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다빈치’ 정약용, 21세기 정원문화에 깃들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남양주=김선미 기자 2024. 10. 5. 07:45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관람기
경기도가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정원박람회를 시작하면서 ‘정원문화’ 박람회를 표방한 건 놀랍도록 선구적인 일이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중앙공원 일대에서 3일 시작해 6일까지 진행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바로 그 정원문화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2010년 시흥시에서 시작된 이 박람회는 경기도 내 시·군을 공모 선정해 열린다. 2회까지는 격년으로 열리다가 3회(2015년)부터 매년 성남, 부천, 파주, 오산시 등에서 열려왔다. 남양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박람회는 12회째다.
이번 박람회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다산 정약용(1762~1836)이라는 지역의 인물이 현대 감각으로 잘 스토리텔링됐다. 고층 아파트가 숲처럼 둘러싼 다산신도시에 한국의 천재 정원가 다산의 자연관이 여러 형태로 구현됐다. 20, 30대 젊은 정원 작가들은 “다산이 남긴 옛 문헌들을 참조해 우리 조상들이 정원을 가꾸고 감상했던 방식을 익혔다”고 말했다.
다산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남양주시 예빈산의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파라메트릭(parametric·수학 계산으로 만든 패턴) 구조로 구현하고(전문정원 ‘너덜겅-다산의 웅기’), 다산이 바윗돌 위에서 차를 끓이던 다산초당의 모습을 고즈넉하게 표현(LH의 기업정원-‘다산칠정’)한 식이다. 젊은 작가들은 흔히 차폐 용도로 쓰이는 회양목을 근사한 조경수로 연출하고, 푸른빛이 도는 무궁화 묘목을 나무 담벼락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정원조성에 담긴 열정과 진심이 느껴졌다.
둘째, ‘정원 산책’이라는 이번 박람회의 주제에 맞게 다산신도시를 산책하듯 박람회를 즐길 수 있게 한 관람 동선이다. 다산중앙공원, 선형공원,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1.4km 길이의 박람회 구간 양쪽에는 아파트와 상가들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일상 속에 정원이 들어서게 됐다. 기다란 동선을 따라 체험 부스와 장터 부스가 자리 잡으니 관람객들이 구경하기에 집중도가 있으면서 편안했다.
길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아파트 단지 입구의 아파트 정원 세 곳도 공동체 정원의 미래를 제시했다. 일례로 다산 1동 e편한세상 아파트 입구 정원은 정원 교육기관인 푸르네정원문화센터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정원조성을 교육하며 함께 가꾼 정원이다. 기업정원은 LH, GH, 빙그레가 참여했는데 특히 바나나우유와 메로나 등 빙그레 제품을 형상화한 정원이 시민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셋째, 시민 참여다. 남양주시는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며 올해 5월 시민추진단 200명을 발족시켰다. 정원조성, 정원홍보, 자원봉사, 시민정원사 봉사 등 분야에 따라 정원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모집하고 정원 소양 교육도 시켰다. 이들이 이번 박람회 기간에 각 정원 구역의 해설과 안내를 맡고 있다.
정원지원센터 부근에 있는 ‘내 손으로 만드는 정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각종 식물이 심어진 작은 화분들을 여럿 준비해 원하는 대로 ‘나만의 정원’을 만들도록 했다. 꼬마정원사 정원에서는 정원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기후위기 시대 정원의 역할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도로변에 설치된 시민 정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도 내 대학들의 참여도 빛났다. 우수한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신구대와 중부대가 정원을 조성하고 계원예술대는 문화전시 정원을 꾸몄다.
앞으로 국내 정원박람회가 좀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초청작가 정원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누구든 인기 작가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작가들이 각 지역을 깊이 고민하고 정원을 만들면 어떨까.
경기도가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정원박람회를 시작하면서 ‘정원문화’ 박람회를 표방한 건 놀랍도록 선구적인 일이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중앙공원 일대에서 3일 시작해 6일까지 진행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바로 그 정원문화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2010년 시흥시에서 시작된 이 박람회는 경기도 내 시·군을 공모 선정해 열린다. 2회까지는 격년으로 열리다가 3회(2015년)부터 매년 성남, 부천, 파주, 오산시 등에서 열려왔다. 남양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박람회는 12회째다.
