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앵커·尹충암고 동문 등 KBS 사장 지원서 뜯어보니
낙하산 논란 사장, 대통령 우호 대담 앵커, 전두환 호칭 논란 주간, 방송 무관 기업인까지
지원자들 모두 KBS의 정치적 중립성 공약…법 개정 필요한 수신료·부동산 관련 계획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차기 KBS 사장 공모에 단 4명이 지원한 가운데, 지원자들 모두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보도 공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부정하거나 “그냥” 뉴스만 하자고 주장한 이들도 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모든 후보가 수신료나 부동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자 면면 보니…논란 있거나, 뜬금 없거나
제27대 KBS 사장 공모에는 KBS 내부 인사로 박민 현 사장과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 외부 인사로 김영수 전 한화건설부문 부사장이 지원했다. 4일 공모를 마감한 KBS 이사회는 지원자들 이력과 경영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바로가기 링크)했고, 14·16일 서류 심사, 23일 3배수 후보 면접심사 및 최종 후보 임명제청을 진행한다. 시민 평가는 여권 이사들 반대로 배제됐다.
KBS 내부 인사들은 모두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사들이다. 박민 현 사장은 지난해 보궐 사장으로 지원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설 속에 낙하산 후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사장이 정식 취임하기 전부터 일부 본부장 등 내정자들이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하차를 지시했다. 박 사장 본인은 취임 직후 KBS의 과거 여권 비판적 보도들이 '불공정 보도'라며 대국민 사과했다.
박민 사장이 주요 취재·제작 국장을 구성원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임명동의제를 폐지하면서, 통합뉴스룸국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김성진 방송뉴스주간도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김성진 주간은 지난해 11월 KBS 뉴스 편집회의에서 '한중일'을 '한일중'으로, '북미'를 '미북'으로 표기하라고 했다. 올해 1월엔 “전두환의 호칭은 '씨'가 아니라 '전 대통령'으로 통일”하라는 지침으로 논란을 불렀다.
박장범 앵커는 '뉴스9'에서 여권 비판적 보도들을 '공정성 훼손 사례'로 보도해 내부 반발을 샀다. 올해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88학번(1988년 입학)으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대학 동문이다.
방송 분야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김영수 전 한화건설부문 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2년 후배라는 특이 사항이 있다. 김영수 전 부사장은 한화건설 전무, 한화건설 자회사 에코이앤오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까지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38년간 한화그룹 봉직을 부사장으로 마치고, 원래 꿈이었던 방송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지원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 거론… '정치뉴스 영원히 하지 말라'까지
네 명 지원자 모두 정치적 중립성 내지 독립성을 거론했다. 특히 KBS 내부 인사들은 관련 기준을 위반하면 문책 내지 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박장범 앵커는 “최근 몇 년간 KBS의 공정성, 중립성, 객관성이 훼손된 이유는 일부 뉴스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편파성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시사프로그램 공정성 강화를 위해 시사프로그램 패널을 합리적 인물로 구성하고, 사전 게이트키핑과 사후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공정성·중립성을 위반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철저히 조사해 사내규정에 따라 징계 등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박민 사장은 본인이 '공영방송 정체성 회복과 공영성 강화'를 이뤘다며 '불공정 프로그램 대국민 사과와 관련 프로그램 폐지' '노조 임명 동의제 불인정 등 공정방송 기반 조성' '저출생 위기 대응 등 국가적 의제 선도' 등 논란의 사안을 성과로 제시했다.
박 사장은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에 대한 사전 게이트 키핑과 사후 심의를 강화해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치권력·정부 등 외부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각종 직능 협회 등 내부 단체로부터의 간섭이나 압력도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주간은 방송제작자에 대해 노조, 협회, 정당 등으로부터 공정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시도나 요구가 있으면 이를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공표하는 '공정성 침해행위 신고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성장 신화를 되짚는 '고품격 다큐', 자유·공정·법치·민주주의 수호 관련 콘텐츠 연중 편성 계획도 밝혔다.
