 도어엔 ‘PORSCHE DESIGN’ 데칼을 붙였다. 엔진 커버 그릴에는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F.A. Porsche)의 서명과 ‘50 Porsche Design’ 문구를 새긴 동그란 명판을 달았다.






실내 역시 블랙으로 꾸몄다. 스티어링 칼럼과 센터 콘솔, 선바이저를 모두 가죽으로 덮었다. 대시보드 오른쪽에는 한정판 모델의 고유 번호를 새겼다. 내가 탄 차는 750대 중 58번째 모델. 또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시계 초침은 레드 컬러로 마무리하고 도어 스텝에 ‘50 Porsche Design’ 레터링을 적었다. 소프트탑은 전자식 기어 레버 뒤에 자리한 버튼으로 여닫을 수 있다. 단 차가 완전히 멈췄을 때만 작동한다.

심장은 기본형 911 타르가 4 GTS와 같다.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58.2㎏·m를 내는 수평대향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넣었다. 변속기는 8단 듀얼클러치(PDK)를 짝지었다. 0→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3.5초. 최고속도는 시속 307㎞다.

몸 풀기 삼아 서귀포 시내를 누볐다. 가속 페달 답력을 묵직하게 설정해 원하는 만큼만 정교하게 힘을 꺼내 쓸 수 있다. 포르쉐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각 바퀴의 댐핑 강도를 끊임없이 조절하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를 넣어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삼킨다. 2도어 스포츠카지만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함까지 겸비한 점이 마음에 든다.


시내를 벗어난 후에는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오른발에 힘을 주자 타코미터 바늘이 튀어 오르며 쏜살같이 속도를 높인다. GTS 튜닝으로 한껏 키운 배기음은 쉴 새 없이 귀를 자극한다. 방음재 일부를 덜어내 소리도 한층 명확하게 들린다. 주행 모드 바꾸는 ‘동글이’ 다이얼 가운데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20초 동안 엔진과 터보차저, 변속기 반응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의 진가는 꼬부랑길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정교한 조향 반응을 바탕으로 굽잇길을 칼같이 공략한다. 여기에 자세제어장치가 합세해 오버스티어를 필사적으로 막는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궤적이 부풀지 않는다. 이날 처음 만난 자동차지만 주행할수록 내와 하나가 된 듯한 믿음을 심어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브레이크다. 차가 멈추는 순간까지 초반 답력을 꾸준하게 유지한다. 다운 힐처럼 페달을 자주 밟아야 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일관성 있는 제동력을 제공한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차체 앞부분이 내려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잘 억제한다. 그 결과 브레이크를 강력하게 밟아도 차체 균형을 잃지 않는다.
두 얼굴의 타이칸 GTS

오후 일정은 타이칸 GTS와 함께했다.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를 한 개씩 물려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86.7㎏·m를 뿜는다. 런치 컨트롤과 함께 오버부스트 모드를 쓰면 598마력까지 올라간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7초 만에 가속한다. 차체 바닥에는 93.4㎾h 배터리를 깔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7㎞(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

노멀 모드에서의 타이칸 GTS는 차분하다. 최대토크를 모두 쏟는 대신 페달 조작량에 따라 모터 힘을 선형적으로 끌어올린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를 포함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을 끊임없이 모니터링 해 충격, 진동 등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주행 모드를 ‘레인지(Range)’로 바꾸면 최고속도를 시속 140㎞로 제한하고 동반석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끈다.

‘스포츠’ 또는 ‘스포츠+’에선 완전히 다른 차로 돌변한다. 가속 페달을 꾹 밟는 순간 뒤통수를 힘껏 잡아당긴다. 2,370㎏이라는 무게가 무색할 만큼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엔진 소리, 진동이 없어 짜릿함과 묘한 공포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가 2,900㎜에 달하지만 911 버금가는 민첩함은 덤이다.

전기차는 주행 시 모터 특유의 ‘위이잉’ 소리가 실내를 채운다. 그러나 볼륨이 작고 음색이 밋밋해 기름 먹는 자동차보다 귀가 심심하다. 그러나 타이칸 GTS에는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Porsche Electric Sport Sound)’가 기본이다. 속도를 올릴수록 영화 <스타워즈> 속 전투 비행기를 모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감속 시 엔진이 ‘윙’하는 소리를 구현한 점도 인상적이다.





겉모습에는 GTS 특유의 검은색 헤드램프 베젤과 프론트 스플리터, 창문 몰딩, 포르쉐 레터링, ‘Taycan GTS’ 배지를 달았다. 실내엔 16.8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9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 공조장치를 포함한 여러 기능을 제어하는 8.4인치 터치스크린을 심었다. 옵션으로 동승석용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넣을 수 있다. 대시보드와 시트, 스티어링 휠은 가죽 또는 알칸타라로 씌워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 타이칸 GTS와 함께한 포르쉐 겟어웨이. 서울로 돌아가는 동안 양손이 저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귀에선 매혹적인 사운드가 계속 맴돌았다. 그렇다. 한 번 타보면 사기 전까지 빠져나올 수 없다는 ‘포르쉐 바이러스’에 꼼짝없이 걸렸다. 그만큼 포르쉐의 매력은 짜릿하면서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