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시대를 앞서 간 SF 영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에 불과하다 생각했던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요즘. 문명과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불과 몇 주 뒤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도래할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상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시대를 앞서 간 SF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씨네아카이브 2번째 에피소드는 감독들의 선구안(?)에 깜짝 놀라게 되는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린 작품 2편을 소개한다.
지배하는 자가 되느냐, 지배받는 자가 되는냐 그것이 문제로다!

문화, 경제, 사회 전반에서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영역이 커질수록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양해지고 있는데 크게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①A.I.의 장점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머지않아 ②인간이 A.I.에게 지배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시각. (고백하자면 발행인은 후자에 가까운데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교수님의 말처럼 혹여나 지배받는 세상이 오게 됐을 때 살아남기 위해 모든 대화 끝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 것으로 살길을 열심히 도모 중이다...🥹)

(Chat GPT가 생성해 준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세상 이미지. 다행히 서로가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주었다...)

극단적으로 나누긴 했지만 인공지능이 가져올 삶의 변화와 편의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이미지 인식부터 언어 번역, 창작물 생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가용성을 넓혀가고 있으니까. 그와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기도 또 두렵기도 한데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문명에 짓눌리지 않고 장점만 영민하게 활용해 내 삶의 주도권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이고 싶다는 것!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잃고 싶지 않은 발행인의 바람을 담아 고른 2편의 추천작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나름대로 사이좋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그린(...이라고 쓰고 '인간이 지배받지 않는'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 아이>와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다.

<에이 아이 (A. I.)>,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에이 아이>는 영국의 SF작가 브라이언 W. 올디스의 『슈퍼토이의 길고 길었던 마지막 여름(Super Toys Last All Summer Long)』을 각색한 작품으로 1969년 하퍼스 바자를 통해 공개된 원작 소설을 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작품의 판권을 사들이고 영화화하는 단계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영화를 맡기게 되면서 '피노키오'의 동화적 요소를 가미한 과학과 휴머니즘이 결합된 인공지능 캐릭터를 탄생시킨 영화다. (아쉽게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화가 완성되기 전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결국 완성작을 보지 못했다.)

과학기술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함과 동시에 극지방의 해빙이 녹아 해안 도시가 모두 물에 잠기고 천연자원마저 고갈되어 가는 미래의 지구.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가진 인조인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살아간다. 이들은 집안일부터 말동무, 성생활까지 인간을 위한 모든 일을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들이 할 수 없는 딱 한 가지가 바로 감정을 나누는 것.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이 과학기술 발전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던 어느 날, 하비 박사는 감정을 지닌 로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박사의 계획 아래 사이버트로닉스는 마침내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데이빗’을 선보인다. 하비 박사는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불치병으로 아이를 냉동시키고 회복을 기다리던 헨리의 집으로 ‘데이빗’을 입양 보낸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데이빗이 아들 역할을 하며 조금씩 인간 사회에 적응해 나가던 어느 날, 부부의 아들 마틴이 극적으로 퇴원하게 되자 엄마의 사랑을 놓고 마틴과 경쟁하던 데이빗은 결국 버려지고 엄마가 들려준 피오키오 이야기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면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장난감 로봇 테디, 길 위에서 만난 ‘지골로 조’와 함께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 사이의 진정한 교감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이전까지 인공지능과 인간이 지배권을 두고 대립하는 관계로 그려졌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다뤘는데 특히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을 연기한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데이빗'의 경우 첨단 기술의 산물이지만 정보와 이미지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인간적인 방식으로 통합해 정서를 형성하고 감정을 느끼며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캐릭터로 인상적인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깊은 감정을 느끼고, 반대로 인간은 무감각한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유퀴즈 교수님의 말처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절대로 학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느끼는 수 만 가지의 감각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감정들은 오랜 시간 각자의 방식으로 축적된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이자 동시에 인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에이 아이>에서는 이를 역으로 활용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방식으로 감정을 학습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것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적인데 특히 그 대상이 어린아이라는 것이 인공지능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

후반부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 여정 끝에서 만나게 된 하비 박사는 데이빗에게 다른 수많은 데이빗과 주인공이 다른 이유로 '푸른 요정을 만나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인간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것'이라 말한다. 결국 "<에이 아이>는 진짜 인간이 되어 엄마의 사랑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동화적인 방식으로 보듬어 줌으로써 데이빗을 구원하고, 이를 통해 ‘한 아이의 꿈을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방식이자 휴머니즘’이라는 것을 스필버그 만의 화법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Btv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해석 발췌)

<그녀 (Her)>, 스파이크 존즈 감독

<그녀>는 인격형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3년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의 시대 배경이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개인화된 2025년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영화 속 시대 배경에서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지금, 영화 속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10년 후인 2035년에는 영화의 모습과 비슷한 환경을 보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2025년.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 후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자신의 삶을 나누면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사만다와 함께하며 외면하고 지냈던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회복하기 시작한다. 한편, 사만다 역시 테오도르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수록 스스로 기능을 고도로 발전시키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개봉과 함께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찬사와 함께 아카데미를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거머쥐었는데 원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영화가 완성되기 10년 전, 인터넷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채팅에 대한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껴 대화를 시도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체는 없지만 완전한 의식을 지닌 존재와 관계를 맺게 되는 한 남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러브스토리로 상상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는 테오도르와 사만다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고독감이 깊어진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감독은 “두 사람을 통해 우리가 관계를 맺을 때 겪는 기대와 두려움을 다루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척하고 싶지만 필요한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떻게 실패하는지에 대해서도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과의 깊이 있는 교감보다 인공지능과의 교감이 더 쉬워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쪽인데 이는 결국 어떤 관계든 상대에 대한 '기대'가 개입되기 마련이고, 상대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더 크게 상처받는 쪽은 결국 인간과의 관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인간이 기대하는 답변을 줄 수 있으니까. 테오도르가 그랬던 것처럼.


이와 동시에 영화는 사랑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데 감독은 우리는 항상 변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관계에 있어서 관건이고, 과연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다고 해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라고 밝히며 사만다를 만남으로써 사랑으로 인한 관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통해 표현했다. 사만다를 만나 기 전 테오도르는 친구에서 연인,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던 캐서린과 이혼을 앞둔 자신의 상태를 ‘감정을 많이 소모해서 더 이상 소모할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테오도르는 남의 마음을 상상해 편지로 남기는 대필작가라는 것이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인물인 것 같지만 정작 부인과의 관계에서는 상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깨닫지 못하는데 사만다를 만나 일상을 나누고 그녀의 시각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영화의 말미, 사만다가 떠난 후 테오도르는 캐서린에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네가 한 조각 남아 있을 거고 나는 그게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으로 세상 어디에 있던 사랑을 보낼게."라고 편지를 전하며 마침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어떤 사람으로 세상 어디에 있던 사랑을 보낸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상대와의 관계에서 서로가 변화할 수 있는 주체로 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랑의 본질을 SF 장르와 엮어서 풀어내는 감독의 방식 역시 놀라운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그녀>는 인공지능을 가장 독창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로운 기록생활, 씨네아카이브는 매주 금요일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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