김 주간은 “현재의 리더십은 KBS가 직면한 문제와 이에 대한 조직원들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공감, 무소통의 일방통행 리더십에 KBS를 지탱해온 우수한 인력들조차 방향을 잃고 사분오열하고 있다”고 현 사장 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영수 전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은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제고 방안에 대해 “그냥 뉴스만 하라”는 답을 내놨다. 김 전 부사장은 “TV, 라디오에서 뉴스외에 정치평론, 정치좌담회, 청문회장 생중계, 여론 조사자들의 의견 청취, 해설위원의 논평 등은 지금부터 영원히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1TV만 뉴스를 하고 2TV에서는 뉴스를 전혀 하지 않고 예능에만 전념할 필요가 있다”며 “KBS 제1라디오만 정치는 없는 뉴스만 하고 나머지 라디오 채널들은 설립 취지에 맞는 방송만 하면 된다”고 했다.
수익 위해 '법 개정' 한다?
지원자들은 향후 KBS의 재정 안정화 및 수익 창출을 위한 주된 방안으로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을 공약했다. 법 개정의 경우 과거 사장 지원자들도 주장해왔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현 KBS에 비판적인 야당 우위 국회에선 더더욱 가능성이 낮다.
박장범 앵커는 수신료 징수 체계 안정화를 위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등록 면제 수상기 범위 축소 및 검토를 추진하고, 중장기적 수신료 제도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민 사장은 현재의 TV수상기를 넘어 모바일 등 뉴미디어 기기에 대한 수신료 부과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자산 개발과 임대가 가능하도록 방송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성진 주간 또한 수신료 온라인 납부 방식 추진 등과 함께 KBS가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기 위한 필수정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동한 개발을 위한 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김영수 전 부사장은 “KBS 소유 모든 부동산에 대해 유동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소유 부동산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와 임대사업, 향후 드라마 촬영지 매입 등을 제시했다.
주요 핵심 공약들은?
박장범 앵커의 10대 핵심 공약은 △공정·중립으로 시청자 신뢰 제고 △선택·집중으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 △재난방송 체계 고도화 △공공의제 주도적 설정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혁신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디지털 미디어 추진 △AI 등 첨단 기술의 방송 제작 활용 △글로벌 제작역량 고도화 △시청자와의 소통 강화 △지역방송 활성화 등이다.
박민 사장의 4대 핵심 공약은 △1TV는 고품격 공영·공익 채널로 특화 △제작 스튜디오 '콘텐츠K' 설립 △복합문화공간 'K 컬처 허브' 추진 △자산 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및 추진 등이다. KBS 비전으로는 “글로벌 콘텐츠의 중심-초일류 공영미디어”를 밝혔다.
김성진 주간의 10대 핵심과제는△보도 시스템 개편으로 공정성 강화 △진영 갈등 해소,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 수호 위한 프로그램 신설 △글로벌 플랫폼과 전략적 제휴 통한 콘텐츠 경쟁력 강화 △수신료 재정위기 극복 위한 단계별 대응전략 △프로덕션 체제 전환 등 제작시스템 혁신 △성과보상제도 개선과 각종 직종·직급 파괴로 조직문화 혁신 △콘텐츠 제작 지원 마련 위한 수익 다각화 방안 △지상파 비대칭규제 해소 △AI기반 제작시스템 혁신 △재난방송 고도화 및 지역 언론 허브 역할 강화 등이다.
김영수 전 부사장은 전략적 목표로 △공공성 유지 △세계1위 경쟁력 갖는 차별성 높은 프로그램 △한류 중흥시키는 방송 등을 밝혔다. 그는 “비전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KBS 홍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KBS '1'을 강조하기 위해 1의 상징물을 억지로 따 와서 보여주고 있다”며 “KBS 로고에서 대한민국, Korea, South Korea가 추가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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