이번 박람회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다산 정약용(1762~1836)이라는 지역의 인물이 현대 감각으로 잘 스토리텔링됐다. 고층 아파트가 숲처럼 둘러싼 다산신도시에 한국의 천재 정원가 다산의 자연관이 여러 형태로 구현됐다. 20, 30대 젊은 정원 작가들은 “다산이 남긴 옛 문헌들을 참조해 우리 조상들이 정원을 가꾸고 감상했던 방식을 익혔다”고 말했다.
다산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남양주시 예빈산의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파라메트릭(parametric·수학 계산으로 만든 패턴) 구조로 구현하고(전문정원 ‘너덜겅-다산의 웅기’), 다산이 바윗돌 위에서 차를 끓이던 다산초당의 모습을 고즈넉하게 표현(LH의 기업정원-‘다산칠정’)한 식이다. 젊은 작가들은 흔히 차폐 용도로 쓰이는 회양목을 근사한 조경수로 연출하고, 푸른빛이 도는 무궁화 묘목을 나무 담벼락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정원조성에 담긴 열정과 진심이 느껴졌다.
둘째, ‘정원 산책’이라는 이번 박람회의 주제에 맞게 다산신도시를 산책하듯 박람회를 즐길 수 있게 한 관람 동선이다. 다산중앙공원, 선형공원,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1.4km 길이의 박람회 구간 양쪽에는 아파트와 상가들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일상 속에 정원이 들어서게 됐다. 기다란 동선을 따라 체험 부스와 장터 부스가 자리 잡으니 관람객들이 구경하기에 집중도가 있으면서 편안했다.
길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아파트 단지 입구의 아파트 정원 세 곳도 공동체 정원의 미래를 제시했다. 일례로 다산 1동 e편한세상 아파트 입구 정원은 정원 교육기관인 푸르네정원문화센터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정원조성을 교육하며 함께 가꾼 정원이다. 기업정원은 LH, GH, 빙그레가 참여했는데 특히 바나나우유와 메로나 등 빙그레 제품을 형상화한 정원이 시민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셋째, 시민 참여다. 남양주시는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며 올해 5월 시민추진단 200명을 발족시켰다. 정원조성, 정원홍보, 자원봉사, 시민정원사 봉사 등 분야에 따라 정원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모집하고 정원 소양 교육도 시켰다. 이들이 이번 박람회 기간에 각 정원 구역의 해설과 안내를 맡고 있다.
정원지원센터 부근에 있는 ‘내 손으로 만드는 정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각종 식물이 심어진 작은 화분들을 여럿 준비해 원하는 대로 ‘나만의 정원’을 만들도록 했다. 꼬마정원사 정원에서는 정원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기후위기 시대 정원의 역할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도로변에 설치된 시민 정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도 내 대학들의 참여도 빛났다. 우수한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신구대와 중부대가 정원을 조성하고 계원예술대는 문화전시 정원을 꾸몄다.
앞으로 국내 정원박람회가 좀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초청작가 정원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누구든 인기 작가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작가들이 각 지역을 깊이 고민하고 정원을 만들면 어떨까.
작가들을 심사하는 과정도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시상의 권위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권위 있는 상이 하고 있듯, 최상 점수와 최하 점수를 걸러내는 등의 과학 기술적인 심사 보완 장치도 필요하다.
정원박람회는 잔치처럼 시끌벅적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버릴 필요가 있다. 높은 데시벨의 공연은 정원을 조용하게 감상하려는 사람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정적으로 정원을 느끼고 사색하는 박람회도 필요할 것 같다.
각 지자체가 정원박람회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느라 정작 정원의 의미를 놓치지는 않을까 미리 염려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원이 시민의 일상 영역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이다. 정원이 돌봄의 자세를 생각하는 성찰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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