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사과’ 진정성 논란… 정용진, ‘탱크데이’ 불 끌까?

김수연 2026. 5. 26. 15: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동욱 기자 fufus@


대형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수의 손엔 소형 소화기만 들려 있었다.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들끓은 공분을 가라앉히기엔 사과는 짧았고, 진상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마케팅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마케팅이 고의적으로 기획됐다는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정 회장은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 기준도 더 높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김수완 스타벅스 대외협력본부장(부사장)은 "마케팅팀 젊은 직원들이 회사가 느끼고 있는 역사 인식 부분과는 좀 동떨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20·30대뿐 아니라 40·50·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역사 인식 교육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사태 발생 직후인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진상 조사 결과도 이날 발표했지만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공개 사과는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3분여 길이의 짧은 사과와, 그가 카메라 앞에 선 곳이 신세계그룹의 '안방'인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호텔'이라는 장소 선택도 진정성 논란을 키운 것이다.

이날 사과문 내용도 일주일 전 정 회장 명의로 배포된 앞선 사과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향후 거취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정 회장 퇴장 후, 경영진의 진상규명 발표가 이어졌으나 그룹 측은 핵심 쟁점인 이벤트 기획의 특정 목적성, 고의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갈음했다.

이날 그룹이 공개한 것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이번 마케팅을 진행한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실무진 5명, 담당임원, 본부장, 대표이사, 임원급 담당 및 유관 부서)을 대상으로 내부조사를 한 결과다. 그룹 측은 이벤트 기획과 관련해 고의성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도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정황이 해당 임원들의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그룹 측은 밝혔다. 탱크데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던 직원 등 커머스팀 팀원 3명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들 사이의 대화 및 업무처리 내용도 확인하지 못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까지 오는 데 정 회장의 정치색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회장의 과거 발언은 이번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프로모션과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정 회장은 2022년 자신의 SNS에 멸치와 콩 사진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멸공'이라는 단어를 해시태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검증·리스크 관리 체계는 유명무실했다. 관행적 '승인'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4단계의 보고 체계에서 기안을 검토한 팀장, 팀장의 보고를 받은 담당, 담당의 보고를 받은 전략기획본부장, 최종 승인을 하는 대표 중 어느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해당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승인했다. 또 통상 이벤트 기획 시 법무팀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CSR 조직과 합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번엔 두 조직 모두 배제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기획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고 그 어떤 허들도 없이 쉽게 실행되는 조직에선 시스템을 수십, 수백번 바꿔도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며 "조직문화를 스스로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