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재보선 패배도 민심지표도 아냐" 친한 "이재명 집권 도우미들"

한기호 2025. 4. 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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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감과 기초단체장 4곳 중 3곳 내주고 김천시장만 지킨 국힘
"계몽령" "당선돼야 尹 돌아와" 방관하더니…YS의 거제마저 대패
중진도 "참패" 아는데…지도부만 "패배, 바로미터, 극우화 말 말라"
친한 "전한길 역효과" "정신승리"
지난 3월19일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 의원, 윤상현 의원,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나경원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자유연대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그래픽>
왼쪽부터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민의힘 박환기 거제시장 재선거 후보 지원유세 일정 자료, 윤석열 정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승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후보 유세 관련 자료.

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 지도부의 '입'이 4·2 재보궐선거 보수진영 참패에 대해 3일 언론에 '패배', '민심의 바로미터(지표)'란 표현 자체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강행을 "계몽령(계엄령 + 국민 계몽)"이라고 옹호하거나 탄핵에 무조건 반대하는 극우화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부정했다. 친한(親한동훈)계에선 "사실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가장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분들"이란 탄식이 나왔다.

4·2 재보선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친윤 후보가 나섰지만 진보야권 후보에 득표율 두자릿수 격차로 패배했다. 기초단체장 재보선 5곳 중 국민의힘은 TK(대구경북) 텃밭 김천시장 당선자만 냈다. 2022년 6·1 지방선거 때 과반 득표했던 충남 아산시장 재선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 모두 큰 표차로 민주당에 내줬다. 당 소속 전임자 자진사퇴로 치른 서울 구로구청장 보선엔 무공천했으나 자유통일당 후보를 윤상현 의원 등이 지원해 잡음이 있었다. 전통적 야권 텃밭인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보수 몫 교육감과 3곳의 단체장 탈환에 실패한 셈이다.

부산교육감과 거제·아산시장 선거엔 개신교계 '세이브코리아' 전국 순회집회에서 "계몽령"을 외쳐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5선 중진 김기현·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강성 친윤계가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거제시장 선거운동 땐 "박환기 후보를 당선시켜야 윤 대통령이 돌아온다"는 식의 발언이 집중되고 "좌파 카르텔 척결"도 외쳤다. 관련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기 때문에,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분석하는 것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김천은 예상했던 대로고, 아산도 우리가 이기기 쉽지 않은 곳으로 판단했다"며 "구로구청장엔 후보를 안 냈다"고 패배 부인을 이어갔다. 그는 "정국이 이렇게 돼, 본격적으로 지도부가 선거 유세에 크게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며 계엄·탄핵 정국 대응과 연계한 해석도 부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 와중 우리가 의미를 두는 부분은 담양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담양군수 재선거는 노선 차이가 거의 없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경쟁이 흥행해 혁신당 후보가 3%포인트대 격차로 승리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이 '재보선 패배 원인'을 묻자 "패배라는 표현은 저희가 쓰는 표현이 아니다"며 "구체적으로 어디 패배했나"라고 따졌다. 그는 "후보 경쟁력, 탄핵 국면이란 정치적 상황에 선거 캠페인에 집중할 수 없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패배라는 표현을 쓰는 건 (탐탁치 않다)"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전략 부재' 지적에도 "정국 상황에서 지도부가 지난 부산 금정(61% 득표로 구청장 보선 압승) 때처럼 지원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은 있다"며 "그땐 부산 지역 의원들이 열심히했는데 지금은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많이 나가서"라고 변명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큰 표차로 패배한 원인이 당의 극우 행보에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그것과 전혀 관계없다고 본다. 표현을 자꾸 이상하게 하신다"고 기자에게 따졌다. "당의 극우적 행보라는 게 무슨 뜻이냐", "당이라고 하는 건 보편적으로 지도부의 행보를 얘기하는 것", "일부 당원이 하는 행동 반경은 크지 않다" 등 발언도 이어갔다. '민심 바로미터' 해석을 부정한 태도에 민주당에선 이날 안귀령 대변인 논평으로 "민심에 대한 승복을 거부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내일 헌재 선고(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대해서도 '좌파 카르텔' '공산주의자' 운운하며 불복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재보선 패배' 언급을 피한 모양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목소리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더 가열차게 변화하고 혁신하며 국민의 마음을 얻을 때까지 모든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만 했다. 윤상현 의원도 민심 수용 입장을 내되 "선거구 자체의 특성으로 그 지형에서 치러진 선거"라며 축소 해석했다. 반면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은 참패했다"면서 "김천시장 단 한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며 "거제시장과 아산시장 선거 패배는 직전 단체장이 모두 우리 당 출신이었단 점에서 정말 뼈아픈 패배"라고 했다.

친윤계의 재보선 평가에도 일관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친한계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당선자를 낸 인천 강화군 광역·기초의원(시·군의원) 보궐선거 유세 지원에 주력했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실상 전멸했다. 강서구청장 대패(2023년 10·19 보선)는 저리가라인데 당 지도부는 '패배가 아니'란다. 참으로 놀라운 정신승리. 헛웃음밖에 안나온다"며 "작년 부산 금정구청장과 강화군수 선거에선 한동훈 대표가 앞장서 깜짝 놀랄 대승을 일궈냈다. 그건 부정선거였나. 아직도 배신자 쫓아내고 우리끼리 똘똘뭉치면 영남자민련으로 쪼그라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냐"고 비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불행하게도 거제와 부산 선거 결과를 보니 앞으론 그것조차 쉽지 않을것 같다"며 "이재명과 민주당이 정권잡는 꼴은 죽어도 못본다면서 사실은 이재명의 집권을 가장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분들이다. 안타깝고 슬프다"고 덧붙였다. 친한계 윤희석 전 대변인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거제 선거결과 56% 대 38%이 나왔다"며 나경원·김기현 의원과 전한길씨가 동반된 선거지원 실패로 봤다. 그는 전씨에 대해 "마이너스 효과다. (선거결과로) '맞아봐야' 아느냐"며 "유력 정치인까지 찬조출연해 공동작품 만드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에 그분들이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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