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순간 들리는 선율 영화 속 명장면 심어지는 한 방 [심광도의 영화 속 클래식]
변주 작품 중 최고 걸작 평가
작품 의미·감정 전달 극대화
영화의 장면을 위하여 쓰인 클래식 중 가장 많이 쓰인 작곡가의 작품은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곡이라면 비발디의 사계다. 봄의 1악장, 겨울의 1악장(올드보이), 그리고 현대에 들어 여름의 3악장(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이제 그만'이라 외치고 싶을 정도다. 또 하나의 곡을 든다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인터뷰에서 조심스레 도전을 약속했고, 올해 들어 통영 국제 음악제, 카네기 홀 투어, 베르비에 축제 등을 통해 선보이며 국내 팬들에게, 아니 전 세계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1. '시간의 반복, 양이 쌓여 질적 변화로'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제1변주)

2. 인간이 쌓아 올린 최고의 지성 – 영화 <양들의 침묵>

3. 절대 질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4. 절대 악의 반대편 - 영화 <셰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 <검은 사제들>
세상에 인간과 인간의 모습을 지닌 악마가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에 악마를 퇴치하는 임무를 맡은 헌터들도 함께이며 이들은 세대를 이어 내려져 오고 있다. 악마의 힘이 만만치 않으니 그들의 무기 또한 강력하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바흐의 음악이다. 바흐는 3백 년 전 이미 헌터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찾아온 헌터에게 존재를 들키지 않으며 여유롭던 악마가 들려오는 바흐의 음악에 결국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악마는 바흐를 참을 수 없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두 사제가 퇴마 의식을 위해 무기로 삼은 것 역시 바흐의 음악(칸타타)이었다. 깨어난 악마는 가장 먼저 이를 제거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5. 이성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 영화 <설국열차>

6. 어떠한 혼란도 다시 정돈하여 아름답게 –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비행기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과거의 기억마저 잊은 영국식 억양의 환자. 헝가리계 귀족이었던 그의 이름은 알마시이며, 간호사 안나가 극진히 간호하는 가운데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다. 소중히 간직된 수첩에 적힌 캐서린과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의 추억들. 온몸에 상처를 입어 움직일 수 없는 캐서린을 사막의 동굴에 누인 알마시는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3일의 낮과 밤을 걸었다. 그녀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건만 가로막힌 현실에 시간을 놓쳤고 영국 비행기에 독일 가솔린을 채운 채 겨우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캐서린은 마지막 순간, 랜턴의 불빛만큼이나 얼마 남지 않은 숨결을 두고 마지막 편지를 남겼고, 안나가 이를 눈물로 읽어주는 가운데 알마시는 눈을 감는다. 그녀의 곁으로 떠난 것이다.
극 중 안나는 천사다. 완벽히 이타적이며 자신 또한 전쟁의 와중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 서글프지만, 결코 대면한 혼란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안나가 이탈리아에 남아 병상을 수습하던 중 폐허가 된 건물 안에 놓인 피아노를 발견한다. 다리 한 편을 잃어 기울었지만 소리는 멀쩡했다. 그리고 이때 안나의 손끝에서 시작된 선율이 바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완벽한 균형과 질서인 것이다.

※필자 소개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편안한 쉼터, 뮤직파라디소를 지키는 뮤파지기입니다. 문화가 물질을 이기는 세상을 꿈꿉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