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만 9번 받고 입주한 시니어타운, '이것' 안 맞으면 퇴실 십상"
[땅집고] ”좋은 시니어타운을 고를 때는 나에게 필요한 시설을 갖췄는지 봐야 합니다. 어떤 취미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 건강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꼭 보십시오.” (심우정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제론테크연구소 대표)
시니어타운 입주자 만족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칠첩반상이 나와도 불만인 사람이 있고, 삼시세끼 저염식 식단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노래방이나 당구장, 골프라운지, 사우나 같은 초호화 커뮤니티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설 수가 적어도 저렴한 월 이용료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입주자 만족도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시니어타운 컨설팅 전문가인 심우정 대표는 ‘만족스러운 시니어타운’을 찾으려면 입주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어르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입소문’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방문해 제공 서비스와 직원 규모 등 비용과 직결되는 요인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24시간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고 광고하더라도, 간호사가 1명이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소 인력과 서비스 제공 시간, 월 생활비 등을 다각도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심우정대표와 일문일답.
- 좋은 시니어타운 기준이 있을까.
“입주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 물리·신체·심리적 등 모든 측면에서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시니어타운은 다양한 여가·문화 시설을 갖춘 노인복지주택이다. 골프를 좋아하는데 골프장이 없는 시니어타운에 간다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내가 음식이나 신체 활동 등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1순위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 시니어타운 입주 전에 살펴봐야 하는 것은?
“많은 어르신이 시니어타운 입주 전에 상담을 받으러 온다. 입주 결정까지 9번 상담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만큼 꼼꼼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시니어타운이 광고했던 서비스가 아닌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거나, 입주자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타운이 광고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이뤄지는 건지 살펴보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24시간 365일 간호 서비스 제공’이라고 홍보한다면 시설의 간호 인력 비중과 수를 살펴봐야 한다. 통상 365일동안 3교대를 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간호 인력은 최소 5명이다. 이는 아주 최소 단위다. 만약 그 시설 간호 인력이 3명이었다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최근 시니어타운이 다시 뜨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한국에 시니어타운 문화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우리 사회는 이를 ‘자그마한 시설에 어르신을 모신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노블 카운티나 서울시니어스타워 등 유명 시니어타운이 등장하면서 서비스 중심의 노인복지주택이 늘었고, 은퇴자들이 편하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정년퇴직 후 시간·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수요자가 더욱 늘었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 역시 이 점 때문이다.
시니어타운은 지금도 고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 2005년 이후 수익을 거둔 시설이 하나 둘 나왔지만, 지금도 큰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니어타운에 입주하려고 몇 년을 기다리는 어르신이 있다. 정말 공급이 부족한 걸까.
“공급이 부족한 건 맞다.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주택 수는 고작 40개다. 전체 노인 인구 중 0.2%를 수용할 수 있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 비중이 약 4%다.
점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곳곳에서 공급하는 만큼, 한동안은 수가 늘어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 최근에는 시니어타운 짓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공급자가 꼭 알아야 하는 게 있나.
“다른 사업처럼 치밀한 시장 조사와 심층 분석을 해야 차별화한 시니어타운을 만들 수 있다. 아까 수요자의 시니어타운 입주 목적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의료·식단·여가 등 시니어타운 서비스는 어르신 대상 서비스라는 공통점이 있어 다 비슷해 보이지만, 관련 법이나 대처 방안이 제각각이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이유다. 대면 서비스가 대부분이라서 1-2년 경험이 있다고 해서 전문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다양한 실버타운과 서비스를 볼 수 있을까.
“공급자가 ‘어르신이 행복하게 사는 곳’에 초점을 맞춘다면 규모나 소득에 따른 다양한 시니어타운이 등장한다고 본다. 어르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지 보고,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시설이 늘어날 것 같다. 과거에는 식사를 각 방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더 뽑아야 했는데, 이제는 배달 로봇을 쓸 수 있다. 간호와 경비 등 모든 분야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